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동, 염력, 하늘을 나는 능력 등.. 뭔가 많이 봐왔고 한번쯤은 나도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그런 초능력들.
여기 ‘날라'라는 소녀 또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모기에 물리지 않는 초능력.
앞서 말했던 초능력들보단 뭔가 좀 약해보이긴 하다. 그냥 여름에 유용할것 같다 이 정도?
근데 그 초능력으로 매년 아프리카에서 10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모기에 물려서 걸리는 병)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어내 그들을 구할수 있다면? 대단하게 들리지 않는가?
날라는 자신의 친구 아빠이자 말라리아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던 제약회사의 대표인 보언에게 자신의 초능력을 알리며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몇개의 검사 끝에 날라의 초능력이 케냐에 사는 아빠쪽 가족들과 연관이 되어있는걸 알고 연구원들과 함께 아빠가 계신 아프리카로 가게 된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지내던 아빠와 만난 기쁨도 잠시 날라는 자신을 아빠 친구 잭슨이라 소개한 남자에게 납치 당하고 만다. 그 남자는 이름도 잭슨이 아닌 그저 자신의 딸이 말라리아에 걸렸지만 약을 사지못해 결국 딸을 잃은 비운의 남자였다.남자는 날라를 대가로 보언의 제약회사에게 무상으로 케냐에 약을 제공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보언은 날라를 구하기 위해 그것을 승낙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날라를 구하기 위한 속임수였을뿐 무상으로 약을 제공하는 일을 없었다.
그의 슬픈 과거를 알았던 날라는 그냥 넘어갈수 없었고 꼭 무료의약품이 아니여도 납치범의 딸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원해주길 보언에게 부탁한다.
이에 보언은 납치범의 체포소식과 함께 케냐 국민들을 위한 재단과 1500만 달러의 기부금 그리고 날라를 그곳의 신탁관리자로 등록한다는 발표를 하며 책은 마무리 된다.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을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다름 아닌 책의 제목이였다.
<난 모기에 물리지 않아!> 라니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초능력에 신기해하며 책을 꺼내들었다,
처음에 든 생각은 그저 ‘이제 여름인데 이 능력 있으면 진짜 좋겠다 ㅎㅎ' 였다.
근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렇게 사용할수 있을줄은 몰랐다. 그저 방안에서 모기 안물리는거 좋아했을 나와는 너무 비교되는 날라의 행동에 약간의 창피함이 들기도 했다.
근데 책을 읽고 난후 더욱 생각하게 됬던 부분은 납치되었을때와 그 후의 상황들이였다.
일단 납치범인 그 남자부터 특이했다. 그는 날라를 납치했지만 그녀에게 밥도 챙겨주고 심심할까봐 강아지도 같이 있게 해주고 집안일도 시켜준다. 그리고 날라가 도망가는걸 잡은 후에도 도망가지 말라며 그녀를 때렸지만 정작 울고있는건 맞고있는 날라가 아닌 때리고 있는 그 납치범이였다.
납치범 치곤 많이 허술했고 마음이 약했다.
이걸 보고 처음엔 의야 했지만 나중엔 ‘저 상황이 저 사람을 납치범으로 만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날라 즉 어린 소녀를 납치하고 때린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저 사람도 그냥 평범하게 가족과 살고 싶었던 아빠였을텐데 저 비극적인 상황이 그를 악당이 아니고선 살수 없게 만들었지 않나 싶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하게 “그냥 무료의약품 제공해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일 좀 하는게 그렇게 싫나”’ 하고 말이다. 근데 그러지 못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또 있었다. 먼저 기업은 보언 한명의 것이 아닌 주주들의 것이였다. 주주들이 자신의 돈을 기업에 맡긴만큼 기업또한 그 돈을 불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 의무를 해내지 못한다면 주주들은 보언을 해고하고 다른 대표를 임명할것이다.
또 의약품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일은 생각보다 많이 복잡했다. 그 의약품을 누가 책임지고 전달할것인가 부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작은 약국들이 과연 이윤도 없는 그 일을 할것인가? 제공받는 사람이 그걸 또다시 높은가격으로 되팔아버릴 가능성 등 좋은 목적으로 했던 일들이 다 소용없는 일이 될수 있는것이다.
참 이것을 듣곤 한숨이 나왔던것 같다. “착한일 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구나...” 하며 말이다.
이런일은 책속이 아닌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 읽은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낸 구호품들이 오히려 테러범들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를 무기 삼아 그들을 수하로 부리고 정작 적들만 배부르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읽은 적 있다.
세상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다.
시작은 작고 사소했겠지만 그것들이 얽히고 얽혀 풀수없이 꼬여버렸다.
그리고 그 넝쿨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마냥 도와주기는 쉽지 않다.
그들을 넝쿨속에서 꺼내주려 내민 손은 오히려 그들을 넝쿨 속으로 집어넣게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손을 내어주지 말자고 .
무료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 생각 했던 나는 보언씨의 이유를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었다.
‘그치.. 오히려 악순환을 불러일으킬수 있지..’ 하고 말이다. 날라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라의 선택은 그렇다해서 손을 빼버리는게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내밀자는 것이였다.
‘그러나 어떠한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 <왜 세계는 절반을 굶주리는가?> -
도움의 손길이 적을 배불리 할지라도 많은 손해를 줄지라도 그 넝쿨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손은 내일을 살아갈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 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손이 동아줄이 될지 아님 썩은 동아줄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 바랄 뿐이다. 누군가라도 한명이라도 이 동아줄을 잡고 희망을 보길, 착한일 하기도 어려운 세상일지라도 말이다.
-책 <나는 모기에 물리지 않아!> ,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