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교실 예비 교육생으로서 입에서 단내가 나는 빡센 교육을 방지하기 위해 저라도 후기를 올립니다ㅠㅠ
이 후기는 '동반'후기로 29기 암벽교실을 졸업한 아내를 따라 선운산에 동반해 다녀온 후기입니다.
암벽교실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이제 막 더탑에 다니기 시작하신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탑에 다니면서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고 대부분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글 내용 중 호칭이 애매하거나 정확한 등장인물 기재가 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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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지금의 아내(암벽교실 29기 선나리)는 세련된 홍대 피플이었다. 아웃도어라고는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요즘엔 파타고니아, 마무트, 블랙다이아몬드, 페츨 등등의 브랜드들만 맨날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아가씨 아빠가 춘클 회장님이란다. 음 춘클 뭐지? 산악회 같은건가.. 별 생각이 없었다. 장인어른을 두번째로 만나던날 산에 가자고 하신다. 올 것이 왔군. 춘천에 있는 삼악산에 간다. 장인어른이 갑자기 폐쇄된 등산로로 들어서신다. 어 뭐지... 이 때 오늘을 예상했어야했는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내는 실내 암장으로 또 암벽교실로 점차 산에 가까워진다. 선운산에 가던날 장인어른은 새벽부터 등반을 시작해서 춘클리지 포함 산 3개를 클리어하셨다고 한다. 내가 이런 집 사위다 ㅡ,ㅡ 각설하고 다시 선운산 얘기로
29기 졸업등반을 마치고 온 아내 대뜸 선운산을 가잔다. 아무리 피곤해도 쉴 때는 집밖으로 나가야 속이 시원한 나는 멀리 간다니 좋았다. 보자... 전라북도 고창에 위치한 선운산에는 투구바위 속살바위 할매바위 등 바위가 많고 음 그렇지... 선운사가 있다. 선운사는 10여년 전에 가봤는데 일주문 지나서 예쁜 길이 이어지고 맞배지붕 양식의 대웅전에 기둥들이 자연 그대로의 나무들을 사용해서 무척 아름다운 조선시대의 고찰이었던 대학교 역사학도 시절 기억도 난다. 주변엔 청보리밭, 고창읍성의 풍경이 아름답고 고창 복분자, 풍천장어의 고장이라 크.. 재밌겠다 하고 주변 조사부터 시작한 나는 마냥 즐거웠다. 나는 암벽교실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코에 바람 넣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8시 더탑 송파 암장 앞에서 민정선배, 서정선배, 가현선배 세명을 태우고 선운산으로 출발. 떠나보내는 강쌤의 표정이 묘하게 밝아보인다. 내가 태운 선배 세 분은 암벽교실 23기로 가현선배는 나머지 두 분을 이모라고 부르는 이상한 동기들이었다. 도착 예정시간 12시 아 조금 막힌다 역시 어린이날이라서 사람들이 놀러 많이 가는구나. 가현이가 길가에 큰 빌딩들을 보며 여긴 어디냐고 묻는다 오산.. 30분후 다시 묻는다 얼마나 왔어요? 아까 거기서 2km 드럽게 막힌다. 출발할 땐 선운산 12시 도착이었는데 12시에 우린 천안 어드메에 있었다. 이후 막히는 길을 피해 어딘지도 모를 충청도의 산길을 달리는 등 7시간이 걸려 도착한 전라북도 고창 선운산에는 비가 점점 세지고 있었다. 오늘의 등반은 끝이다. 먼저온 사람들은 하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등반을 마치고 오신 분들은 비를 맞고 돌아왔다.
