제24회 가톨릭 미술상 수상자 발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가 주최하는 제24회 가톨릭 미술상 본상 회화 부문에 유근영 루카 선생과 본상 건축 부문에 임근배 야고보 선생, 특별상에 정대식 마티아 선생이 각각 선정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 가톨릭 종교미술의 발전과 토착화를 후원하고자 지난 1995년 가톨릭 미술상을 제정, 현직 미술가들의 근래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부문별로 시상하고 있다. 특별상은 한국 가톨릭 종교미술에 크게 이바지한 작가들의 업적을 기려 시상한다. 시상식은 미술가의 수호자, 복자 프라 안젤리코 축일인 2월 18일 즈음에 거행되어 왔다.
이번 제24회 가톨릭 미술상 시상식은 2021년 2월 8일(월) 오후 3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개최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른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자 위원장 주교와 수상자, 심사위원 등 최소 인원만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수상작 전시회는 2021년 6월 1일(화)부터 7일(월)까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마산가톨릭미술가회 주관으로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전시 일정에 맞추어 함께 열린다.
제24회 가톨릭 미술상 심사위원
장봉훈 주교(위원장), 신지철 신부(총무)
김형주(심사위원장, 회화, 제7회 수상자)
김창수(건축,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우대성(건축, 제20회 수상자)
안병철(공예,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장)
김겸순 수녀(공예, 제11회 수상자)
안정언(디자인, 제8회 수상자)
이정지(회화, 제23회 수상자)
본상 회화 부문: 유근영 루카
약력
1948년 1월 12일 출생
1966-197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1979-1985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1979-2020년 개인전 45회(대전, 서울, 청주, 파주 헤이리 등)
2014년 『매일미사』(2014년) 표지화 작업
2019-2020년 대전 목동 천사들의 모후 수도원(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벽화 공동 제작(공동작가 장정일)
2020년 대전교구 목동성당 설립 100주년 기념 목동성당 교육관 박공 작품 제작
수상 작품
▲성 프란치스코와 목동성당 역사, 5200×2360, Oil on canvas, 2020년
심사 소견
이번 회화 본상 수상 작품인 <성 프란치스코와 목동성당 역사>는 대전교구 목동 성당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2020년 목동 성당의 교육관 외부 입구 문 위 박공에 설치된 길이 5m 20cm의 반원형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가운데 프란치스코 성인이 서 계시고, 그 좌우로 목동 성당의 역사를 말해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왼쪽에 1919년에 축성된 성당부터 오른쪽에 지금의 성당(종탑)까지 모두 네 개의 성당 이미지가 그려져 있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사랑하셨던 자연의 풍광과 작은 새들이 강렬한 색채와 붓터치로 함께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었는지 유근영 선생의 평소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선생은 오랫동안 자연으로부터 오는 소재인 식물과 꽃들의 다양한 형태를 표현주의 기법으로 그려온 작가입니다. 선생은 꽃과 식물들의 형상을 화폭 안 공간에 그려 넣을 때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머금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합니다. 이 대상들은 풍경이나 정물로서의 형태가 아닌 기억 속에 있는 형상이어서,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캔버스에 투사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표현 소재의 무질서하게 보이는 나열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결과이며, 강렬한 색채와 어울려 보는 이의 감성을 환기시킵니다. 화폭 속에서 생각과 공간과 시간의 자유를 표현하고자 작업해오던 사람이 이번에 프란치스코 성인과 목동 성당의 역사를 그려낼 때,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표현양식을 그대로 적용하며 성인의 모습과 지난 백 년의 목동 성당의 역사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성인의 현존을 당당히 이루어냈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성인께서 목동 성당 교우들과 함께하셨으리라는, 또 앞으로도 함께하시리라는 아름다운 믿음을 형상화하였습니다. 설치된 장소도 건축과 조화를 잘 이루는 곳이어서 성미술로서 완벽한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대전가톨릭미술가회를 창립하고 오랫동안 회장직을 맡아 봉사해온 작가의 깊은 믿음이 우리나라 교회에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표현주의라는 강렬한 그림으로도 아름다운 성화를 탄생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제작하여 풍성한 성미술의 잔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화가 김형주 이멜다
본상 건축 부문: 임근배 야고보
약력
1957년 7월 25일 출생
1976-1980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1980-1986년 극동건설㈜
1986-2005년 ㈜종합건축사사무소 동우건축
2005-현재 그림건축사사무소㈜ 대표
2005-2008년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출강
2008-현재 『건축리포트 와이드』(격월간) 대표고문
2010-2014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위원회(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수상 작품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연천 수도원(착한 의견의 성모 수도원), 2017년 준공
심사 소견
뜨문뜨문 집이 보이는 동네, 3km를 더 가면 민통선이다. 종탑 성당 회랑 피정집이 밭으로 가득한 산기슭에 자리잡아 수도원이 되었다.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연천 수도원’, 작은 수도공동체를 위한 집이지만 피정과 동네 신자들을 위한 거점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곳의 존재 이유와 순차적으로 집을 지어야 하는 조건을 집의 배치가 잘 받아들이고 있다. 소박한 상징의 종탑을 전면에, 동네에서 차를 타고 오는 신자들의 주차와 편의를 위해 성당을 도로 쪽에, 집을 이어주는 회랑을 중심에 자리 잡았다. 날이 좋은 때 미사는 회랑 마당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성당 내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세심히 따랐다. 감실 공간을 분리하고 제대 중심으로 둘러앉게 만든 구조. 제대의 중심벽에 성모자상을 배치한 과감함은 주보 성인을 중심에 두는 수도회의 필요와 공간의 평온함을 만드는 핵심이다. 목구조의 질박함으로 쓰임의 그릇을 만들고, 세심하게 자리 잡은 성미술이 공간을 에워쌌다. 편안하다. 동네의 민원이었던 납골당은 성당의 일부가 되어 알고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첫 만남에서 건축가가 제시한 방향과 수도회의 생각은 같았다. 건축가 임근배의 지향은 오랫동안 그래 왔다. 자연스러운 편안함. 그는 그것을 ‘적당’이라 칭한다.
