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포는 미국이 개발한 M61 20㎜ 개틀링식 기관포의 애칭입니다. 개틀링식 기관포는 여러 총열을 동그랗게 이어 붙인 포신(砲身)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발사 속도를 엄청나게 높인 것이 특징이에요. M61 기관포에 로마 신화에서 불과 대장장이의 신인 불카누스(Vulcanus)의 영어식 약칭인 발칸(Vulcan)이란 이름을 붙인 거죠.
원래 발칸포는 전투기에 장착하는 기관포였어요. 앞서 소개한 F-16, F-15 등 대부분의 미군 전투기가 발칸포를 탑재했죠. 하지만 '발칸포의 강력한 위력을 지상군에 적용하면 어떨까?'란 아이디어가 나왔고, 공중의 적을 제압하는 방공 무기로 쓰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이에 미 육군이 20㎜ 발칸 계열 대공 무기를 만들었답니다. 발칸포를 차량에 탑재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견인대공포(牽引對空砲)도 등장했죠. 1분에 최대 6000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M61 발칸포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이용해 대공 방어뿐만 아니라 지상 화력 지원에도 사용했답니다. 심지어 함정에 부착하는 버전도 있으니 그야말로 육·해·공을 넘나드는 무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군도 발칸포 도입에 나섰어요. 아직 우리 손으로 무기를 만들 능력이 부족했던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군은 미군이 사용하던 M61을 수입해 각 부대에 배치했는데요. 1973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국산화에 나섰습니다. 1973년 미 공군 전투기에 탑재하는 M168 발칸포를 분해·조립하면서 연구를 마친 우리 기술진은 차량 탑재용, 고정 진지용 발칸포 결합체를 잇달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1977년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발칸포가 우리 군에 처음 도입됐죠. 이때만 해도 핵심 기술인 레이더 등 사격 통제 장치는 국산화를 못 했지만, 1981년 국산 레이더를 부착해 명중률을 높인 국산 'KM167A1 20㎜ 견인대공포'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 육군 장병들이 공중 표적을 향해 KM167A3 견인대공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하지만 KM167A1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발칸포를 탑재하는 차량의 바퀴가 1개인 '단륜(單輪)' 구조라 이동하면서 넘어지는 사례가 나타났죠. 이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서 큰 약점이 될 수 있었죠. 그래서 2년 뒤 탑재 차량을 2개의 바퀴를 단 '복륜(複輪)' 구조로 바꿔 안정성과 기동성을 높였죠. 사격 통제 장치도 전자식으로 개량했어요. 이렇게 개량에 개량을 거쳐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는 KM167A3 20㎜ 견인대공포가 탄생하게 됐답니다.
KM167A3 견인대공포는 육·공군과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국토 곳곳에 촘촘하게 배치돼 있죠. 주로 낮은 고도로 침투하는 항공기에 사격을 하는 용도인데요. 최근 북한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무인기를 상대할 주요 무기로 꼽히고 있어요. KM167A3 견인대공포의 핵심은 역시 포탄을 쏠 수 있는 포신인데요. 한 묶음으로 구성되는 6개의 포신의 길이는 어린이 키만 한 152㎝에요. 무게는 8㎏이죠. 이 포신들이 회전하면서 1분에 1000~3000발의 포탄을 쏟아낼 수 있어요. 우리 군은 보통 10·30·60·100발 단위로 끊어 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이를 통해 짧게는 250m, 멀리는 3000m 위를 날아가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어요. 미군처럼 지상 공격도 가능하죠.
최신 기술로 개량된 KM167A3 견인대공포의 가장 큰 장점은 열영상 야간 조준기를 장착해 밤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 조준기를 사용하면 밤에도 적 항공기·무인기 등이 사거리 안에 진입하기 전부터 탐지할 수 있죠. 미리 아는 만큼 더 꼼꼼히 사격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대공 방어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된 거예요. 오래된 무기 체계라고 해도 개량을 통해 미래전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진리를 KM167A3 견인대공포는 보여주고 있어요.
자료: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을 거쳐 국방일보 기자로 활동 중이다. 국방 정책과 무기 체계 등을 주로 다뤘으며 현재 국방일보 취재팀 데스크로서 국방일보 지면 편성 및 기획, 기사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