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다가와 꽃송이 하나하나
줄기 위에서 떨며 향로처럼 증발하고
소리와 내음이 저녁 대기 속에 맴돈다
우울한 왈츠, 나른한 현기증
ㅡ샤를르 보들레르,「저녁의 하모니」
Les Parapluies De Cherbourg /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마셔보면 알겠지만 와인은 절대 목과 위를 뜨겁게 흐트러놓지 않는다.
꽃이 핀 고원의 얕은 여울처럼 몸속에 한쪽으로 부드럽게 녹아들 뿐이다.
'오퍼스 원'은 프랑스 보르도에도 부르고뉴에도 이태리 토스카나에도 없는 와인이다.
아름다운 라벨이 붙은 채로 몬더비와 로스차일드의 실루엣이 블루로 빛난다.
미국 최대의 업적은 할리우드 영화나 비트족의 시, 재즈, 팝 뮤직은 아닌 듯하다.
아마도 '오퍼스 원' 인지도 모른다.
필립 로스차일드와 로버트 몬더비가 만든 캘리포니아산 최고의 적포도주다.
진정한 의미에서 유럽대륙과 아메리카신대륙의 조화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해서 고급스러운 와인이지만 하와이에서는 연도별 등급에 따라 50달러에도 살 수가 있다.
번잡한 곳에서 마시기보다는, 강가에서 아름다운 저녁놀을 보면서 차분히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짙은 자주색깔에 베리, 체리, 커런트 향 위에 꽃과 향신료의 향이 은은하게 감돌아 슈베르트의 긴 실내악을 들을 때처럼,
눈을 감은 채 음미해야만 한결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Synopsis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셰르부르. '셰르부르' 라는 우산 가게집의 딸 17세의 준비에브는
어머니 엠므리와 단둘이 살고 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자동차 정비공 기는 그녀와 연인사이.
청년 기는 병역소집영장이 나와 이별의 날이 온다. 알제리 전쟁터로 떠나기 전날 밤, 쥔비에브는
장래를 약속하고 사랑하는 기에게 몸을 맡긴다.
한편 어머니가 운영하는 우산가게는 불황인데다 세금마저 많이 나오게되자 엠므리는 할 수 없이
일생동안 소중해 간직했던 진주 목걸이를 처분하려고 딸과 함께 보석상에 간다. 때마침 보석상에
와 있던 다른 보석상 롤랑 카사르는 준비에브를 보고 첫눈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기가 떠난 지 2달이 지났다. 그동안 편지는 한번 뿐, 준비에브는 매일 안타까워하면서 편지만
기다리고 있다. 한편 그녀의 어머니는 청년으로부터 소식이 끊어지자, 딸이 너무 어리고 기는
넉넉지 못해 딸과 기의 결혼을 반대하던 엠므리 부인은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게 된다. 홀로 괴로
워하던 준비에브는 어머니에게 임신한 것을 고백한다.
축제의 날, 셰르부르 우산가게에 카사르가 찾아오고 같이 식사를 하며 준비에브가 자리를 비운
사이 딸과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하지만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딸이 임신했다고 말한다.
셰르부르에 눈이 내린다. 기로부터 그리운 편지를 받았다. 임신한 것에 대한 기쁨의 날. 이때
날아온 카사르가 보낸 또 하나의 편지. 여행 중에 쓴 그 편지는 정식으로 청혼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준비에브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은 온통 기 뿐이다.
카니발의 날, 셰르부르의 마을 사람들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지만 준비에브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어머니가 바라는 카사르와의 결혼. 당장 달려오겠다는 기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준비에브는 모든 것을 이해하며 뱃속의 아이까지 맡겠다는 카사르야말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동요가 인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음의 상처도
아물어가고 기가 차지하고 있던 준비에브의 공간이 카사르에 의해 점차 채워지게 되자
기를 잊기로 하고 카사르와 결혼한다.
이후 수염이 덥수룩한 청년 기는 부상으로 1년 5개월만에 제대하여 셰르부르로 돌아온다.
먼저 셰르부르의 우산 가게를 찾지만 문은 닫혀 있고 준비에브의 행방은 알 길이 없다. 입대
하기 전에 다니던 정비 공장에 복직하지만 신체 장애와 과로로 사고를 내면서 실작하고 있다.
기는 고아였다. 그를 길러준 부인은 오래 전부터 병석에 누워 그녀의 딸 마들렌과 함께 살고
있다. 준비에브 때문에 허탈감에 빠져 방황하던 기는 부인이 죽고 마들렌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고 하자 혼자 남게 된 기는 마들렌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그녀 또한 절망에 빠진 기를
두고 차마 떠날 수 없다. 기와 마들렌은 결혼을 하고 부인의 유산으로 주유소를 인수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셰르부르에는 눈이 내린다. 기의 아내 마들렌은 아들 프랑수아에게 선물을
사주러 시내로 가고 기 혼자 있었다. 눈에 뒤덮인 벤츠 한 대가 주유소 앞에 멈춘다. 차에서
내린 여인은 준비에브. 서로 보며 회한이 엇갈린다.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고 그 들
가슴엔 그리움이 물결친다. 준비에브는 차 안의 어린소녀를 가리키며 ' 이름은 프랑수아즈예요.
당신을 닮았어요...'
서로 목이 메였다. 기가 자기 앞에서 사라져가는 벤츠를 물끄러미 쳐다볼 때 기의 아내와 아들
프랑수아가 선물을 들고 뛰어온다. 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프랑수아와 눈속에서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