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가 쓰러진 길
꿈을 꾸었다 꿈을 꾸는 동안 바람이 불고 나무가 쓰러지고 큰비가 내렸다 꿈 밖은 아직 여전한데 쓰러진 나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낯익은 길을 베고 저세상의 길을 떠난다 잔바람에도 미루나무는 얼마나 반짝이는 푸른 손짓으로 바람을 불러모았던가 나무가 누워 있는 동안 이 산길 미루 나무의 노래는 다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바람의 나무, 바람의 손바닥 들이라 부르던
저 쓰러진 나무와
다 버릴 수 없어 허리를 자른 나무들 사이에 나는 오래 망설인다 나무에 등 기대어 거기 스스로를 가두고 나무처럼 쓰러져 있다고 여긴, 나무가 쓰러지며 지워버린 한평생 저 허공중의 길과 내가 한때 쓰러졌다 여긴 이 길 위에서 나의 오늘을 물어본다
박남준 시집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첫댓글 얼마전 아래 엽서를 만났는데...
같은 그림의 작품이 내게로 왔다
엽서를 보고 한보리님에게 작가를 물어보니 신양호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