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 실타래를 풀 데드라인을 9월과 11월 등 크게 두 시점으로 잡고 있다. 우선 9월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예상 시점이고, 11월은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달이다.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가 실제로 발효될지, 단지 위협에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9월까지) 아직 두 달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문제는 미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11월을 데드라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 시각은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나차이징은 "중국은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까지 트럼프의 강렬한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자국이 수용하고 감내할 수 있는 양보거리를 적절한 타이밍에 제시하면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일단 `팃포탯(Tit-for-tat·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대미 대응 전술로 내세우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연대와 개방을 통해 미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중국은 국제사회에 손을 뻗어 반미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릴 정상회의에서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두문불출했던 왕치산 부주석은 11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만나 미·중 무역전쟁 확산에 따른 타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봉황TV는 "중국이 EU,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충격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관세 장벽이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EU 등 국제사회는 중국식 연대와 개방에 대해 어느 정도 반감이 있어 중국의 우군 확보 노력이 실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확전에 이어 장기전에 돌입하면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면전에서 "끝까지 싸운다"며 결의를 다지면서도 관영 매체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의 폐해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인민일보는 칭화대 금융연구원을 인용해 "미·중 무역전쟁은 4000억달러 규모 글로벌 산업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 당국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중국에 기반을 둔 미국 기업들에 로비작업을 재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2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672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일 대비 0.74% 오른 수치로,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0.74% 절하한 것을 의미한다. 일간 절하폭으로는 2017년 1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대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당분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절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은 심각한 자본 유출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