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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과는 달리 '백운계곡 주차장 → 흥룡사 → 백운계곡 → 흥룡봉 → 황적봉 → 도마치봉 → 도마봉 → 824봉 → 도마치계곡 방향 능선 → 도마치계곡 → 군부대 → 제1도평교'의 14.95km 구간을 7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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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포천시 이동면 도평리·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에 걸쳐 있는 산.
[명칭 유래] 도마봉(道馬峰)은 도마치(道馬峙)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도마(道馬)’라는 이름은 궁예(弓裔)가 왕건(王建)과의 명성산전투(鳴聲山戰鬪)에서 패한 후 도마봉 부근에 이르렀는데, 산길이 험하여 모두 말에서 내려 말을 끌고 고개를 넘어갔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전해진다. 또는 궁예가 왕건의 군대에 쫓겨서 도망친 고개라 하여 ‘도마치’라고 불리게 되었다고도 하지만 출처가 정확하지 않다.
[자연환경] 도마봉은 가평군의 북쪽 끝에 있다. 도마봉의 남서쪽으로는 신로령·국망봉, 남동쪽으로는 석룡산·도마치재, 북쪽으로는 백운산과 이어진다. 도마봉의 남쪽으로는 도마천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포천 도마치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도마봉의 해발고도는 937m이다.
[현황] 도마봉은 도마치재에서 바로 오르거나 국망봉에 올라 능선을 타고 신로령을 거쳐 접근할 수 있다. 도마봉의 남쪽 도마치재에는 가평군 북면에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으로 연결되는 국도 제75호가 통과한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애초 맥 산행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소위 명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 산이 주로 백두대간 위에 있다는 걸 깨닫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걸 연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한 게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다. 그리고 2023년 7월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산행기] 달리는 거로,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 2023년 7월에는 대간꾼도 엄두를 못 내는 칠절봉에서 진부령까지[산행기] 연결했으니, 그게 마지막인가? 어쨌든 내가 오르고 있는 산이 산경표상에 있다는 걸 깨들은 건 백두대간 이후 한북정맥이 두 번째다. 특히 한북정맥과 그 지맥 위에 있는 산은 서울 근교라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워 등산방 초창기 집중적으로 올랐다. 해서 한북정맥도 백두대간 연결 산행처럼 연결을 시도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갈만한 산이 없어지는 미래에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2024년 7월 25일 넷째 주 목요일, 목요 오지팀은 포천의 백운계곡 주차장을 들머리로 흥룡봉을 거쳐 도마치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계곡 트레킹 계획을 공지했다. 그 전주인 7월 18일 왕피천에 이어 두 번째 계곡 트레킹이다. 빡산 산행 후 계곡에서 땀을 씻는 걸 좋아하지, 종일 계곡에서 노닥거리는 건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라, 당연히 둘 다 무시했다. 와중에 여름철 계곡 트레킹이 등산객에게는 인기가 폭발해, 산행을 공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피천은 차 한 대를 추가하고도 대여섯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 도마치계곡은 대기자가 10여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둘 다 산행 일이 장마철 막바지라, 막상 출발 일이 가까워지자, 취소자가 속출해 왕피천은 출발 일을 나흘 남겨둔 15일 현재, 차 한 대도 다 채우지 못해 두 자리가 비었고, 그나마 아직 중기 예보가 발표되지 않아, 당일 날씨를 알 수 없는 도마치계곡은 대기자가 두 명만 남았다. 그 둘 중 하나가 나다!
왕피천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고, 그나마, 미지의 흥룡봉이 있는 도마치계곡 트레킹을 무시했던 건, 원하면 대중교통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지역이라, 그랬다. 사실 지난 2018년 4월 대중교통을 이용해 낙진과 둘이 광덕산, 백운산, 도마치봉을 거쳐 백운계곡으로 내려가는 산행을 했다[산행기]. 그런데, 막상 18일도 그렇지만, 25일도 딱히 갈만한 산을 찾지 못했으나, 18일은 전국적인 비 예보라 당일 산행 자체를 포기했지만, 25일은 장마철이 끝나는 시점이라 초행의 흥룡봉에 오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백운계곡과 도마치계곡이 있게 한 한북정맥이 떠올랐다. 정맥 종주에는 관심 없으나, 과거 근교 산행을 한참 하던 시절, 광덕산에서 도마치봉까지, 그리고 국망봉을 거쳐 강씨봉까지 달리고[산행기], 신로봉 또한 따로 올랐는데[산행기], 그 중간의 도마봉은 오르지 않았다는 게 기억났다.
