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안현심
시인(2004․불교문예), 문학평론가(2010․유심)/ 시집 『연꽃무덤』 외, 평론집 『물푸레나무 주술을 듣다』 외
대전역 스산한 포장마차에서 부러진 하이힐처럼 널브러져 소주를 들이붓고 있을 때 쓸쓸히, 쓸쓸히 당신이 들어왔지요. 우린 자연스레 입이 맞았고, 술이 맞았고, 외로움이 맞아 허름한 여인숙으로 들어갔어요.
속옷을 벗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당신, 한 번도 바람을 피워보지 않았군요. 그래요, 노래를 불러줄 테니 편안히 자요. 오늘, 당신은 내 아기예요.
잠속으로 빠져든 얼굴, 고독한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군요. 부디, 당신의 앞날이 쓸쓸하지 않기를, 플라타너스 잎이 뒹구는 뒷골목을 걸었어요.
거리의 여자에게 단비로 온 당신, 그 하얀 꽃잎을 차마 찢을 수 없었어요.
첫댓글 도라지꽃 같은 여인
만나고 싶습니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