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6.]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2024헌나8)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입니다. A4로 35면입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헌 법 의 견 서
사 건 :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청 구 인 : 국회 소추위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피청구인 : 대통령
2025. 3. 5.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이인호 (李仁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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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적인 헌법 쟁점들
Ⅱ. 대통령을 파면하는 정치적 형성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할 수 없는 7가지 헌법적 이유
1. 해석을 통해 국가기관 간의 기능적 배분질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헌법해석의 원칙
2. 다른 헌법재판과 본질적으로 다른 대통령 탄핵심판
3. 탄핵조항의 헌법적 결함 및 대통령 파면이 가져올 권력분립의 정치시스템 붕괴와 국가적 위기
4.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질적으로 다른 차이 : 통치행위 혹은 정치문제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할 사안
5. 비교헌법적 관점에서 본 우리의 비정상적인 내란 몰이와 탄핵소추
6. 조사절차와 심의과정 없는 탄핵소추 의결의 헌법적 문제
7. 대통령보다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국민적 신임)을 가진 헌법재판소
Ⅲ. 본안판단의 각 쟁점에 대한 기각 의견
1. 내란죄 소추사유에 대한 기각 의견
2. 계엄발동의 요건 위반에 대한 기각 의견
3. 계엄권한의 한계 유월에 대한 기각 의견
4.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인지 여부
Ⅳ. 의견을 드리는 심정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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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께!
저는 1996년에 중앙대학교에서 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헌법연구원 및 헌법연구관보를 거쳐,
2000년 3월부터 2025년 3월 현재까지 중앙대학교에서 헌법을 가르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2010년 연구년 기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전문직)으로 공동조(헌법행정조)에서 근무했습니다.
30년째 헌법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 공부는 끝이 없고 알면 알수록 모른다는 인식만 깊어갑니다.
그런 와중에 ‘계엄선포와 내란죄 선동 그리고 탄핵소추’라는 또 한 번의 국가적·헌법적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계엄선포가 헌법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아마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대통령을 ‘내란죄’로 몰아 계엄해제 당일 탄핵소추발의안을 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내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내란방조죄’로 위협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계엄선포 전부터 거대 야당의 입법권 폭주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실체가 없는 내란죄 선동으로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정지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수사기관들과 일부 법원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여 불법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13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마저 불법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폭거는 ‘정상적인 헌법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헌법의 형식을 빌린 의회 쿠데타’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헌법을 공부하는 중에 있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에서 의견서를 감히 올립니다.
Ⅰ.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적인 헌법 쟁점들
이 사건의 본안에서 핵심적인 헌법 쟁점은 4가지로 이해됩니다.
첫째,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는가?
둘째, 대통령의 계엄발동이 헌법상 요건을 충족했는가?
셋째, 계엄 시행 과정에서 계엄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인가?
넷째, 주권자의 의사(대통령 선출)를 파기할 정도로 대통령이 국민을 배반했는가? (중대한 헌법 위반)
재판부는 그동안 11차례의 변론을 통한 증거조사의 결과를 가지고 사실인정을 하고,
그 인정된 사실이 위 헌법 쟁점의 판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평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서는 우선, 위 헌법 쟁점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대통령을 파면하는 정치적 형성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할 수 없는 헌법적 이유를 밝히고자 합니다.
그다음, 지금까지 확인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위 헌법 쟁점에 대한 나름의 헌법적 의견을 개진하고자 합니다.
Ⅱ. 대통령을 파면하는 정치적 형성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할 수 없는 7가지 헌법적 이유
1. 해석을 통해 국가기관 간의 기능적 배분질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헌법해석의 원칙
헌법(憲法)은 국가시스템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법입니다. 헌법은 국민의 합의(헌법제정권력)에 기초한 ‘정치적 지배의 기본원칙’을 확정해 놓고, 이를 일상적인 정치적 논쟁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4년 또는 5년마다 형성되는 일상적인 정치과정을 규율합니다.
그리고 그 규율의 내용은 매우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언어로 되어 있습니다.
민사나 형사의 법률요건과 법률효과로 규정되어 있는 일반 법률과는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헌법의 규정을 문리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헌법의 통일성’이라는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헌법의 문언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헌법기관 상호 간의 권한질서에 관한 규정(제77조 계엄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헌법기관 각자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해석해야 합니다.
즉, 해석을 통해 헌법상의 기능적 배분질서를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독일에서는 이 해석원칙을 ‘기능적 타당성의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각주: 한수웅, 헌법학 제11판, 법문사, 2021, 54면(“국가기관은 헌법해석의 방법을 통하여 헌법상의 기능적 배분질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
기능적 타당성의 원칙은 헌법상 권력분립질서의 관점에서 본 ‘헌법의 통일성 원칙’이라 할 수 있고,
이로써 ‘체계적 해석’의 일환이다.”) 참조.]
헌법재판소도 며칠 전에 선고한 권한쟁의심판 사건(2025헌라1)의 결정에서 청구인(국회)의 권한 침해를 인정했지만,
두 정치기관(대통령과 국회)의 법적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헌법재판관 지위확인 청구와 재판관임명 이행명령 청구를 전원일치로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두 정치기관(대통령과 국회)과 헌법재판소 간의 기능적 배분질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헌법(제111조)은 탄핵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관할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갈등에 의한 정치적 대립을 심판함에 있어서는, 대통령을 파면하여 그 기능이 유지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치적 형성’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입니다.
2. 다른 헌법재판과 본질적으로 다른 대통령 탄핵심판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다른 헌법재판과 본질적으로 다른 재판입니다.
대통령을 파면하다는 것은 ‘선거를 통한 주권자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기하는 것’입니다.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에서 법률을 위헌 선언하는 것은 다른 헌법기관(국회와 대통령)의 입법의사에 대해 그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주권자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기하는 심판입니다.
그래서 판단기준도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즉, 앞선 두 차례의 탄핵결정(2004헌나1; 2016헌나1)에서 판례로 형성된 바와 같이, 단순히 대통령의 행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헌성이 중대해서 주권자가 대통령에게 주었던 국민적 신임을 파기할 정도로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도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그 시행의 결과가 과연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