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석님의 애절한 목소리가 너무나 서글펐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를 들어보신적이 있나요?
그 노래를 듣고 가슴 저편이 아른한 느낌이 있었던 분이시라면..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가 전해주는 노래와는 사뭇 다르지만 진지한 감동을 느껴보시는건 어떨런지요...
젊었을 때 남편을 여의고 약하게 보일까봐 욕쟁이로 살아온 이점순 할머니와 젊은시절 동네 바람둥이로 소문이 났던 박동만 할아버지가 이점순 할머니가 내 놓은 방을 얻기 위해 할머니네 댁을 방문하면서 극은 시작됩니다. 알콩달콩 사랑싸움을 하면서 한번의 암전 후 서로의 호칭이 "여보"로 바뀌는 순간.. 관객들의 입가엔 맑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서로가 기댈곳은 서로밖에 없어서 더욱 간절하고 따뜻했던 그네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수 있는 ... 아니.. 제가 예전부터 꿈꿔오던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서로의 예전 사랑에 대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들은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젊은이나 어르신들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앞에서는 모두 어린아이가 되는것 같습니다.
"나 동두천 신사 박동만은 이쁜 18세 순이 이점순양을 신부로 맞이하여 이 허연 머리가 깜장머리가 될 때 까지 평생을 업어주고 안아주고 애껴줄것을 선서합니다. "
"영감. 혼자 남았을 때 가슴 아파하지 말우. 성내지도 화내지도 말아요.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말우.
내가 영감 곁에 이렇게 항상 같이 있으니까 말이에요. "
할머니는 할아버지 곁을 떠나고.. 할아버지가 마루에 누워 욕을 해 대던 모습은 ... 왜 그렇게 서글퍼 보였을까요... 욕을 해 대면 활명수를 먹은 마냥 가슴이 뻥 뚫어진다던 할머니의 말과는 반대로.. 욕을 해 대던 순간 할아버지의 가슴은 더욱 더 꽉 막히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거기엔 우리네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거기엔 우리네 조부모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제가 있었습니다.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