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밝힐 K기술] 타이어코드 꽉 잡은 HS효성, 점유율 50% 독주
김남희 기자
입력 2025.02.03. 06:00
업데이트 2025.02.03. 07:06
자동차 타이어는 겉에서 보면 고무덩어리 같지만 그 안에는 차 무게를 지탱하면서 차가 안전하게 굴러갈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보강재가 들어간다. 타이어보강재는 크게 섬유 소재의 타이어코드(Tirecord)와 금속 소재의 스틸코드(Steelcord)로 구성된다. 고무 외피(Tread·트레드) 안쪽에 가느다란 철사를 얽어 짠 벨트(Belt)가 주행 시 노면 충격을 줄이고, 그 아래 카카스(Carcass)가 하중을 지지하고 공기압을 유지하며 외부 충격을 버티는 역할을 한다.
카카스는 타이어의 뼈대를 이루며 타이어 형태를 유지해 준다. 간혹 타이어 옆면이 혹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카카스를 구성하는 타이어코드가 포트홀(노면의 파인 곳) 등 외부 충격으로 끊어져 내부 압력이 팽창하며 나타나는 코드 절상 현상 때문이다.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HS효성첨단소재 제공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HS효성첨단소재 제공
타이어코드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세야 해 주로 고강도·저중량 섬유 소재인 폴리에스터(PET)로 만든다. HS효성(27,700원 ▼ 1,100 -3.82%)의 산업자재 계열사 HS효성첨단소재(169,700원 ▼ 6,400 -3.63%)는 전 세계 PET 타이어코드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효성이 196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 타이어코드를 생산했을 때는 나일론을 사용했으나 의료용으로 쓰던 폴리에스터 원사의 강도를 높여 1978년 독자 기술로 PET 타이어코드를 개발해냈다.
타이어 하나의 무게는 약 10㎏인데, PET 타이어코드의 무게 비중은 5%(약 500g) 정도다. 폴리에스터로 타이어코드를 만들면서 타이어를 경량화하고 연비 효율을 높였다.
HS효성첨단소재는 2~3위 업체들과 점유율 격차를 30%포인트(P) 이상 벌리며 독주 중이다. 미쉐린·브리지스톤·굿이어·콘티넨탈·한국타이어 등 세계 10대 타이어 기업이 HS효성첨단소재의 PET 타이어코드를 쓰고 있다.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타이어 두 개 중 한 개에는 HS효성첨단소재의 PET 타이어코드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외에도 스틸코드, 비드와이어(휠의 가장 바깥 부분인 림에 고정하는 역할) 등 모든 타이어 보강재를 일괄 생산하고 있다. 타이어보강재 매출이 연매출(2023년 3조2020억원)의 약 40%를 차지한다.
타이어 내부 타이어코드의 구조. /HS효성 제공
타이어 내부 타이어코드의 구조. /HS효성 제공
경쟁력의 원천은 효성의 뿌리인 실이다. 타이어코드 소재는 기본적으로 실로 짠 직물이다. 원재료인 PET 칩의 분자량을 높이는 작업을 통해 폴리머(polymer) 고분자를 만들어내는 게 타이어코드의 시작이다. 타이어도 친환경 소재가 중요해지면서 기존 석유 기반 PET 대신 식물성 원료 기반 바이오 PET와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료가 점차 많이 쓰이고 있다.
이후 실의 형태로 만드는 방사(紡絲) 공정을 거친다. 실 한 줄은 300~400가닥으로 이뤄지는데, 가닥의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다. 온도, 속도, 유제 등에 따라 실의 물성이 달라진다. 안성훈 HS효성 대표는 “실 자체의 물성이 좋아야 그 이후 과정도 좋아지기 때문에 실을 뽑아내는 방사 기술이 타이어코드의 제일 기본이면서 중요한 공정”이라고 말했다.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HS효성첨단소재 제공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HS효성첨단소재 제공
이렇게 뽑아낸 실 두 줄을 꼬아서 합친 게 코드다. 실을 한 줄만 당기면 잘 늘어나지 않지만 연사(撚絲) 공정을 통해 두 줄을 꼬아서 당기면 꼬임에 의해 더 잘 늘어나고 잘 끊어지지 않는다. 두께가 1㎜도 되지 않는 연사 한 가닥이 20㎏ 이상의 무게를 지탱한다고 한다.
이후 제직(製織) 공정에서 코드를 1500개 정도 붙여서 직물 형태로 가공한다. 마지막으로 타이어코드가 타이어 고무와 잘 붙도록 표면에 고무 성분인 라텍스를 코팅하고 열처리를 하면 타이어코드가 완성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고무와의 접착력이 유지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타이어 제조사는 타이어코드 직물을 조각으로 잘라서 타이어에 넣는다.
타이어 판매점에 타이어가 쌓여 있다. /김남희 기자
타이어 판매점에 타이어가 쌓여 있다. /김남희 기자
타이어 겉면인 고무 트레드의 패턴이 다르듯 안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의 물성도 업체마다 다르다. 이태정 HS효성첨단소재 상무는 “반도체도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듯 타이어코드도 타이어 회사가 요구하는 물성에 맞춰서 다 다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타이어 제조사마다 강도, 형태 안정성, 내구성, 접착력의 기준이 다르고 요구하는 성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전기차, 대형 스포츠유틸티차(SUV) 등 다양한 자동차가 나오면서 타이어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 대형 SUV용 타이어가 요구하는 고강도·고성능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타이어코드 제조사의 경쟁력을 가르고 있다. 전기차 타이어나 대형 SUV용 타이어는 크기가 더 크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같은 강도라도 타이어를 더 가볍게 만드는 게 기술력의 차이다. 타이어의 뼈대인 타이어코드를 더 얇고 가늘게 만들고 고무 접착력을 높여 고무 사용량을 줄이는 게 타이어 경량화의 비결이다.
HS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전경. /HS효성첨단소재 제공
HS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전경. /HS효성첨단소재 제공
HS효성첨단소재는 전기차용 타이어코드에 강철보다 5배 정도 강하고 불에 잘 타지 않는 고기능 섬유인 아라미드(Aramid·Aromatic Polyamide) 소재를 쓴다.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섞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제품이다. 전기차 타이어는 수백㎏에 달하는 배터리 무게를 지탱하고 회전저항이 우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타이어에는 일반 타이어보다 많은 타이어코드가 사용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미쉐린의 전기차용 타이어. /미쉐린 제공
미쉐린의 전기차용 타이어. /미쉐린 제공
현재 생산되는 전체 타이어 중 전기차용 타이어와 타이어코드는 각 10%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 급성장 단계를 지나 최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확충,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전기차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2030년이면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50%로 높아지고 전기차 타이어 비중도 30%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전기차 전용 고성능 타이어코드 수요도 그에 맞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
조선비즈 산업부 김남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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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igou
2025.02.03 07:32:39
기사 잘 읽었습니다만, 1."가닥의 굵기가 사람 머리보다 얇다."는 "사람 머리보다 가늘다."로 2."두께가 1mm도 되지 않는"은 "굵기가 1mm"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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