해서 산악회에서 주어진 7시간 내, 흥룡봉에서 도마치봉으로 올라, 한북정맥을 타고 남진해 도마봉을 거쳐 도마치계곡으로 하산하는 게 가능한지 구글링했다. 그 결과 원하는 코스 그대로 진행한 팀을 찾았다. 소요 시간은 7시간이 조금 넘었으나, 휴식 시간이 한 시간 이상이라, 문제 될 건 없었다. 주어진 시간 내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어, 아직 여섯의 대기자가 있으나, 일곱 번째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취소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15일 현재 대기 순번 2번이 됐다. 만약 이대로 굳어진다면, 계속 미루기보다는 생각났을 때 실행하는 게 좋아, 당일 산악회와는 별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탈출은 지능 순이라 했던가, 산행일 13일 전 발표된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다른 지역과 달리 경기와 강원 영서는 계속 비라는 예보라, 당연히 하나둘 산행을 취소하기 시작해 산행 일 아흐레 전에는 대기자인 내게도 기회가 왔다. 좌석을 차지한 예약자와 대기자가 동시에 취소한 덕분이다. 자리가 생기기는 했지만, 비록 비 오는 날 체육대회를 하는 기상청이나, 어쨌든 기댈 건 거기밖에 없고, 그에 따르면 우중 산행이 될 확률이 높아 신청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의 성향상, 강수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계속 비라는 예보라, 위험한 계곡 트레킹을 포기하고 산행지를 바꿀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비 소식이 없는 남쪽이나, 강원 영동의 산으로 갈 거다. 그럼, 도마봉이야 갈만한 산이 없을 때 대중교통으로 가면 되니, 나쁠 게 전혀 없어, 바로 신청했다.
대기업 안내산악회의 산행 취소 때 페널티 부과 정책에 따르면, 산행 일주일 전 취소는 전액 환급이고, 이후 날짜에 따라, 500원에서 시작해 조금씩 금액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물론 24시간 내는 환급액이 전혀 없다. 와중에 자체 차량을 보유한 이 산악회만의 정책인 7명 이상이 비를 이유로 취소하면 20%를 추가로 부과한다. 500원 별거 아니지만,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어, 이 산악회에 익숙한 산꾼은 기상청 중기예보를 주시한다. 그 결과, 페널티 부과 마지노선인 산행 일주일 전에는 일곱 자리가 비었다. 고로 우중 산행을 감수하겠다는 20명만 남았다. 물론 그 중 목요 오지팀 선수들은 산행지가 바뀔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데, 이후 다섯이 신청해 20일 현재 빈자리는 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다섯은 도대체 뭔 생각으로 신청했는지 궁금해졌다. 다섯 모두의 별명이 생소한 게 목요 오지팀과는 처음일 확률이 높다. 어쩌면, 이 안내산악회도!
방송이나, 유튜브 기상 전문가나, 장마철 날씨 예보는 쉽지 않다는 걸 강조하는 분위기라, 계속 중기예보를 주시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일요일 예보에는 목요일 우산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화요일은 소나기다! 산행 하루 전 수요일의 단기예보는 아무리 예측이 어려운 장마철이라도 맞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계속되는 비가 아니라, 잠깐 내리는 소나기지만, 시간당 13m로 폭우일 확률이 높아, 계곡으로 인솔해야 하는 대장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날씨가 이런 변화를 겪는 동안, 신청자가 더 늘어 28인승 버스가 31인승 버스로 변경됐지만, 28명이 신청했다. 예보에 따라 우중 산행 준비를 하고, 걸으며 먹을 수 있는 사당역표 김밥을 사 간다. 물론 산악회와는 다른 코스를 달리는 거라, 주어진 시간 내 산행을 완료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에 대한 대비로 버스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 순수하게 오지 산행에 필요한 것만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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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이 기상해, 볼일을 보며, 밤새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31인승 차량으로 바뀐 후 비었던 자리를 다 채우고, 대기자도 한 명 있다. 그리고 날씨는 11시부터 13시까지 소나기 소식에 더해 16시와 17시도 추가됐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좋음'으로 날이 흐리지 않고, 조망처가 있다면, 전망은 좋을 듯하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갔다. 그리고 열차를 타고 사당역으로 향해 6시 43분경 도착해, 승차장 종합 판매대에서 김밥 한 줄을 사고, 12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거기서 버스가 대기하는 사각지대로 들어서자, 막 치악산 둘레길 버스가 출발하고, 오늘은 일월산 인솔 대장인 여성 산꾼이 버스 옆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걸 보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 뒤의 '포천 백운계곡'행 버스로 가자, 기다리고 있던 선두이자 주당인 산꾼이 배낭에 공간이 있는지 묻고, 내 배낭을 보더니, 답도 듣지 않고, 고기를 넣으란다. 사실 30L 배낭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을 때 갈아입을, 여벌의 옷과 비상식이 든 디팩 하나 달랑 들어 있으니, 홀쭉하다.
