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났다.
여행을 할때면 평소에는 없던 부지런함이 생긴다.
일본의 전철 플랫폼에는 우리나라 보다 복잡하게 뒤영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전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JR 가마쿠라역
역에 도착했을때 눈부신 아침햇살의 역광이 나의 카메라를 맞이하고 있었다.
와카미야오지
성급하게 부지런했던 나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가게가 마땅히 없었다.
카페에 들러 간단한 메뉴와 커피를 주문했다.
드립커피여서 커피가 나오는데 좀 기다려야 했지만
오히려 이런 기다림이 나에게 잠시나마 휴식시간을 제공했다.
이런 일본의 아침 풍경이 정말 정겹다.
일본에도 교회가 있구나.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정문
1063년 가마쿠라 막부의 2대 쇼군인 미나모토 요리요시가
가마쿠라 겐지 가문의 수호신인 하치만신을 모시고 무인들의 장수와 복을 빌기 위해 세운 신사이다.
벚꽃과 유사하지만 좀더 붉은 이 꽃의 이름이 뭔지 까먹었다.
잠시나마 충정로에서 근무할 때 근처 약현성당에 산책을 자주 갔다.
이 붉은 꽃이 만개했던 작년 봄 약현성당은 정말 아름다웠다.
신사 위에서는 내가 곧 나아가야 할 길이 한눈에 보였다.
저 끝에는 바다가 있을 것이다.
한 할아버지가 오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음식물을 받아 먹는 오리들을 사진에 담아내고 있었다.
꽂힌 깃발들은 뭘 의미하는 걸까?
쓰루가오카하치만구를 떠나 일직선으로 주어진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분명 끝이 있을 것이고 바다가 보일 거라 확신했다.
바다가 보였다.
오늘 일정은 유이가하마 해안을 따라 계속 걷는 것이다.
저 언덕을 넘으면 에노시마가 보일 것이다.
'그 봄 가장 조용한 바다'
주말에는 취미로 서핑을 하는 구나.
내가 해변 마을에 태어났다면 취미로 서핑을 즐겼을까?
서핑하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기타노 다케시는 정말 나에게 많은 감명을 준 영화감독이다.
그의 영화중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속초 해변가의 연안을 미동없이 바라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
바다를 실컷 바라보게 해준 매력적인 영화이다.
난 가마쿠라의 바다를 응시했다.
조개껍데기를 줍은 한가한 주말 아침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해변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버려진 음료수캔과 플라스틱 조각, 그리고 해변에 밀려온 나뭇가지가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미역을 말리고 있다.
사진을 찍고 있던 나에게 한 영국인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신은 일본을 여행하며 친구들과 공연을 하고 있는 기타리스트라고 했다.
참 신기하다.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와의 삶과 너무 다르게 이 영국인은 너무 자유로운거 같다.
난 항상 자유로움을 꿈꾸지만 평범한 삶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다.
이곳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쉬었다.
덕분에 얼굴도 많이 탔다.
이 언덕까지 걸어서 오다니...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일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조금씩 걸으며 변화하는 가마쿠라의 해변을 감상하는 쪽을 택했다.
괜한 도전을 했나 생각했다.
미소가 지어졌다.
난 에노시마 뒤편으로 후지산이 보인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에 감탄하면서도
에노시마와 후지산이 같이 보이는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큰 감동을 받았다.
렌즈에 먼지가 붙어서 사진 상단에 흠집이 남은게 아쉽다.
괜찮아! 다시 오면 되는거야.
이젠 저 섬을 향해 쭉 나아가는 거야!!!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사람들이 붐비는 음식점을 발견했다.
이른 아침이라 점심메뉴를 먹어볼 수 없다는게 아쉬웠지만
너무나 달콤하고 맛있는 펜케이크가 아쉬움을 달래줬다.
음식점에서 한참동안 쉬어갔다.
음식점 옆에는 봉고차에 싣고 온 중고물품을 파는 장사꾼과 구경온 사람들로 붐볐다.
특별한거 없는 작은 장터지만 참 정겨운 모습이다.
해변을 따라 놓인 전철길이 보인다.
에노시마에 꽤 가깝게 걸어 왔다는게 실감되었다.
에노덴
슬램덩크 성지인 가마쿠라코코마에역에 도착했다.
에노덴이 지나가면 만화 오프닝과 똑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매를 조심해야 한다.
하늘에 초등학생만한 매들이 엄청 많았다.
하늘 높이 날지도 않는다.
너희가 먹은거니?
에노시마로 가는 다리가 있는데 나는 배를 타고 삥 돌아서 후방을 공략하기로 했다.
후방주의!
섬에 도착했을 땐 후지산을 배경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또한 나처럼 후지산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멸치치어 덮밥과 에노시마 맥주를 주문했다.
회사 지하에 영화관이 있는데 거기서 '바닷마을 다이어리'란 영화를 봤다.
너무 지루해서 졸기도 했는데 잠깐잠깐 눈을 떴을 때 보았던 음식이 바로 멸치치어 덮밥이었다.
저 간장을 전부 부어서 엄청 짜게 먹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류렌노카네
전설 속의 용이 천녀와 사랑을 이루고자 에노시마를 만들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원한 사랑을 염원하는 수많은 연인들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이 종을 울리면 사랑이 이루어지나?
내가 다가갔을때 몸을 비벼가며 친근감을 표현할 정도의 개냥이가 있었다.
생긴건 그리 개냥이 같진 않았다.
에노시마 정상에는 온갖 묘기를 부리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분이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묘기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말과 행동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줬다.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정문으로 내려가는 입구쪽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그냥 우리나라 찐빵의 작은 사이즈 맛이었다.
멸치? 튀김과 맥주를 사들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놀이터를 찾았다.
잠시 쉬어갔던 놀이터
놀이터에는 엄마와 함께 미끄럼틀을 타고 노는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에노덴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을 샀다.
지금은 내 책상에 놓여져있다.
나는 모노레일을 타고 요코하마로 향했다.
다시 도착한 요코하마
요코하마에서 에노시마까지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잠깐 구경하다 갈까?
오늘은 너를 품을꺼야.
닛폰마루 메모리얼파크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피난용 여객선으로 이용되었던 니혼마루호는 이젠 퇴역하고 요코하마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 참 많이도 다녔다.
잔디밭에 커피를 마시며 잠시 누웠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왔을 땐 함께였으면 좋겠다.
첫댓글 일본은 사이사이 골목길이 참 예쁜듯.. 우리나라는ㅜ
나도 오키나와 여행하다가 카메라 렌즈에 저런 비슷한 먼지꼈는데 아무리 닦아도 안지워진다..어떻게 제거하는지 혹시 알면 공유좀
어머 석율이 다리 귀여워...바텀일듯
난 요코하마만 가야겠다
저긴 웅장한 포스는 없소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곳이네
요코하마...바닷가 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