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문화유산보존회 고현진선생님으로부터 영주의 바위글씨 책을 감사히 받고.
그 자취를 따라 바위글씨 답사를 떠나봅니다.
3월은 바위글씨 답사하기에 참 좋은 달이지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무엇보다 무성한 풀들이 발목을 잡지않아 참 좋습니다.
먼저 바위글씨가 가장 많은 지동리 일대로 첫답사를 시작해봅니다.
영주시 이산면 제일교회앞.
겨우내 말라버린 식물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합니다.
제거작업을 마치면 치솔로 이끼들을 털어냅니다.
이끼들이 글자들을 부식 시킬수도 있고, 잘 보이지도 않게 하니까요.
그런다음 물을 뿌려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도록해봅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기록을 시작합니다.
풀들을 제거하니 황씨동천이라는 각석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평해 황씨들의 집성촌이 시작되나봅니다.
동천이라는 말은 흔히 하늘과 통하는 곳의 의미로 예로부터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무슨 동천이라고 새겨진 곳을 따라 들어서 보면 규모가 작든 크든 빼어난 절경을 만날 수 있으며.
지명에 붙여 쓰기도합니다.
황씨동천이 앞으로 쓰러지려는듯,정돈된땅 옆에 방치된걸보니 이곳엔 이제 황씨들이 별로 살고있지 않고 옛날의 영화만 희미하게
간직하고 있는듯합니다.
황씨동천아래부분에 거연천석이라는 각석이 있습니다.
거연천석은 주자의 시 정사잡영12수중에 거연아천석에서 딴것으로 물과 돌이 어울어진자연에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아마도 이 황씨동천이 그러하다는 뜻이겠지요.
거연천석뒤쪽에는 경와구려라는 각자가 있습니다.
경와는 평해황씨 황득중의 호인데 정려가 있었던것에 유래하여글자를 새긴것 같습니다.
경와황득중이 이 마을에 소박한 집을 짓고 살았었다는걸 마을 어귀에 기록해 놓았겠지요.
황씨동천이 시작되는 이 지점은 지금도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훨씬 큰 개울이 굽이치는 아름다운 곳이였지않나 상상해 봅니다.
황씨동천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봅니다.
길가 양쪽으로 큰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마치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대문 같군요.
그 큰 바위에도 어김없이 각석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보면서 왼쪽에 일승암이, 오른쪽에 황씨묘국이 있네요.
황씨묘국은 황씨들의 묘역들이 있다는 표시겠지요.
황씨동천에서 부터 시작하여 황씨묘국까지 있으니 황씨들은 바위 기록을 무척 즐겨했나봅니다.
왼쪽의 일승암입니다.
직역하면 해가 뜨는 바위인가요 ?
늘 한결같이 따뜻한 햇살이 비취는곳일까요 ?
올라가면 평평한 마루 같으니 앉아서 일광욕을 해도 참 좋을것 같습니다.
개미들도 해를 알아보는지 일자에 집을 예쁘게 지었네요.
개미들의 집에 따뜻한 햇살이 늘 깃들길 바라며 조심히 글자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황씨묘국뒤에는 지산대가 있습니다.
바로 옆에 집이 지어져 그 집의 뒤곁에 있게 되었네요.
황득중에게는 4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 황시백으로 호가 지산이라합니다.
지산이라는 호는 산같이 높고 훌륭하며 맑고 깨끗한 인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겠지요.
벼슬은 통훈까지 올랐으며 지산유고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황시백의 동생 황시한의 호가 각자된곳을 찾아가봅니다.
지동리 탑골가는 입구에 있으며 비닐하우스가 많은 맞은편에 있습니다.
앞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어요.
황시한은 통정대부좌승지까지 올랐는데 그의 호가 오산입니다.
나는 산과 같다는 뜻일까요 ??
황득중의 4형제는 자기 호를 고향인근에 다 각자해 놓았군요.
다음으로 찾아간곳은 행산대입니다.
답사팀선생님께서 열심히 청소를 하시고 계십니다.
행산은 황득중의 아들 황시채로서 통사랑 효릉 참봉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도계세고가 있습니다.
호를 행으로 한것은 학문을 배워 익힌다는뜻 같습니다.
그 왼쪽 옆으로는 학헌이 있는데 직역을 하면 학이 있는집이고.
행산과 학헌을 합쳐 생각하면
학문을 하는 선비가 사는집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
아래 지도는 제가 답사한곳을 다른분들도 쉽게 하실수있도록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바위글씨들은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지내온 여유로운 삶과 그들이 가졌던 예술적 감성이나 또는 유교나 도교 그리고 불교적인 사상들이 생활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입니다.
바위에 새겨진 한 글자 한 글자가 각각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개발에 밀려 이런 유산들이 하나하나 없어져 가는걸 안타깝게 생각하며.
누군가는 이런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보존해 가는게 정말 보람있고 의미있는일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