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의 쓸모 외 1편
강 수
주름이 부끄러워
주름을 지우라고 하네
주름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냄새가 고약하다고
주름을 지우라고 하네
시간의 흔적이 되어
밭이랑처럼 몸에 새겨지는 주름들
누가 뿌린 씨앗일까
버림받은 것들도 그 안에서는 싱그러워지는
땀방울로 살아나
살떨리는 흐느낌으로 온 우주를 울린다
나는 지금까지 그 주름이 그려주는 길 따라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바야흐로
쓸모없어졌다고,
주름의 시대는 이미 갔다고
그 주름들을 모두 지우라고 하네
고등어
고등어를 발라 먹다
어머니라는 말의 살점을 헤집고 있네
젓가락질 몇 번에
대가리와 뼈만 앙상하게 남은 고등어
나는, 왜, 늘, 어머니의 삶에 젓가락만 들고 달려 들었는가
밥은 잘 먹었니
팔리지 않아 오래된 고등어처럼
누추한 어머니의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고등어의 눈
부끄러운 나는 어머니라는 말의 살점만 께작거린다
살아가다가, 살아가다가
메마른 사막을 만나게 될 때마다 저절로 떠오르는 말
어머니……
그 속에서
푸들푸들
푸른 고등어가 튀어 오른다
어머니라는 바다 속에는 고등어가 참, 많다
강 수
1968년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서사시 대백제, 포토포엠 시집 봄, 꿈 발전소 외,
오페라 리브레토 <오페라 운영> 외, 2008년 바움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