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서 올려주신 의사조력자살 입법에 대한 반대 주장 가운데 첫번째 주장 (1.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존재)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을 하고 한번더 반박을 하여 의사조력자살 허용 입법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았습니다.
1. 반박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의사조력사망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해당 반대 주장의 논거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안락사 기준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서는 의사 조력사망법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락사의 기준은 의사조력사망법이 필요한 본질적인 이유라는 점에서 이 논거는 반박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기준을 적용했을 때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 의사조력사망법이다. 2018년 7월에 “제발 저희 아버지를 죽여주세요.”라는 청원을 한 청원인의 아버지는 온몸에 암세포 전이된 말기 암환자이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안락사를 시행할 수 없었다. 생존의 가망이 없고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향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할 때 의사조력사망법 제정으로 향상되는 자유와 행복의 질은 제정되지 않았을 때의 자유와 행복의 질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2. 재반박
의사조력사망법 제정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확장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자유가 확대되면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의사조력사망법 제정으로 안락사 시행의 기준이 완화 될 경우 생명이 경시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 생명 경시 풍조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⑴의사조력죽음이 합법화 된 네덜란드와 미국 오리건 주에서 조력자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네덜란드 사망자의 4.5%는 조력자살로 인한 것이며 미국 오리건주는 1998년부터 2018년 사이에 조력자살자가 연간 16명에서 168명으로 증가하였다. 삶이 조금만 힘들더라도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되며 이러한 선택의 경향이 전염병처럼 사회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이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비참해도 모든 인간의 삶은 존엄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자살의 확산과 생명경시의 풍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⑴ 네덜란드, 최초 안락사 합법화 이후 사망원인 4.5% 차지, http://gnpnews.org/archives/27060
3. 재재반박
미국이나 네덜란드에서 의사조력자살자가 늘어난 이유는 생명 경시의 풍조가 확산된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실행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의사조력자살을 할 것이다. 불치병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 치매나 노화가 심각해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 사람 등의 수는 오리건 주 인수 400만 명 중에 168명과 네덜란드 사망자중 4.5%보다는 많을 것이다. 오히려 아직 의사조력사에 대한 대중화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조력자살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것이지 무분별한 자살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의사조력자살의 조건은 매우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논문『적극적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 허용 입법의 필요성』에서 제안하는 ‘안락사 및 조력사 심사원’이다. ⑵안락사 및 조력사 심사원은 변호사, 의사, 윤리전문가, 심리전문가로 구성되며 3개월 전후 기간 3차례 이상에 걸친 본인의 의사표시와 그 의사표시에 대한 재확인 등 신중한 심사를 거쳐 의사조력자살을 심사하는 기구이다. 이를 통해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의사조력사의 남용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한 부작용을 최대한 예방, 개선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제도 발전의 역사였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⑵ 이문호, 『적극적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 허용 입법의 필요성』
첫댓글 정합성을 갖춘 좋은 논증으로 보임.
조력사망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제도 반대론의 논거라기 보다는, 오히려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임. 즉 뛰어 내리거나 연탄불을 피우거나 목을 매거나 가족을 죽이거나 손목을 긋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피드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