비를 맞으며 텐트를 후다닥 치고 나니 할 일이 없다. 유선생님이 선운사 산책 다녀오라고 입장권을 주셨다. 선운사 길도 예쁘고 절도 예쁘고 돌아오는 길에 좌판에서 오랜만에 전라도 사투리 신공을 발휘해 옥수수를 떨이로 사온다. 서비스로 준 번데기는 매우 뜨거웠지만 맛은 그냥 그랬다. 고기를 굽고 술과 밥을 먹다가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쉬러 간 이후 나는 갑작스레 쉐프로 변해 있었다. 순란 언니네가 가져오신 국거리용 돼지고기와 김치가 내 손에서 정체불명의 두루치기로 변해간다. 옆에서는 유쌤이 자다가 일어난 가현이를 위해서 정성스럽게 고기를 굽고 있다. 사람들은 밥을 찾고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밥을 볶아달란다 정석대로다 그 많던 밥을 거의 다 먹어 간다. 상아씨는 이러면 안되는데 하며 볶음밥까지 계속 먹고 있다. 이런 연유로 그 많던 밥이 없어져 다음날 아침 밥을 더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5월 6일 날씨가 매우 좋다. 미세먼지는 나쁨이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간현 같다는 말을 듣고 아내는 슬리퍼만 신고 왔다. 어프로치는 30분 플러스 알파 정도. 슬리퍼 신고 올라가는 사람은 유선생님, 관중선배, 그리고 사랑하는 울 아내밖에 없다. 어프로치 사진에 이런 산길은 없었는데... 힘들어서 사진찍을 정신이 없어서 그런거였다 탁트인 저수지 길에서 밝게 웃는 사진들만 있더라니... 하산할 때 보니 거기에서는 다 웃게 되더라...
어프로치 이후 마주한 투구바위는 아 정말 멋있다. 그늘이 져서 싸늘한 바위 앞에서 저 위를 쳐다보니 위에는 햇살이 든다. 따뜻하겄네 하고 보는데 벌써 허능무 선배님과 정훈 선배님이 올라가고 계신다. 투구바위는 난이도가 높은 루트들이 대부분이라서 아내와 같은 뉴비, 쪼렙들을 위해 난이도 5.9에 먼저 자일을 깔아주신다. 울 마눌은 신나서 올라간다. 직접 하는건 처음 봤는데 제법이다 멋있다 역시 장인어른 딸이다. 난 안할거라고 했는데 아내는 배낭에 내 암벽화를 집어넣었었다. 나리씨 신랑도 하잖아 해봐야지 허선배님이 웃으며 하네스를 벗어주신다. 장환선배는 어느새 8자 매듭을 지어주시고 빌레이를 봐주신다. 주변에 어느새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아 이게 아닌데 이름도 없는 대략 5.8 코스에 손발을 올린다. 아 무서운데... 조금씩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한 순간 발을 디딘 바위가 조금 떨어져 나간다 한줄기 식은땀이 흐른다. 중간쯤 갔는데 발을 디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살아야한다 팔로 버틴다 후달달달 어떻게 올라갔나 싶다 완료를 외치고 하강하는데 무섭다 떨어질 것 같다. 장비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나중에 암벽교실을 수료한 후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옆에 더 쉬운 코스가 있다고 올라가란다. 아 울고 싶다. 어 이번엔 좀 괜찮네 하고 올라가는데 잡으면 쪼개질것만 같은 홀드만 내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덜 떨고 완료... 내려오니 발가락 끝이 아프다. 역시 발을 잘써야 한다. 서울 가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은 그만하기로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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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는데 아침에 현정선배가 만든 주먹밥이 8개밖에 없다. 먼저 온 사람이 임자인데 유선생님은 우리 가현이꺼 하나 남겨 놓으라고 하셔서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산다. 가현이가 창조등반? 을 마치고 내려오자 유쌤은 초콜렛을 툭 던져준다 니꺼! 아 이 츤데레.. 가현이는 주먹밥 한 입 먹고 안먹는다 해산물이 싫단다 아빠가 사람들한테 구박받으며 챙긴 주먹밥을ㅠㅠ
빵, 감자, 방울 토마토 등 행동식을 먹고 기운을 낸 나는 암벽화를 잽싸게 안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리고 유선생님이 하는 모습을 보러 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와 멋있다. 클라이밍 가족들도 있다. 엄마 등근육 쩐다. 이렇게 등근육 쩔고 잘하는 엄마한테 딸이 화를 내며 가르친다. 뭐지? 여기서 코스? 루트?만 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30분 이상 매달려서 될 때까지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유선생님도 한참 기다려서 한 번 하신다. 고수가 너무 많다. 말씨로 미루어 보아 근처에 사시는 클라이머들이 많은 것 같다. 다들 멋있다 지나가는 워킹 등산 하시는 분들하고 비교해보면 옷차림부터 너무 다르다. 