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 모두 “이렇다 할 소리 없이”
(Sans faire de bruit) 헤어지고 마는 걸!
김승웅
지난 10월의 마지막 밤, '명예시인' 김성우 님이 제게 과제물로 주신
프랑스 시인 르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Les feuilles mortes)의 원문을 찾아냈기에
부랴부랴 아래에 싣습니다.
구르몽의 시 "낙엽"은
앞서 글방에 소개한 그의 또 다른 시 "말"(馬/Les Chevaux)과 마찬가지로
(둘 다 똑같이) '시몬!'으로 시작되는 바람에,
더구나 김성우 님이 파리특파원 시절 파리 국립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했던 그 시를
(내가 운 좋게) 이리 단 숨에 쉽게 찾아내다니!...감격, 또 감격한 나머지
시 원문의 대조도 없이 장돌 집어던지듯 싣다보니 오보를 냈습니다 그려.
이 자리 빌어 정정(訂正)합니다. (사과의 의미로)한글로 번역된 시도 함께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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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feuilles mortes
- 르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
1858~1915
Simone, allons au bois: les feuilles sont tombées;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êles épaves!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Elles ont l'air si dolent à l'heure du crépuscule,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Quand le pied les é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âmes,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Viens: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Viens: déjà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이 시 "낙엽"을
같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가 같은 이름의 시(詩) "Les feuilles mortes"로 남겼습니다.
프레베르의 시는 우리한테는 구르몽의 "낙엽" 대신
"고엽"(枯葉)으로 더 친숙하지요. 낙엽과 고엽...어느 말이 더 맞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프레베르의 시 "고엽"도 여기 함께 옮깁니다.
프레베르의 "고엽" 가운데 저는 특히
"이렇다할 소리 없이"(Sans faire de bruit)라는 구절이 참 좋습니다.
애인이고 친구고...우리 모두는 결국 이렇게 "이렇다할 소리 없이" 헤어지고 마는가!
이 구절 하나를 살리기 위해 시인은 "고엽"을 빌린 듯 싶습니다.
이 "고엽"...이태리 계 프랑스 가수 이브 몽땅의 노래로 더욱 유명합니다.
가을입니다.
주일 새벽 6시, 밖에 주룩 주룩 내리는 가을비를 내다보면 씁니다.
김승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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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枯葉/Les Feuilles Mortes)
- *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 ~ 1977
Oh,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des jours heureux ou nous etions amis
En ce temps la, la vie etait plus belle
et le soleil plus brulant qu`aujourd`hui
아! 나는 그대가 기억해주길 간절하게 원해요..
우리가 서로 함께했던 그 행복한 날들을….
그 무렵에 인생은 덧없이 아름다웠고,
태양도 지금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죠.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a la pelle
tu vois, je n`ai pas oublie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a la pelle
les souvenirs et les regrets aussi
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e de l`oubli
Tu vois, je n`ai pas oublie
la chanson que tu me chantais...
낙엽들이 무수히 나뒹굴고 있네요...
아시죠? 제가 잊지 않고 있다는 걸요...
낙엽들이 무수히 나뒹굴고 있네요...
추억과 회한(悔恨)들 역시도….
그리고 북풍은 그것을 차가운 망각의 밤 속으로 실어가네요.
당신이 내게 불러 준 그 노래가 나에겐 잊혀지지 않네요.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toi tu m`aimes et je t`aimais
Nous vivions tous les doux ensemble
toi qui m`aimes, moi qui t`aimes
그것은 우리들과도 닮은 하나의 노래였죠.
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우리 둘은 함께 생활했었는데...
Mais la vie separe ceux qui s`aiment
tous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esunis
그러나 인생은 이렇다할 소리 없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떼어 놓았고,
바닷가에 남긴 발자국들을
파도는 말없이 지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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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1900~1977)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각본가. 그의 시는 프랑스어 세계, 특히 학교에서 매우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쓴 영화 가운데 몇 가지는 사상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1977년 4월 Omonville-la-Petite에서 폐암으로 죽다/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