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7일차
답사 마지막 날 아침이다. 아침 호텔 식사는 이번 여행 중 가장 괜찮았다. 아침을 먹고, 7시 50분경 출발. 하지만 자금성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 호텔을 자금성 부근으로 잡아달라고 여행 전에 부탁했었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북경은 자금성을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어 있어, 자금성 부근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이다. 아무 곳이나 차를 정차해 내리면 벌금도 낸다고 한다. 차라리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고 싶었지만, 비가 왔다. 파림좌기에서 요나라 상경성 답사할 때 비는 반가웠지만, 오늘 비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자금성 입구에서 표를 끊고 입장한 시간은 9시 45분.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너무 늦었다. 12시까지 답사한다고 해도 자금성을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 시간이었다.
자금성은 20년 전에 답사한 적이 있는 곳이다. 당시에는 비공개 지역이 공개 지역보다 많아서, 남문인 오문(午門)으로 들어가 태화문을 지나 삼대전이라 불리는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을 보고, 건청문을 지나 후삼궁인 건청궁 교태전 곤녕궁을 보고 후원인 어화원을 보고 북문인 신무문으로 나왔었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이 코스를 따라 움직인다. 이번에도 그 코스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시간이다. 자금성 자체보다는, 북문 밖 경산에 올라가 자금성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경산에 가고 싶은 분은 11시까지 북문에서 만나자고 했다.
오문으로 들어가면 금수하(金水河)를 보게 된다. 경복궁, 창덕궁 등에 보이는 금천(禁川)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공하천이다. 금수하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석교를 건너 태화문으로 들어갔다. 자금성에서 가장 큰 태화전이 눈앞에 보였다. 태화전은 외국 사신들에게 조공을 받는 행사 등에 이용되는 건물이다. 권위의 상징 월대(月臺)가 3단으로, 태화전을 웅장하게 보이게 한다. 경복궁 근정전은 2단, 창덕궁 인정전은 1단 월대에 비해 단수도 높지만, 규모도 엄청나다. 태화전의 월대는 중화전, 보화전까지 연결되어 있다. 커다란 3개 건물이 하나의 월대 위에 올려져 있다. 자금성의 웅장함은 월대 위 삼대전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화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올라갈 생각을 포기하고 궁의 서쪽으로 향했다. 자금성의 1/4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금성에서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궐내각사, 옛 화장실 등을 돌아보고자 했지만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자금성이 경복궁보다 크고 화려하지만, 기본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규모와 재질의 차이 등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면 크게 새로운 궁궐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궁궐도 그렇지만 중국도 지나칠 정도로 황실의 화려함을 보여주려고만 하고 있다. 자금성의 1/4 정도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궁궐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궁궐 내 실무자들의 공간보다, 대비, 황후, 후궁들의 생활 공간 위주로 공개하고 있다. 궐내각사 중에 본 것은 보화전 서북쪽, 건청문 서쪽에 위치한 군기처 건물뿐이었다.
자금성은 1406년부터 14년에 걸쳐 명나라 영락제 시기에 완성된 건물이다. 경복궁 창건, 조선 후기 경복궁 중건이 각 3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건축에 투여된 자재와 인력이 엄청나다. 조선에 비해 인구가 20배 이상 많았던 명나라는 황제국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과도할 정도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크고, 높고 지었다. 자금성 규모가 부러운 것은 아니다. 정말 부러운 것은 청나라도 명나라 자금성을 약간만 수리해서 그대로 사용했고, 북경을 점령한 일본도 자금성을 장차 자신들이 사용하겠다며 폭파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점이다. 열하산장과 자금성이 부러운 것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뭘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자금성의 주요 건물들을 사진기로 찍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카메라 SD카드를 노트북에 끼워놓고, 아침에 빼서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폰카메라로 후원을 비롯한 몇몇 장소는 찍었지만, 태화전을 비롯한 중요 건물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긴장이 풀어진 탓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내궁 동쪽에 전각 안에서 버젓하게 식당을 차려놓고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자금성을 제대로 답사하려면 5~6시간은 족히 걸리니 궁궐 내부에 식당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라면 상상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북문으로 나온 시간은 10시 45분. 자금성을 너무 대충 본 느낌이다. 북문으로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결국 10명이 자금성 뒤쪽에 있는 경산(景山)에 올랐다. 자금성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경산 공원은 60세 이상은 입장료 무료라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동쪽에서 경산으로 올랐다. 주상정, 관묘정을 지나, 정상에 위치한 만춘정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찍은 자금성 모습이 역시 볼만했다. 비가 그쳐 더워진 날씨를 아이스크림을 사서, 일행분들과 함께 나눠 먹고 경산공원 동문으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12시가 조금 넘어 일행 모두를 만나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빠르게 시내 중심부를 벗어나, 공항 부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쳤다. 시내 교통이 막힐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공항에서 가이드와 버스기사와 작별을 했다. 짐 검사에서 충전기가 문제가 되어 짐을 한번 다 풀어보는 일도 생겼다. 중국에 입국할 때는 충전기에 절연테이프를 붙였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모노레일차를 타고 이동 후, 다시 여권 검사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게이트에 도착했다. 공항 내 물가는 살인적이었다. 3~4원이면 살 수 있던 콜라를 10배나 비싼 42원을 받았다. 중국 상인이 예로부터 잇속에 밝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몹시 심했다.
인천 공항에 7시 45분에 내렸지만, 막상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은 8시 15분. 공항에서 30분이나 지체되었다. 짐을 찾는 곳에서 함께 답사를 한 분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번 답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답사를 마칠 수 있게 되어,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첫댓글 답사기를 읽는 내내 함께하는 기분입니다..좋은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