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심의 어뢰를 맞았다. 천안함 의 소나가 어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몰랐다…."
3선인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패배를 예측도 못했던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투표가 끝나고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까지도 달라진 민심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에 대한 충격파가 엄청나다.
당내 여론조사와 분석을 담당했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 2일 개표 방송을 보다가 "하루 사이에 이게 무슨 일이냐. (개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거 직전 일부 '이상 기류'를 느낀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당 후보들이 앞서는 여론조사 흐름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손도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승리를 자신했던 서울·경기 지역에서 더욱 그랬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현장에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걸 전혀 몰랐다. 예측을 못했다"며 " 민주당 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상찬 ( 서울 강서갑) 의원은 "투표 전전날부터 젊은 사람들이 우리가 나눠주는 한나라당 홍보물을 받지 않았다"며 "'왜 그러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우리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앞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설마 설마 하다 완전히 당했다"고 했다. 김효재 의원(서울 성북을)은 "현장에선 선거 2~3일 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중앙당에선 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대책에 소홀했던 것같다"고 했다.
경기 지역 분위기도 비슷했다. 경기도당 위원장인 원유철 의원은 "내 지역구의 광역의원 후보가 상대당 후보보다 초반에 20%포인트 격차로 앞서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선거 이틀 전에야 초박빙이란 사실을 알아챘다"며 "뒤늦게 비상을 걸었지만, 이미 늦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 청와대 가 선거 직전인 주말 '이상기류'를 포착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믿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심지어 한 수도권 의원은 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우리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니 너무 오버해서 선거운동하지 마라. 괜히 상대 후보에게 고발당할 빌미를 주지 마라"고 지시를 내렸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 에서 민주당 김정길 시장 후보의 득표율이 45%에 육박한 것도 여당 부산 의원들에게 '충격'이었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은 "이렇게까지 득표율이 나올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부산시민들의 막판 견제심리와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것같다"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실제 여론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 같은 전화조사만으로는 젊은 유권자들의 생각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며 "제대로 된 표본집단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