인솔 대장이 산악회 게시판이 아니라, 카페 'GPS게시판'에 '※귀경시 식당 경유 없으니 먹거리 각자 준비하세요.'란 글을 올려서 이게 뭐지 했는데, 지난 지장산행[산행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거창하게 해 먹을 생각인 듯했다. 내게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한국인의 메시지 앱이라는 걸 사용하지 않아 연락을 못 받은 거다. 어쨌든 저 고기를 받아 배낭에 넣는 순간 도마용 산행이 흥룡봉 산행으로 바뀐다. 그런데 내게는 선택권이 없는 분위기라, 고기를 받아 배낭에 넣고, 버스 짐칸에 실으면서 고기가 상하지 않을지 묻자, 얼음도 같이 들었고, 거리도 짧으니 별문제 없을 거라고 해, 그냥 짐칸에 넣고, 차에 타 익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가 앉았다. 그러자, 터줏대감 여성 산꾼이 고기 상하지 않겠냐고 계속 얘기해, 짐칸에서 배낭을 들고 왔다. 이후 인원을 확인했으니, 한 명이 타지 않아, 7시 1분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해 양재에서 인솔 대장을 포함 1차로 승객을 태우고, 복정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운 후 포천으로 향해, 8시 9분 초면의 수동 휴게소에 정차했다.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휴게소니 당연히 초면이고, 캠핑에 특화된 편의점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상품이 궁금해 편의점을 한 바퀴 둘러봤다. 장작부터 고기까지 술을 빼고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다. 그걸 확인한 후 자리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차가 출발하고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흥룡봉에서 도마치계곡으로 내려가는 게 처음 계획이었으나, 그동안 많은 비가 내렸고, 등산로가 있는 게 아니라, 위험하니, 흥룡봉이 아니라, 그 전의 헬기장에서 도마치계곡 내려가는 걸 추천했다. 고로 헬기장부터 흥룡봉은 왕복이다. 왕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흥룡봉을 버리고 헬기장에서 바로 도마치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후 휴게소를 떠난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아큐아 슈즈 끈을 조이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는데, 인솔 대장이 커다란 디팩을 가져와 배낭에 넣으란다. 분위기로 봐 술이 들은 듯해 두말 않고, 비상식이 든 디팩을 빼고 그걸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조금 지난 9시 12분 버스는 백운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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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도착해, 품고 있는 고기 덕에 차에 탈 수 있었던, 배낭을 둘러메는 순간 그 묵직함에 놀랐다. 도착 직전 인솔 대장이 준 디팩에 막걸리와 얼음이 생각보다 많이 있는 듯했다. 배낭의 무게만 놓고 보면, 2019년 8월 의도치 않은 황철봉 2박 3일 산행[산행기] 후 가장 무거운 듯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애초 대장이 계획한 흥룡봉도 버리기로 해,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없는 만큼 과히 중요한 건 아니나, 그래도 늘 하던 일이라,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누르고, 주변을 돌아본 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03m~228m, 계획에 있는 흥룡봉의 높이가 550m대니, 그 차이는 322m~347m로 생각보다 주차장의 고도가 높다. 고도차 확인 후 들머리 입구에 있는 '백운산 등산로 안내'를 보며, 지난 2018년 4월 하산했던 코스[산행기]와 오늘 오르는 코스를 비교했다. 당시에는 백운계곡을 따라 4코스로 하산했고, 오늘은 5코스로 흥룡봉까지 오른다. 물론 난 오를 생각이 없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인솔 대장과 발을 맞춰 흥룡봉을 향해 올라가다가, 왕복을 죽어라 싫어하는 인간이라, 난 흥룡봉에 오르지 않고, 헬기장에서 바로 도마치계곡으로 하산하거나, 흥룡봉에서 도마치계곡으로 내려갈 거라고 했다. 그러자, 대장도 흥룡봉은 버리고 헬기장에서 하산하겠다고 한다. 뭐 이런 얘기를 나누며 가, 9시 22분 백운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백운계곡을 따라 직진하면 향적봉이고, 계곡을 건너면 역시 향적봉으로 가기는 하나, 우리의 목표는 그 길목의 흥룡봉 또는 헬기장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린 비로 신에 물을 묻히지 않고 계곡을 건너는 건 힘들다. 어차피 계곡 산행이라, 아쿠아 슈즈를 신고 온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은 그대로 건넜지만, 그렇지 못한 일행은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들고 계곡을 건너야 했다. 