암벽하는 사람들은 약간 그지같은 아니아니 빈티지하게 옷을 입고 쓰레빠를 찍찍 끌고 포스가 있는 반면 일반 등산 분들은 화련한 옷차림으로 뭔가 놀러온 듯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평소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는 암벽 교실을 가야겠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자일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호성 형님의 강력 텐션 빌레이에 힘입어 5.10b 를 완등하고 선운산 투구바위 하루가 끝났다. 야영장으로 내려가는 길 유선생님 눈에는 가현이만 보인다 저기 우리 가현이 간다 멀리서 가현이가 손을 흔든다. 딸바보시다. 아내는 부러워 한다. 울 아빠하고는 다르네 자상하시네.. <어버이날 만난 장인어른은 딸의 암벽교실 졸업이 뿌듯한 듯한 모습이셨지만 표현은 없으셨다. 한마디 하신다 이제 장비 반납해야지 라고..> 올라가는 길 우리 차에는 공용짐이 실린다. 모든 자일과 이것저것 다 싣고 나니 무겁다 앞 범퍼가 보이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도 제법 막힌다. 5시간 걸렸다. 졸지 않으려 씹은 껌에 턱이 빠질 것 같다. 선운산은 참 멀다. 송파 암장에 짐을 내려 놓으며 암장 내부를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투구바위 무섭게 생긴듯ㅠㅠ. 사람들은 다음날(5월 7일) 인수봉에 또 간다고 한다. 대단하다. 우리부부는 어렵게 예약해 놓았던 캠핑장으로 떠난다. 아웃도어의 연속...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인터넷으로 하네스를 알아보고 있다. 아내는 나보고 어프로치화를 사달란다. 아.. 5월은 가정의 달 경제가 어렵다 하네스는 6월에 사야겠..살 수 있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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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탑 클라이밍 센터에 다니고 있는 저는 이번 선운산 산행에 암벽교실 29기 선나리 남편으로 참가하였으며 운전, 요리, 셀파 임무를 수행했고 2번의 암벽 체험을 경험하였습니다.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비록 엉망진창 후기이지만 암장에 새로 오신 분들이나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후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유선생님 교육은 친절하게 부탁드려요~^^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 아내의 빡쎈 교육을 걱정하며 아내바보의 발로에서 쓴 후기도 넘 재밌을 뿐더러 운짱. 셀파. 쉐프까지... 용호씨가 꼭 30기가 되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네요.
선거날 아침부터 박장대소! 오늘 이 기운 그대로 행복한 하루가 될 듯한 예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0기 할 수 있어야 될텐데ㅠ걱정입니다
글솜씨 너무 좋아요. 장면 장면 그림이 그려져요. 읽기도 쉽고. 좋은 사람 느낌이 나요. 담에 또 봐요. 산과 바위에서,,, ^-^
넵 담에 또 뵙겠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다녀왔어요. 먼길 갔는데 나름 할거 다해봐서 다행임. ㅋㅋ
다섯명이 타서 좁으셨을텐데 다행이네요~
29기분들 후기 준비하시는 소리가들리네요ㅎㅎ
그러게요 빨리 올려주셔야 할텐데...
29기 조수환입니다. 5일날 점심때쯤 올라와서 후발대분들 뵙지를 못했네요. 후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뵈요~
다음 기수의 우등생이 되겠군요^^
장시간 운전하느라 고생했어요.
우등생은 좀... 열등생이라도 안되려면 운동 열심히 해야될거 같아요!
후기가 아주 리얼하군요.
장인땜에라도 암벽이 필수 이겟군요 ㅎㅎㅎ
나리는 저보고 빨리 해서 춘클리지 가족등반을 하자는군요 ㅠㅠ
춘클 언제갈까요?ㅋㅋ
@나리선 춘클 불에 다 타서 등반하기 어렵다네. ㅠㅠ
@Anicca ㅠㅠ.. 그럼 아쉬운데로 강촌 유선대라도..ㅋㅋ
@나리선 아버님이 춘클 멤버이시군요.
얼마전에 춘클리지가 불에 크게 탔다고 합니다.
춘클리지는 루트 자체도 매력적이고, 포토존도 참 많은 아주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춘천클라이머스에서 관리를 아주 잘 해주던 길인데, 불에 타서 너무 아쉽고 화재 직전에도 등반을 해서 그런지 제가 다 죄송하네요..
아버님께서도 상심이 크시겠네요.ㅠ
ㅋㅋㅋ
다음기수 기대되는데요 ^^
우와~~~~~~!!!!
이 정도 필력을 느낄 수 있는 후기는 유 쌤의 모델, 강 작가라고 불리우는 혜경누나 이후 처음이네요!
그런데 심지어 아직 등반교실 시작하기 전이시라구요!
등반교실 다니시면서 쓰는 후기가 너무너무 궁금하네요. ㅎㅎ
30기 교육 때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