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싫다.
평생을 좋아하고 즐기고 바다에서 먹고 살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수영을 해서 인명구조원 해군 스쿠바다이빙 강사로 살아왔다.
내가 아내와 살던 아파트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출이었다.
아마 한국에서는 바다를 그렇게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최고의 위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바다가 싫다. 애써 바다를 피한다.
그렇게 좋아하던 바다가 싫어진 것은 아내가 죽고 나서부터다.
아내가 죽고 나는 집에 갈 수 없었다.
내가 아내와 살았던 그 집.
동문산 자락을 따라서 언덕 위에, 바로 밑에 묵호 등대가 내려다 보이는,
그 밑에 논골담길이 있고, 그리고 나의 일터 묵호 어판장,
그리고 방파제, 그리고 동해바다,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수평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 집에 가기 싫었다. 아내가 없는 집은 내 집이 아니었다.
아무리 동해 바다가 흩어져 있더라도, 아무리 아침에 태양이 올라오는 일출을 볼 수 있다 해도,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내가 가야할 곳은 없었다. 거리를 떠돌았다. 거리는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허공을 밟는 기분이었다.
아내를 찾아 돌아다녔다. 어딘가 아내가 있을 것 같았다. 숨어 있는 아내가 나타날 것 같았다.
그리고 잘 갔다왔어 하고 웃으며 인사 할 것 같았다.
먼 길을 돌아왔다.
아내만 찾다가 돌아왔다.
아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을 확인 하는 7 년이었다.
이제 집이 생겼다.
아내의 집이 아닌 나만의 집.
세상을 확인 하는 집. 묵호의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집.
돌아갈 수 있는 집.
묵호 시내에 원룸을 정하고, 시내를 돌아다니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식물을 키우면서,
나는 우울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바다를 보지 않아서 좋았다.
내 우울증의 원인은 바다였다.
그러나 나는 바다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바람만 불어와도 실려 오는 바다의 비릿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제 아무리 바다가 싫어져도 그것만은 어쩔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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