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는 허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한 액션을 자랑하고 있다. 보병무기강화프로그램, 일명 ‘슈퍼 군인 프로젝트’ 과정에서 브루스 배너(에드워드 노튼 분)는 감마선(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한 가지)에 노출돼 거대한 초록색 육체를 지닌 헐크(Hulk)가 된다. 그는 자신 안에 있는 헐크를 군사 무기로 활용하려는 썬더볼트 장군(윌리엄 허트 분)을 피해 도망친다.
헐크가 미국 정부의 자산이라 주장하는 썬더볼트 장군은 브루스가 숨어 있는 브라질로 에밀 블론스키 중령(팀 로스 분) 등의 특공대를 보낸다. 하지만 작전은 막강한 헐크의 위력만 확인한 채 무위로 끝나고, 이어 미국 컬버대학 교정에서 벌어진 헐크 생포 작전에서도 엄청난 병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실패로 끝난다. 썬더볼트 장군은 브루스가 조력자의 도움으로 임시 치료를 통해 내재된 헐크를 잠시 억제시킨 후에야 겨우 그를 생포할 수 있게 된다.
선과 악의 대결. ‘히어로’ 영화에서 종종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와의 싸움을 통해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한다.ⓒ위 스틸컷, 아래 좌·우 스틸컷
그러나 브루스의 힘을 탐낸 블론스키가 또 다른 헐크가 되면서 상황은 급박해 진다. ‘히어로’ 영화에서 자신과 똑같은 능력(때로는 그 이상의 파워)을 가진 다른 존재들은 ‘절대 악’을 상징한다. <슈퍼맨 3 (1983년 작)>, <스파이더맨 3(2007년 작)>, <아이언맨(2008)> 등이 그 사례이다. 영화는 파괴 본능만 남은 블론스키의 헐크와 이를 저지하려는 브루스의 헐크와의 혈투를 통해,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남용과 인간의 욕심 등에 의한 재앙 등 기존 SF 액션 영화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영화에서 헐크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8톤에 달하는 지게차를 소프트볼처럼 던지고, 두 세 번의 주먹질로 승용차를 반 토막 낸다. 고층빌딩을 단숨에 오르거나, 빌딩 옥상을 뛰어 다니는 등 헐크의 점프력과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헬기에서 유출된 기름에 불이 붙어 폭발하기 직전에 헐크는 두 팔을 뻗어 양손을 부딪쳐 바람을 일으킨다. 여기서 일어난 강력한 바람은 마치 서유기에 등장하는 파초선처럼 불을 일시에 잠재워 버린다.
헐크에게서 가장 놀라운 것은 내구성이다. 일반 총탄으로는 헐크의 피부를 귀찮게 할 뿐이었고, 웬만한 철판을 뚫어 버리는 50구경 기관총탄에도 멀쩡하다. 심지어 수류탄과 유탄발사기 등과 같은 폭발에서도 헐크에게는 조그만 생채기만 남길 뿐이다. 여담이지만 헐크보다 헐크가 입고 있는 바지야 말로 내구성 ‘갑’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1978년부터 TV로 방영된 <두 얼굴의 사나이> 때부터 <어벤져스(2012년 작)>까지 헐크의 바지는 절대 찢어지지 않기에 말이다.
소음 때문에 이웃 간 칼부림까지
이런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한 능력의 헐크를 제압하는 무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일종의 인공 소음 발생기인 지향성 음향대포다. 영화에서 소음은 종종 놀랄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3(2007년 작)>에서 블랙 스파이더맨으로 엄청난 힘을 지닌 외계 생명체 베놈의 치명적 약점 역시 소음이었고,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1996년 작)>에서도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의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무기 역시 소음이었다.