걸리적거리는 게 없는 나는 먼저 계곡을 건너, 초입의 백운계곡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긴 후 다른 선두가 물을 건너는 걸 지켜보다가, 같이 능선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비록 비는 내리지 않으나, 기온과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날씨에 무거운 배낭까지 짊어져 능선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말 그대로 땀이 비 오듯 아니 소나기 퍼붓듯 떨어진다. 그 땀이 눈에 들어가지 못하게 연신 닦으며 진행해, 9시 32분 조망이 트이는 곳에 올라섰다. 날씨만 좋으며 전망대로서 괜찮아 보이는 장소지만, 날이 좋지 않고, 울창한 숲이 방해해 그 사이로 보이는 백운산만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가니, 도마치봉 3.5km 이정표다! 흥룡사로부터는 고작 0.9km! 내가 궁금한 건 헬기장과 흥룡봉이지 도마치봉이 아니라,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헬기장은 아예 지도에 없고, 흥룡봉까지는 이제 1/3 정도 왔다. 그리고 하나 놀라운 건 조금 전 지난 온 곳이 산경표에는 '전망'이라 표기된 게 누구나 보는 눈은 비슷한 듯하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가다가 앞에 급경사 봉우리가 헬기장이 아닐지 생각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 9시 41분경 도착했다.
헬기장이라 기대하고 올랐으나, 헬기장이 아니고, 쓰러진 119 이정표에는 '흥룡봉'이라 적혀 있다. 응? 흥룡봉? 벌써? 그럼, 헬기장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흥룡봉이 아니다. 119가 착각한 듯하다. 해서 길을 재촉해 가자, 도마치봉 3.34km 이정표다. 아래 이정표로부터 160m 오는데, 8분이 걸린 게 경사가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다시 길을 재촉해 9시 55분 도마치봉 2.8km 이정표를 지나, 10시 정각 문제의 헬기장에 도착했다. 거기에 있는 이정표 의하면 도마치봉까지 남은 거리는 2.65km! 흥룡봉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진행 방향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쌍봉 중 앞이 흥룡봉, 뒤가 향적봉이다. 거리로만 보면 멀지 않으나, 높이로 보면 쉽지 않은 봉우리라, 안 가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라고 자찬했다. 도마치계곡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등산로 아님'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119 이정표에 의하면 헬기장의 높이가 649m다! 그럼, 550m대로 알고 있는 흥룡봉은? 분명 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흥룡봉인데?! 왜 나는 550m대로 알고 있을까?
헬기장에서 흥룡봉을 다녀오자는 선두와 그냥 도마치계곡으로 내려가자는 내가 투덕거리고 있는데, 속속 도착한 일행이 배낭을 벗어 두고 흥룡봉을 향해 가자, 다들 가는 분위기다. 해서 그래도 이름 있는 봉우리는 올라가야 산행이라고 칭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배낭을 벗어 나무에 기대 놓고, 핸드폰만 들고 흥룡봉으로 향하는데, 거의 100m마다 이정표다. 그리고 예상대로 정상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급경사로 바뀐다. 당연히 등산로에는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나무끼리 연결한 밧줄이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오르자, 헬기장이고, 거기서 앞서갔다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선두와 만났다. 농담으로 우리가 찾던 헬기장이 여기라고 몇 마디하고 선두는 배낭이 있는 헬기장으로 우리는 정상으로 향해, 10시 32분 도착했다.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 기둥에 흥룡봉이라 기록되어 있어, 흥룡봉이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 오른쪽 절벽으로 가, 전면에 보이는 한북정맥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 위해 돌아가려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오른쪽 숲에 숨은 정상석이 아니라, 정상 기둥이 있는 걸 발견해, 당연히 거기서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막 도착한 일행 중 한 명의 인증을 찍어 준 후 배낭이 기다리는 헬기장으로 가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오느라 지나친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의 표지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배낭이 기다리는 헬기장으로 향하며, 왼쪽의 울창한 숲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가리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온전한 가리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숲이 도와주지 않았다. 어쨌든 흥룡봉을 왕복하는 사이, 도착한 인솔 대장을 비롯한 일행이 기다리는 헬기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50분이니, 흥룡봉 왕복에 45분 이상 걸렸다. 그럼, 헬기장에서 흥룡봉까지 최소 700m 이상이라는 얘기다. 왕복 1.4km 이상! 왕복 1km가 넘는 곳을 다녀왔다는 건 내 산행 인생에는 커다란 사건이다!
