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어르신 집 앞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그곳에는 매년 상추와 배추, 무를 심는다.
서리가 내리기 전 무를 뽑아 커다란 고무통에 비닐을 깔고 저장한다.
무를 뽑는 날은 부산에 사는 큰 아들이 내려오곤 했다.
텃밭 채소를 혼자 사는 이지혜 어르신께도 여러 번 주셨다.
센터에 가져오기도 한다.
어르신이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가까이 다가가니 행여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얼굴을 가까이 내밀며 속삭이듯이 말씀하신다.
“아여, 집에 무시 있어? 없으면 내가 좀 줄라고”
밭이 크지도 않은데 무가 아직도 남았다고 한다
“아들이 가가고, 쪼매 남았는데 먹을 만한가 몰라? 아여, 다른 사람 안 보게 내일 나 오는 차에 나오소” 하며 눈을 찡끗하신다.
다음날 어르신만큼 큰 포대를 가지고 오셨다.
꽁꽁 싼 포대를 열어보니 안에 크지 않는 무가 동글동글 모여있다.
퇴근하고 어르신이 준 무로 국을 끓였다.
어르신의 정스러움이 양념이 되어 꿀물처럼 달다. 남아있는 무로는 깍두기도 담고, 볶아서 무나물도 했다. 하얀 접시에 얌전히 담아 깨소금을 뿌렸다. 밥상이 수라상이 되었다.
어제저녁 내도록 무를 정리하고, 정성으로 포장했을 것이다. 아침에 차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르신이 주신 정 덕분에 가슴에서 온기가 포근포근 피어오른다.
2023년 2월 18일 토요일, 신정오
첫댓글 우리 센터 어르신들은 뭐라도 나줘주고 싶어하시는 따뜻한 맘을 가지신분들이 많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