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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이 '귀족 강연료'로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대전 대덕구로 부터 받기로 한 강연료는 90분에 1550만원이다. 국내 강연시장의 블루칩인 김미경씨나 혜민스님이 통상 500만원 정도를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 김훈이 작년 유성구에서 100만원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가히 ‘마이다스의 입’이다. 김제동의 강연료는 2018년 기준 최저임금 생활자의 연봉에 해당한다. 누군가 1년간 하루 8시간 이상 고생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을 그는 90분만에 버는 것이다. 김제동의 '귀족 강연료'는 당연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방송국에서 버는 수입을 감안하면 강연료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방송인으로서 '인기'나 '사회적 영향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공중파 방송의 섭외 1순위에 따르는 엄청난 수입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보수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다. 새 정권과는 코드가 일치한다. 더구나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입담에 복잡한 현안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은 방송인으로서 빼어난 덕목이다. 공중파로서는 김제동처럼 정부 정책을 세련된 표현으로 옹호할 수 있는 인물이 흔치않을 것이다.
김제동이 자산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고정 프로그램은 KBS1TV '오늘밤 김제동'과 MBC 라디오 <굿모닝 FM>이다. 모두 작년부터 진행석에 앉았다. 출연료는 '오늘밤 김제동'의 경우 한 회당 350만원, 연봉으로 7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도됐다. 연출을 맡은 강윤기 PD는 "저희가 만들고자 했던 프로그램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프로그램"이라며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김제동"이라고 밝혔다.
또 MBC 공정노조에 따르면, 김제동은 지난해 4월부터 '굿모닝 FM'을 진행하며 회당 100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같은 방송의 '음악캠프'를 30년째 진행하며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MBC FM 간판 DJ 배철수씨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프로그램이 매일 방송되는 것을 감안하면, 김 씨의 '월급'은 2000만원을 웃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억4천만 원이다.
물론 방송인으로서 높은 인기와 시청률이 뒷받침 된다면 시비 걸 일은 아니다. tvn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이병헌이 회당 1억5천만원을 받아 총 개런티 36억원을 챙겼다고 해서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다. 그 드라마는 판권수익만 300억 원에 달할 만큼 시청률도 높았고 흥행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밤 김제동' 시청률은 낙제점이다. 고작 평균 2%대에 머물고 있다. 누리꾼들은 "2%짜리 방송에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쓴다는데, 이쯤 되면 시청료 거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성창경 KBS공영노조 위원장도 "30분짜리 프로그램을 한 편 진행하는 것으로 어지간한 사람 한 달 치 월급을 받아가는 꼴"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많은 금액인데 대체 김제동씨가 KBS에 무슨 기여를 한다고 임원 연봉의 서너 배가 넘는 돈을 받아간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MBC '굿모닝 FM'도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전현무가 진행할 땐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SBS 김영철의 파워FM에도 밀리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제동에게 로또에 준하는 파격적인 출연료를 책정한 것은 젊잖게 표현해 '정권의 홍보대사'에 대한 예우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KBS와 MBC가 천억원 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귀족 강연료'에 대해 팬들은 "김제동은 국내에 토크콘서트 전성기를 몰고 온 장본인이자 '말' 하나로 전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토크 공연 일인자로 꼽힌다"며 "방송에서 보이는 지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더욱 다정다감하고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은 아마 선량한 시민일 것이다. 하지만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이 정권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몫 챙기겠다는 욕망이 엿보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로또 수준의 방송출연료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면 이런 귀족강연료는 사양했을 지도 모른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휴머니즘인 척, 정의로운 척, 남 돕는 척, '척 박사' 김제동 씨"라고 멘트했다. 이런 척척박사 김제동이 청소년들에게 무슨 교훈이 되는 말을 들려줄지 궁금하다.
출처/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