벗어 놓았던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등산로 아님' 방향으로 도마치계곡을 향해 내려갔다. 물론 직전 인솔 대장에게 계곡에 도착하면 바로 있는 소 옆에 자리를 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정표에 '등산로 아님'이라는 경고까지 표시했을 정도로 길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가끔 길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말 안 듣는 산꾼이 많아 가끔 산악회 리본이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그렇게 길을 찾으면 내려가다가, 흥룡봉을 왕복하지 않고 바로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일행을 추월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가리산행[산행기] 때 도마치계곡 지류에서 발견한 참호 비슷한 걸 발견하고 가까이 가서 확인했다. 당시에는 심마니의 휴식처라 생각했는데, 여기도 있는 걸 보니, 군에서 만든 임시 초소가 아닐까? 용도가 뭐든 그 참호를 지나,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작은 계곡이다. 도마치계곡 지류로 이 계곡만 따라가면 된다. 작은 계곡을 가로막은 쓰러진 나무와 같은 방해물을 피하기도 하며, 그나마 걷기 편한 길을 찾으며 내려가, 11시 22분 도마치계곡에 도착했다.
도마치계곡에 도착해, 건너편 상류에서 내려오는 예닐곱의 등산객을 보고, 도마봉에서 내려오는 산꾼이라 생각했다. 만약 우리 일행이라면 상류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거다. 혹시 알바를 했다면 모르지만! 어쨌든 계곡을 건넌 후 소 옆에 자리를 잡은 후 배낭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등산객의 면면을 살펴봤다. 안면이 있는 사람은 없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정황상 우리 일행이다. 해서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려는 데, 뒤에서 따라오던 선두가 도착해 아는 체를 해, 물어볼 이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 후미가 도착해 자리를 펴고 앉아, 가져온 먹거리를 다 꺼내 놓고 초면이든 뭐든 같이 나눠 먹었다. 그러는 와중에 물에도 뛰어들고. 문제는 내 배낭에 든 음식은 목요방 OB가 가져온 거다. 그리고 OB는 산행을 같이하지 않고, 백운계곡에서 도마치계곡 입구로, 산악회 버스로 내려가 거슬러 올라온다. 해서 그들을 기다려야 해 그냥 뒀다. 그런데 막 도착한 인솔 대장에게 그들에 관해 묻자, 그들은 아래에 자리를 잡았고, 내 배낭에 든 건 우리 먹으라고 가져온 거라는 거다. 해서 꺼내 보니, 술이 아니라, 상추와 김장 김치다!