현실에서 이러한 소음을 무기화 하려는 것은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서였다. 적 탱크내부 병사들만 살상할 수 있다면 탱크를 탈취해 전략·전술을 펼치기에 용이할 수 있다. 그런 무기가 바로 음향대포였다. 음향대포는 장거리 음향장치(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로 통칭되는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초강력 소음’을 내는 비살상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음향대포-헐크를 제압하는 지향성 음향대포.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초강력 소음’을 만들어 내는 장비로서, 2010년 G20 정상회의에 배치돼 안정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영화 화면 갈무리
오랫동안 노출되면 청각기관에 손상을 입거나 영원히 청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목숨까지 앗아간 사례가 있다. 2005년 여객선을 피랍하려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음향대포가 사용됐는데, 해적들은 청력 손상 및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이러한 음향대포가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시위 해산용으로 배치되려 해 안전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음향대포는 2500khz의 고음을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크기인 152데시벨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인권단체들은 소음(음압)의 수준이 120~130데시벨에 달하면 소리가 고통으로 느껴지고, 160데시벨이면 일시적인 노출에도 청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이 보다 한참 낮은 소음강도에도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아래층 사람이 위층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층간소음 등의 이유로 살인과 방화라는 끔직한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의 주요 도시의 주택이 APT 등 다세대 주택이 많다는 점에서 소음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외에도 공사장 소음, 자동차 등 도로 소음, 철도 소음, 항공기 소음 등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 낸 소음, 즉 인공 소음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소음은 그 정도에 따라 인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숙면을 취해야 하는 야간 시간에는 그 영향의 정도가 더욱 크다. 2006년 환경부의 ‘생활소음대책’ 자료를 보면 조용한 공원 수준인 35 데시벨까지는 수면에 거의 영향이 없지만, 40 데시벨부터는 수면 깊이가 낮아진다고 한다. 이어 백화점의 소음 정도인 60 데시벨부터는 수면 장애가 시작된다고 한다. 주간에도 시끄러운 곳에 오래 노출되면 영향을 받게 된다. 시끄러운 사무실의 소음 정도인 70데시벨에서는 집중력이 저하와 말초혈관이 수축 되고, 80 데시벨 (철도변 소음 정도) 이상일 경우에는 청력장애, 난청 현상 등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소음은 자연에게 치명적 스트레스
국어사전에서 ‘소음(騷音)’은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라 말하고 있다. 이런 소음에 사람도 사람이지만 동물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힌다. 2001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발표한 ‘소음으로 인한 가축 피해 평가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가축의 경우 사람보다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도로공사 및 발파공사의 소음에 따라 젖소가 폐사하거나, 유산, 사산 현상과 함께 산유량 감소했다는 민원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젖소는 (소음 등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증가하여 심박동의 증가와 혈압상승, 말초혈관 수축, 자궁평활근 수축, 타액분비 감소, 위 운동감소, 식욕감퇴 등이 일어나 유산, 유즙분비 억제, 소화기능 장애, 불안, 초조, 근육의 긴장, 신경과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결하고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소음으로 인한 한우, 돼지, 양봉 등의 피해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의 ‘헐크’와 의 외계 생명체 ‘베놈’, 의 ‘화성인’의 공통점은 소음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소음은 사람과 자연 생태계에 악향을 미친다.ⓒ위에서부터 , , 스틸컷
소음은 가축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야생동물은 후각, 시각, 청각이 극히 발달한 종들이 많다. 모두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음에 의한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예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1963년 8월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지금의 창경궁이 동물원으로 사용될 당시 사육사들은 창경원 인근에서는 제발 자동차를 서행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야간 경적소리, 엔진 폭발 소리 때문에 1956년 이후 고라니와 캥거루, 말 등이 폐사했고, 꽃사슴이 정신착란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외신에서는 항공기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로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서로 물어뜯어 죽이는 사례도 전하고 있다. 소음에 의한 피해는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뿐만이 아니다. 2004년 호주 최남단의 타즈마니아 섬에서는 수천마리의 고래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폐사한 고래들이 청력 및 장기 등에 손상이 심했다는 점에서 240 데시벨에 달하는 음파로 잠수함 탐지하는 소나(sonar)를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스페인에서 몸길이 2m에 달하는 대왕 오징어의 수년 간 반복된 집단 폐사 역시 선박 소음 때문이라 지적되고 있다.
지난 해 미국의 국립진화종합센터(NESCent)의 연구에 의하면 실험을 통해 소음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소음을 싫어하는 어치는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한 숲에서 먹이 활동이 왕성한데, 나중에 먹기 위해 땅속 숨겨둔 씨앗으로 인해 숲이 풍성해 졌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시끄러운 곳에서는 숲의 발달이 그만큼 더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인사 잡음’ 청와대는 정치적 음향대포?
산 정상에서 등산객의 ‘야호’ 소리는 약 100 데시벨에 달한다. 이러한 갑작스런 소음은 청각이 발달한 동물들에게는 매우 큰 위협요인이다. 반달가슴곰이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에 이런 소리가 들리면 동면하는 곳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잘못하면 폐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번식철 새들은 새끼를 남겨두고 도망가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산에서 텐트를 쳐본 이들은 적막한 밤에 많은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비라도 올라치면 그 소리가 황홀하다. 보슬비는 아가의 아장거리는 소리가 나고, 소낙비는 자연의 난타 공연이다. 전문가들 중에는 이러한 자연의 소리, 즉 폭포소리, 파도소리, 바람 소리와 같은 소리를 ‘백색소음’이라 분류한다. 이런 소리들은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인공소음’을 중화시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숙면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에 따라 관련 상품이 시장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청와대 발 소음, 즉 ‘인사 잡음’으로 세간이 시끄럽다. 대통령이 직접 인선한 장·차관급 후보 중에 각종 의혹 등으로 6명이 낙마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벌어진 상황으로 국정 지지도 추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30일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람 사는 곳에, 특히 정치판에 소음이 없을 리 만무하겠지만, 최근 청와대 발 잡음은 MB 정권 초기보다 더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후퇴 등의 잡음도 들리고 있다. 우리 정치판에 ‘자연의 소리’, 즉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치는 언제 도래할수 있을지, 박근혜 정권 시대가 참으로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