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6 | [RE] 늦둥이 | 2007-12-24 오전 11:49:33 |
별장지기 |
스크랩 : 0
조회 : 75 |
돌여사께서는 제가 지난 11월 초순에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쓴 글을 안(못?) 읽으셨군요.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군대가 달라졌습니다 그려.
한 분대가 한 방을 쓰는데 침상이 아니라 1인용 침대랍니다. 고참이 졸병에게 무엇이든지 시키는 투의 말을 해서는 절대로 안되고, 졸병이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을 해주어야 하고, 샤워는 매일 할 수 있고, 밥은 현미밥, 밤밥, 무우밥 등등이 돌아가며 나오고, 배식은 자유배식. PX에는 냉동 불고기, 닭강정, 등등의 냉동 냉장식품들이 있고, 전자렌지가 다섯개가 있고. 월급이 체크카드로 입금이 되어서 PX에서는 카드를 긁어서 물건을 사고. 부대정문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들여다 본 부대 안에는 노래방이 보였고.
사실 훈련받는 동안에는 아들에게서 몇 장의 편지만 받았고, 나는 이틀걸이로 인터넷 카페에 편지를 썼는데, 그래서 마음이 허전하고 걱정되고 했었는데, 훈련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은 그날 저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 먹을 무렵에 중대 행정관이 전화를 해서 자기 부대로 왔다며 아들을 바꿔주더니, 밤에는 소대장 전화로 아들이 전화를 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전화 끊어라, 내가 그 번호로 전화할께" 하고는 마눌과 교대로 전화기를 마냥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아들이 자주 전화를 하니까 군대에 가서 허전하다는 마음이 좀 줄어들더라고요. 다만 내가 먼저 전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바로 다음날 면회를 가려했더니 딸애가 갑자기 결근을 할 수가 없어서 일주일을 늦춰서 엊그제 다녀온 겁니다.
침대에 엎드려 TV를 보다가 고참이 들어와도 그냥 그 자세로 인사만 한다니, 뭔가 좀 잘못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시키는 투의 말을 해서는 안된다면 지휘체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약간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것은- 귀대시간이 저녁 8시인데 아들이 아침 먹고 문산에 나가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을 사가지고 바로 귀대를 하겠답니다. 왜그러느냐고 했더니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금촌에 나가서 돌아다니려면 아빠 엄마가 강아지까지 데리고 다니며 너무 힘드실까봐서라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제 분대가 5명인데 1명이 휴가를 나갔고 저는 외박을 나왔기 때문에 세 명만 남았고, 청소나 정돈 같은 것을 하려면 다섯이 하던 것을 셋이서 하는 게 힘들테니까 그냥 들어가서 도와야겠다는 겁니다. 우리 때에는 귀대시간을 꽉 채우고서야 귀대를 하곤 했는데,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런 마음을 쓰는 아들이 대견하고 믿음직해 보였습니다.
점심이라도 먹고 들어가라 했더니 들어가서 분대원들과 파티라도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며 부대 앞에 데려다 주었더니,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며 돌아다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마음 든든했습니다.
늦둥이지요, 이 나이에 군대를 간 아들이니. 그래서 열심히 마눌이 만들어주는 콜라겐도 바르고, 영양크림도 바르고, 머리염색을 하며 할아버지 티를 안내려고 애를 쓴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