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와 요셉은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은 성경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에 기록된,
예수 탄생을 전후한 1년여 동안 마리아와 요셉의 삶을 그린다.
시나리오 작가 마이크 리치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마치 내 가족의
탄생 이야기로 생각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에서 대부분의 카메라
앵글을 아이앵글(eye-angle)로 잡고 있다. 아이(눈높이)앵글은 관객이 대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마리아와 요셉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으로 도전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마리아와
요셉은 우리중에 한 사람이다. 우리들의 언니 오빠, 누나 형, 동생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감독으로서 인간 마리아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했지만 인간의 감성을 지닌 한 여성으로 기나긴 여정을 걸으며
체험한다. 놀람과 혼란, 두려움과 긴장,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인간
마리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강한 여성이다. 마리아는
헤로데 왕의 난폭한 독재정치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유다인의 한
사람이다. 검푸르고 거친 마을과 마을 사람들 속에서 마리아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치즈를 판다. 마리아는 부모가 결정한 대로 목수 청년 요셉과
결혼을 했고, 미혼모라는 치욕과 경멸의 대상이 되지만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마리아의 고초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곧이어 베들레헴을 향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험준한 지형을 따라
100마일을 가야 하는 긴 여행이 임신 9개월의 만삭인 마리아한테는 더욱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하느님의 아드님인 예수 탄생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마리아의 여행은 한 인간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부인으로서,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먼 여정이었다.
감독은 투 쇼트(two shot), 스리 쇼트(three shot)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인간과 관계 맺기 위해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심을 마리아와 요셉을
통해 보여준다. 농사일을 할 때나 친구들과 놀 때도 마리아와 친구들을
투 쇼트로 잡고, 마리아와 어머니 안나는 함께 일하며 긴밀한 대화를
둘이서 나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관계도 그렇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굳건한 믿음을 가진다. 요셉은 임신한
마리아를 이해하고 베들레헴을 향한 긴 여정을 함께하며 하나가 된다. 요셉과
요아킴, 마리아와 가족들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과
관계를 맺으러 내려오신다. 친구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가질 때 우리 가운데
오신다.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과도 긴밀한 관계 안에서 함께할 때 주님은
우리한테 오시어 용기와 희망을 주신다.
삼왕이 천국의 징후인 한 별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별을 찾아 메시아를
찾아나서는 여정과 마리아와 요셉의 여정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마리아와
요셉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를 탄생시키는 긴 여정은 메시아를 향한 여정이자
신앙인의 여정이다. 예수를 내 안에 탄생시키기 위한 긴 여행인 것이다.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관계 맺으시는 그분의 소리를 듣고 그분을 만나는
여정을 향해 길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