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물
임병식 rbs1144@daum.net
2월 중순, 봄의 전령사 매화꽃을 보기 전에 먼저 고로쇠 물을 만났다. 지인이 어렵게 구한 고로쇠물 한 통을 보내준 것이다. 고맙기 짝이 없다. 선물이란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받은 입장에서 기분 좋아진다. 그것도 금년들어 봄의 초입에 받은 것이라 고맙고 반가웠다.
고로쇠 물은 지인이 늦은 시각 직접 차를 몰고 와서 건네주고 돌아갔다. 그 바람에 미처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내려놓기가 바쁘게 되짚어 돌아갔던 것이다.
고로쇠 물을 얼마 만에 대한 것인가. 직장생활 할 때 맛본 후 20년도 넘었다. 물통을 보니 미감이 벌써 전해온다. 내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챙겨주다니. 가슴이 뭉클하다. 나는 이것을 받아들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고로쇠 물은 인동의 광양 옥룡면이 주산지다. 이 밖에도 지리산일대에서도 나오는데 물맛은 광양 것만 못하다. 전에 이른 봄이면 동료들과 광양으로 원정을 가 고로쇠 물을 먹었다. 그런 때는 주로 마른 오징어나 쥐치포같은 짭쪼롬한 것을 준비했다. 그것이라야 물이 많이 먹히기 때문이다.
그런 풍경은 한때 크게 유행하여 이른 봄이 되면 자연스레 고로쇠물 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을 먹지 않으면 대화에도 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직장을 퇴임하게 되자 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런 물 마시기는 사라지고 함께할 사람도 없어졌다.
그런데는 이유가 있다. 수액이 딸리다보니 가짜가 등장한 것이다. 공급이 딸리다보니 나무에서 원액을 채취하여 판매한 것이 아니라 적당히 물을 섞어 팔고, 심지어는 고로쇠나무를 베어다가 삶아서 그 물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니 그 풍속도 시들해질 수밖에.
그것을 만드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지리산 자락마을인데, 뚜껑이 덮여진 큰 물통에 는 가짜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것은 가는 호수로 이어져 나눠지고 있었다. 그것은 누가 보나 눈속임이었다.
그것을 본 후로 나도 항간에서 떠도는 소문을 배척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저런 일로 고로쇠 물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기억에서조차 가물거리는 터다. 한데 이런 마당에 지인이 생각지도 못한 고로쇠 물을 안겨진 것이다.
나는 이것은 진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땅에 떨어진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주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우선 신뢰하는 지인이 전해준 것이 아닌가.
고로쇠물의 채취는 2월 초순에서 3월말까지가 적기이다. 이때 단풍나무과의 고로쇠나무는 뿌리에서 수분을 몸통위로 많이 끌어올린다. 이 나무는 대단히 민감하여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시기에 작업을 하고, 비가 내리면 멈춰버린다고 한다.
이 고로쇠 물은 건강음료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마그네슘과 미네날이 풍부하여 뼈를 건강하게 하고, 몸 안의 독소제거와 면역력강화, 이뇨작용과 위장에 좋다고 한다. 그밖에도 변비개선, 숙취해소,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설사하기 쉽고 당뇨환자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단다. 보관은 상온에서는 1주일, 냉장고에서는 3주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물위에 부유물이 뜨면 버려야 한다고 한다. 부패가 시작되는 표시이기 때문이란다.
이 고르쇠 물을 보니 30여 년 전 지라산 산행 중에 만났던 오래된 고로쇠물통이 생각난다. 사용하고는 미쳐 가져가지 않는 듯 하나만 외따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혹시 물이 담겼나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는 게 없었다. 그것을 보면서 ‘내 복에 무슨 공짜가 있겠나’ 하고 헛웃음만 웃었다.
그때는 실망을 했지만 이번에는 물통을 집으로 가져와서 큰 대접에 부었다. 그리고는 흠감하듯 코를 대니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걸 벌컥벌컥 들이켜니 그때서야 옛날 맛보던 그 특유의 감미가 느껴졌다.
달착지근한 것이 뱃속을 시원하게 했다. 얼마 만에 맛보는 것인가. 특유의 진한 물맛에 고마운 마음이 얹어져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이걸 맛보면서 새삼스레 지인의 살갑고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2023)
첫댓글 고로쇠 철이네요
한때 광양 고로쇠는 여수 사람들 아니면 안 된다고 할 만큼 여수 사람들이 많이 찾았지요 저도 해마다 1박은 할 정도로 진상이었죠 밭에 여남은 주 심어놓았는데 산중이 아니라서 그런지 물이 잘 안 나오더군요 지인께서 몸소 귀한 골리수를 선물해 주셔서 산중의 봄 맛을 만끽하셨다니 그 또한 선생님의 적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귀한 고로쇠물을 맛보았네요. 지인이 일부러 가져다 주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유행을 타는지 예전에는 광풍이 불었지요. 광양에 가서 물을 먹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도 못했지요.
그런데 어느때보터 시들해지더니 그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걸 받아드니 옛생각도 나고
지인이 고맙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