‘열린 회랑’, ‘성미술과 일체된 성당’, ‘전례를 바탕으로 한 질서’. 스스로의 학습으로 가톨릭을 수용한 한국처럼 그의 건축도 ‘한국적’인 것과 ‘가톨릭’을 어떻게 결합할지를 고민해왔다.
그의 건축은 전례와 성미술을 담는 그릇을 만들었고, 편안함으로 쓰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가톨릭 미술상의 후보로 제출한 건축도 그렇게 ‘적당’하다.
연천 수도원은 9년째인 올해 공사가 끝났다고 했다. 그 고단하고 긴 과정에 건축가는 함께 했다. 그러한 묵묵함이 수십년 간 가톨릭 건축 곳곳에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 건축가 김창수, 우대성
특별상: 정대식 마티아
약력
1939년 5월 20일 출생
1959-1963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1972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야외 성모 동산 조성, 야외 14처 조각(철재) 및 석등 제작
1978년-현재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 출품
1981년 조선교구 150주년 기념미술전(문예진흥원 미술관)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방한 요한 바오로 2세 103위 시성식장 시설 총책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현대종교미술 국제전(국립현대미술관)
2000년 그리스도 탄생 영광전(서울 예술의 전당), 평화화랑 초대전(평화화랑)
2002년 종교 미술전(평화화랑)
2003년 제7회 대한민국 종교 예술제 초대전(서울)
2006년 가톨릭 평화화랑 성물 초대전(평화화랑)
2009년 갤러리 1898 개관기념 초대전(갤러리 1898)
2010-201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서양화 부문)
2010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전(갤러리 1898), 서울가톨릭미술가회 40주년전(갤러리 1898),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 한국가톨릭미술가 100인 초대전(주노아트 갤러리)
2011년 한국가톨릭미술가 새 생명전(서울 예술의 전당)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복전(서울)
2015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원로작가 초대전(갤러리 1898)
2016년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특별전(갤러리 1898), 대한민국 미술인상 원로 작가상 수상
2018년 가톨릭 나눔전(갤러리 1898)
현재 경남대학교, 인덕대학교 출강,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자문위원, 한국문화예술협회 이사, 한국미술협회 고문, 한국미술국제교류협회 심사위원, 동대문미술가협회 고문, 미술심리연구가(미술심리를 연구하는 모임 지도교수)
저서 『아동미술의 심리연구』(1991. 미진사), 『엄마 때문에』(1995. 생능출판사), 『크레파스로 말해요』(2001. 미진사) 『미술놀이로 태교하기』(2012. 랜덤하우스코리아)
대표 작품
▲주님! 주님! 530×455, Oil on canvas, 2012년
심사 소견
특별상 수상자 정대식 작가는 조용히 교회 미술에 이바지하며 지금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자신의 길을 지켜온 분이십니다.
강한 색감과 과감한 단순화로 독일의 표현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묘사를 즐기셨습니다. 본인의 신앙으로 표현된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엄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진실된 예술 표현은 사람의 영혼을 움직여 경건한 마음으로 인도합니다.
오래전 한 일화가 마음을 따스하게 합니다. 1972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야외 성모 동산에 십자가의 길 14처를 의뢰받아 설치하였는데, 당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수고한 대가로 작품비는 못 주지만 선물로 주신 사진기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지금 그 작품은 현재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하니, 교회 미술 작품 관리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시는 정대식 작가의 앞날에 더욱 풍성한 하느님의 성령이 임하시기를 빕니다.
- 화가 권녕숙 리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