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경 세종청사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기 위해 조깅으로 몸을 풀면서 집을 나섰다. 세종에서 서울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인데, 행사장 위치와 접근성에 따라 적절하게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버스에서 숙면에 들었는지 눈을 뜨니 고속버스터미널이다. 급행 지하철로 여의도역에 하차한 다음 환승하지 않고 1km 정도 떨어진 한강공원 행사장까지 다시 몸을 풀면서 이동했다.
평촌마라톤 클럽 지인들과 인사하고, 4시간 완주를 목표로 천천히 출발을 했다. 30km 이후가 문제이기 때문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5분 20초 안쪽으로 가지 않도록 페이스를 조절했다.
7km 지점 생애 첫풀을 뛴다는 젊은 친구가 말을 걸면서 접근해왔다. 오늘 목표는 서브4이고, 동마 목표를 330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 유지가 중요하니 힘이 남아돌더라도 속도를 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10km를 넘어서자 힘차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나중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그를 지켜봤다.
흐린데다 적당히 쌀쌀하여 달리기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였다. 땀도 별로 나지 않고 급수대를 지나치는 일도 많았다. 하프는 1시간 54분 30초에 통과했다. 이븐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시간 50분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25km 넘어서면서 힘이 들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라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안양천 2번째 반환점을 돌아나와 30km 지점에서 몹시 힘들어하는 젊은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풀코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면서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그렇다고 해서 축축 처지는 그의 페이스에 맞춰 덩달아 갈 수도 없는 노릇, 이번에는 내가 앞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매번 추월 당하다가 한명씩 추월하는 기분도 썩 괜찮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3시간 50분 12초로 골인했다. 가민시계로 측정한 거리로는 42.5km, 300m 이상을 더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기록은 3시간 48분 정도 될 것 같다.
작년 딱 한번 3시간 53분을 뛴 후 거의 1년만에 3시간 50분에 골인한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지난 여름 대상포진으로 오랜 시간 힘들었었다. 형편없는 기록이라도 좋으니 그저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 몸이 이제 그만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꾸역꾸역 달렸다. 물론 그 욕심 때문에 빠르게 200회 완주를 채웠지만, 지나고보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몸 관리를 하면서 이제부터는 기록에도 신경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