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언 전 서귀포불교대학장
“갑오년 새해아침 늘 건강하고 소원성취하소서”
매년 입춘이 돌아오면 입춘글을 써서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는 현수언 전 서귀포불교대학 학장에겐 요즘이 일년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현 학장은 손수 먹을 갈고 화선지를 접고 입춘글을 받아볼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새해를 축원하는 글을 정성스럽게 써내려 간다. 그리고 글씨가 잘 마르면 멀리 있는 사람에겐 우편으로 보내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겐 직접 만나서 새해 인사를 나누듯 그렇게 새해 축원을 담은 입춘글을 전한다. 그리고 그 글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 역시 한없이 고맙고 감사할 따름으로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우리 선조들은 절기상 입춘을 맞아야 본격적인 새해가 시작됐다고 여겼으며 이날은 외출을 삼가고 대문 앞에 입춘글을 써서 붙여 새해의 안녕과 복을 빌었다.
현 학장은 이런 점을 착안해 입춘글을 전하면서 사람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손수 써내려간 입춘글은 지은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관공서도 전함으로써 한해를 새롭게 맞이하고 새해의 각오를 알차게 다지는 축원을 전하고 있다.
입춘글의 내용은 주로 새해를 맞아 스스로에게 자축하는 입춘대길이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녕 같은 고전적인 글이 대부분이지만 현 학장의 입춘글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새해아침 늘 건강하고 소원성취하소서” 같은 평범하면서 소박한 글에 드리는 사람의 이름과 받는 사람의 이름을 함께 적어 넣어 서로의 마음이 그렇게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입춘글을 받은 이들을 그것을 소중하게 걸어두고 늘 조심하고 경계하며 소중한 삶을 가꾸어 나가려고 애쓴다.
이러한 현 학장의 입춘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주를 너머 멀리까지 그 명성이 알려졌다. 전남 불심사 주지 스님은 매년 불자들에게 나눠줄 입춘첩을 현 학장에게 부탁한다. 해마다 현 학장의 글과 주지 스님의 마음이 담긴 입춘글을 받은 불심사 불자들은 집안에 그 글을 집안에 걸어두고 소중하게 간직하며 한해을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내려는 마음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이런 인연이 더욱 깊어져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불심사 수계식에는 인쇄된 수계첩 대신 현 학장이 손수 쓴 수계첩과 법명을 받아 수계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현 학장은 소암 선생밑에서 17년간 수학한 후 많은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과 만나고는 있지만 어떻게 하면 서예가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결과 가운데 하나가 이맘 때 사람들에게 입춘글을 전하는 것으로 서예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작업이 그만큼 현 학장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