1시 36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깨끗이 없애고, 소에서 떠나, 날머리를 향해 하류로 내려갔다. 당연히 하류로 내려가며 놀만한 소가 있으면, 오는 동안 흘린 땀을 씻어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내려가, 2시 27분 무너진 다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에 왜 다리를 놓았을까? 위에 뭐가 있다고? 군용? 어쨌든 그렇게 계곡치기를 하며 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우산을 꺼내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명 하류에 자리를 잡았다던 OB 선수들이 안 보인다는 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계곡이 아니라, 지난 가리산행 때 내려온 지류에 자리 잡아, 못 만난 거다. 해서 이미 파장하고 철수했다고 생각하며 계속 내려가, 2시 57분 인솔 대장이 군부대가 막고 있으니, 아래로 통과하라고 한 굴다리에 도착했으나, 지난 가리산행 후 군부대 옆으로 길이 있을 거라고 멋대로 결론 내렸는데, 확인차 군부대 앞까지 갔다. 없다! 고로 지난 가리산행 때 비닐하우스 옆 임도로 내려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길이 막혔다는 걸 확인하고, 굴다리로 돌아가 가리산에서 내려오는 도마치계곡 지류로 내려갔다. 그리고 굴다리 밑을 지나 도마치계곡으로 돌아갔다. 이후 다시 소나기를 맞으며 계곡치기를 하다가 미끄러지자, 오른쪽 아큐아 슈즈의 옆구리가 터져 발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참고로 이날 너무 오래 물에서 돌아다녀 옆구리가 터진 신발이 몇 켤레 된다. 그나마 다행은 위와 아래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아 물만 아니면 큰 불편 없이 신고 다닐 수 있다는 거다. 어쨌든 옆구리가 터진 신발을 신고 도마치계곡 하류로 가, 3시 16분 백운계곡의 여러 야영장 중 하나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후 임도를 따라 날머리인 풍차갈비 주차장으로 향하는, 와중에 흥룡봉 능선에서는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지 못한 가리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여기는 울창한 숲이 아니라, 야영장의 건물이 방해하기는 했으니, 그나마 볼만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도로를 따라가, 3시 22분 풍차 아래 주차한 빨간 버스가 보이는 곳에 도착하는 거로 사실상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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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마감 1시간 전인 3시 22분, 버스기 대기 중인 '이동 풍차갈비'에 도착했으나, 주변에 문을 연 식당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주변 식당이 정기 휴일인 게, 대장이 산행 후 식당에 들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언제 소나기가 내렸냐는 듯 내리쬐는 햇살을 피할 곳을 찾다가, 식당 뒤편에서 나는 물소리에 끌려 그곳으로 가보니, 광덕산에서 발원해 백운계곡, 도마치계곡과 합류한 영평천(永平川)이다. 천에는 빠른 일행 몇이 여기저기 흩어져 뒷마무리하고 있어, 나도 내로 들어가,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왔으나, 그늘이 없어 어디 쉴만한 곳이 없다. 해서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 파라솔처럼 설치하고, 발은 물에 담그고, 냇가에 누웠다. 폭염 특보가 발령된 상황이라, 젖은 옷은 빠르게 말랐으나, 갑자기 배가 고파와, 배낭에서 사당역표 김밥을 꺼내, 먹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본대가 천에 도착해 씻는 걸 지켜보다가, 그들과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마감 시각이 가까워지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일행이 속속 도착해 예정된 시각에 주차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6시 36분경 양재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과거 목요 오지팀 선수와 지금 선수가 만났으니, 그냥 갈 분위기가 아니라, 13명이 인솔 대장의 단골, 아니, 양재에서 하차하는 안내산악회 산꾼들의 아지트 중 하나인 치킨집으로 갔다. 여기서 또 술을 마시면 이번에는 구파발이 아니라, 대화까지 갈 수도 있어, 술자리는 피하고 싶었으나, 도망갈 분위기가 아니고, 무엇보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라, 만원 열차에 시달리는 게 싫어, 그 팀에 합류했다. 다만, 취하지 않도록 소맥이 아닌 맥주만 마셨다. 그리고 8시가 조금 넘어 술집에서 나와 다들 2차를 가는 분위기인데, 무시하고 양재역으로 가 열차로, 집으로 갔다. 그리고 구산역에 도착해 보니, 갑자기 소나기다. 산행 때도 들머리 직전부터 소나기가 내리더니, 집을 코앞에 두고도 소나기다! 어쨌든 그렇게 9시 조금 넘은 시간 집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처음 계획과는 달리,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백운계곡 주차장 → 흥룡사 → 백운계곡 → 헬기장 → 흥룡봉 → 헬기장 → 도마치계곡 → 제1도평교'의 12.97km(산길샘) 코스를 6시간 12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39분, 휴식 2시간 33분! 휴식의 대부분은 도마치계곡 소에서 물놀이한 시간이다.
날이 흐리고 와중에 전망대도 없어, 주변을 감상할 상황은 아니었으나, 피서 산행으로는 몇 년 내 최고였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한 새로운 계곡 산행지를 발견했다는 게 또 다른 소득으로, 여름철 등산방 정기산행지로도 괜찮아 보인다.
이번에 목표로 한 도마봉은 여름이 아닌 겨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 포기한 코스로 할 것인지는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