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도 보통의 남자들처럼 뉴스와 선호하는 스포츠(야구)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도 이따금 보기는 하지만요. 경제나 정치 기타
사회현상에 대한 토론프로도 그것에 대한 책 몇 권만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을 기계적 중립이랍시고 좌-우, 진보와 보수로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르는 저질(?)이 대부분입니다. 보수가 심하지만.
드라마는 유일하게 노희경 작가의 것은 꼭 챙겨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재방송을 통해서라도 빠짐없이 보는 예능프로(?)가
“알쓸신잡”입니다. 책은 오롯이 작가의 작품이고 그것 보다야 덜 하지만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듯이 프로그램도 PD가 지휘자입니다. “알쓸신잡”의
나영석PD는 예전에 KBS에서 1박2일로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주특기는 여행+⍺입니다.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KBS에서 tbN으로 이적
해서도 이 포맷은 변함이 없습니다. 종편이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기존의
KBS, MBC, SBS에 비해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시간에
방송국을 알릴 최선의 방책은 시청자에게 부담 없는 예능의 강화였고
스카웃으로 귀결된 것이지요. 외적, 내적으로 쌓여온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경우는 다르지만 세계에서 일류 선진국 이라는 동-서독의 통일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서독이 대등 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 얘기가 옆길로
가네요. 알쓸신잡을 지나가는 말로 처음으로 제안했던 사람은 유시민씨로
알려져 있는데 처음에는 나영석과 관계자들이 부정적 이었답니다.
기존의 나영석표는 여행+⍺에서 알파는 유명 연예인의 게임이나 신변잡기의
예능이 주였던 반면 알쓸신잡에서 ⍺는 “교양”이 전면에 등장하게 됩니다.
주객전도 “교양”이 주연이고 여행이 보조자가 된 셈입니다.
글의 행간을 읽듯이 프로그램의 뒷면을 살펴보면 알쓸신잡에서 어떤
여행지를 선택하면 출연자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 동네에 관해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건물, 역사적 사건, 음식 등 텍스트을 충분히
숙지해서 수다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물론 출연자들의 “구라” 빨은 상당
하지요. 단지 그것만으로 그 프로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시청률이
높은 것일까요. 어쩌면 알쓸신잡을 살린 최대의 미덕 고갱이는 출연자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입니다. 한걸음 더 들어가던지 연관된 사실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보던지 자신만의 해석이 화룡점정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도 시간을 투자해 인터넷 등을 활용하면 텍스트와 현장에 대한 정보는
출연자들만큼 학습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해석이 어렵지요.
저가 늘 하는 소리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가 세상을 “해석”하는 행위
입니다. 무지 멋있지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딱 세상은 이래! 하고
선포하는 것 이지요. 사람은 독단자입니다. 누구나 개별적 존재입니다.
각기 살아온 경로가 다르고, 같은 상황이라도 흡수하는 경험과 학습의 다름
으로 처지도 다르고, 인식도 다릅니다. 형제라 할지라도. 인생이 고해(?)의
바다라면 자신만이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인의 도움은 유용합니다.
그래도 최종의 해결자는 자기 자신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는 어떻게 세상을 해석 하느냐 이고. 이것을 가치관, 사상으로 불리지요.
말은 곧 글입니다. 알쓸신잡이란 책이 있다면 분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출연자들은 각자의 페이지를 적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은 외로워서, 권태로, 건강을 위해 혼자 혹은 여럿이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등산, 낚시, 자전거, 테니스 등 독서모임은 가장 정적이면서 외연이
넓은 독특한 집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석(책)을 해석 하는 곳 이니.
해서 좋은(?) 독서모임은 “알쓸신잡”의 출연자들처럼 자신만의 해석이
소중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괴롭고, 고통스럽고, 힘들다 해도.
이것을 무시하고 수 만권의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지. 타인의
해석을 내 것으로 육화하지 못하면 그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지. 그가(작가)
내가 아니듯 내가 그가 될 수 없는 개별적 존재인 것을. 독서란 자기만의
해석을 고민하는 “과정”외에 무어 다른 것 이겠는지. 사람마다 해석은
다를 수 있습니다. 독선과 오류의 가능성은 늘 상존합니다.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음식의 부패와 숙성의 경계처럼. 비록 독선과 오류라 할지라도
이르는 과정이 성실하고 정당하다면 인정하고 싶습니다.
과연 나는 부패와 숙성 어디쯤 일까.
뱀발; 빨래가 많아 10키로 세탁기 한계치 까지 돌려서 널었는데 11경
빗방울이 아! 이 무슨 지랄 같은 상황이. 다시 걷고 다시 널고 휴!!
짜증이 받쳐 막걸리 1병하고(핑계) 알쓸신잡 재방송을 보다가 위의
내용이 생각나 적었는데 역시 숙성이 부족했는지 횡설수설이네요.
할 말의 전달도 매끄럽지 못하고 어쩌랴 다시 고쳐 화장을 한들 이미
생얼을 알고 있는 여러분에게 무슨 소용 모르겠다.
첫댓글 생얼을 알지만 화장을 하거나 멋을 부려 차려입으면 생얼보다 멋지지요. 최샘 글은 무슨 글이든 재밌게 잘 읽고 공감하고 있답니다. 저도 티비가 없고 영양가없이 떠들어대는 예능프로를 싫어하는데 아들을 통해 알게 된 알쓸신잡은 다 봤습니다. 백과사전이나 네이버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최샘말대로 개인의 해석이 있어서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들에게 향기나고 닮고 싶어하는 사람의 모습들을 보여줘서 나피디가 고마웠습니다. 보는 동안 다양한 생각과 해석과 가치관들을 엿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배움도 있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 재미있었고요. 최샘 덕분에 알쓸신잡의 재미를 떠올리면서 웃음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