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콩쿨) 한국인 첫 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신창용(26)이 21일(토)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개최했다. 티켓 오픈 얼마후 전석 매진으로 화제를 모은 이 공연은 신창용이 국내에서 2년 만에 갖는 리사이틀이었다.
독주회 다음 날인 22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마주 투 쇼팽’ 무대에도 섰다.
그런데 신창용은 쇼팽 탄생 210주년을 기념하는 이 특별무대 ‘오마주 투 쇼팽’에서 라벨 ‘밤의 가스파르’를 연주했다. 하늘에 있는 쇼팽이 ‘깜짝 놀랄’ 곡 선정이다. 물론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겐 색다른 선물일 수도 있지만.
신창용이 연주한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지난 20일에 발매한 그의 첫 국내 솔로앨범에 수록된 작품이다. 소위 피아노 정신과 기술(테크닉)의 끝판왕으로 알려진 바로 그 작품을 신창용은 집중력과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완주해 발매와 동시에 벌써부터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솔로앨범 타이틀도 ‘밤의 가스파르’다.
이미 현지(미국)에서 신창용은 세계 최고의 피아노제조사 스타인웨이(스타인웨이 앤 선즈)를 통해 2장의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첫 음반은 미국의 클래식 전문 라디오방송 WQXR의 ‘2018 최고의 음반들’ 중에 하나로 선정될 만큼 반향이 컸다. WQXR은 한때 뉴욕타임스가 소유주였을 만큼 미국 내에선 그 권위가 대단한 클래식 전문 채널이다.
스타인웨이를 통해 2019년에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쇼팽 왈츠, 리스트 ‘고독 속의 신의 축복’ 등의 레파토리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주해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이 2집은 스타인웨이 궁극의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하이레졸루션 플레이어 피아노’인 스피리오로 레코딩해 또 다른 화제를 낳았다. 신창용의 새 앨범 ‘밤의 가스파르’는 이처럼 쉬지 않고 갈고닦은 그의 현 단계 내공의 총합인 셈이다. 최근 신창용은, 소리 전달력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솔로앨범은 바흐(칸타타 BWV 208), 쇼팽(발라드 3번), 라벨(밤의 가스파르), 그라나도스(고에스카스 1번), 드뷔시(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등 다양한 곡 선정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라나도스와 라벨의 작품은 신창용으로선 처음 시도한 연주다.
“아직 제 나이도 있고 그래서 더욱 많은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도 이러한 제 생각의 반영이죠.”
왜 첫 곡을 바흐로 시작했을까?
“공연장에서건 또는 녹음할 때에도 바흐는 언제나 제 연주의 1순위였어요. 바흐를 먼저 연주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바흐 ‘칸타타’는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해서 첫 곡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쇼팽 발라드 3번은 발라드 중에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쇼팽 발라드가 모두 마이너 구성이지만 이 작품만 메이저란 것도 매력이죠.”
“라벨 밤의 가스파르는 중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그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정말로 끝없이 무한하다고 느끼게 해준 것도 이 곡을 통해서 깨달았죠. 이후 줄리아드 재학 시절 우연히 이 곡을 다시 들으며 꼭 시도해보고 싶다고 결심했고 이번에 그걸 실행하게 된 겁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엠마누엘 액스, 백건우 등 여러 명연도 많이 듣기도 했고요. 이번 연주에선 각 캐릭터를 살리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각기 너무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이다보니 무엇보다 각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는 가운데 소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습니다.”
신창용의 국내 공식 데뷔앨범 ‘밤의 가스파르’는 아트센터 인천에서 사운드미러(황병준) 레코딩 스텝과 함께 이틀 동안 녹음을 진행했다.
“장소를 잘 택해 소리 전반은 마음에 들지만, 너무 짧은 기간의 녹음이라 아쉬움도 있어요. 완벽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시간적 여유만 좀 더 있었더라면 더욱 좋은 퀄리티의 앨범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신창용은 자신만의 피아노 연습 방식으로 디테일을 강화해가고 있다. 특정 곡을 원래 템포보다 매우 느리게 천천히 계속 반복하며 연주하는 방식인데,. 그러다 보면 평소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걸 알게 된다고.
신창용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미츠코 우치다, 머레이 페라이어, 그리고리 소콜로프, 크리스티안 짐머만 등을 특히 좋아한다.
“미츠코 우치다는 연주할 때 마치 음 하나라도 감싸 안고 가듯이 음을 아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단히 섬세한 연주를 합니다. 본받고 싶은 피아니스트 중 하나죠.”
꼭 협연해보고 싶은 지휘자가 누구냐고 했더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 세겐과 정명훈이라고 했다.
“야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해보 싶어요. 야닉은 젊고 열정적이며 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끌어내는 역량이 대단한 지휘자입니다. 그리고 백건우 선생님과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해보고 싶어요.”
신창용은 오는 12월 예술의전당 ‘마티네 콘서트’에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모차르트는 그가 특히 좋아하는 작곡가이기에 이번 무대 또한 기대가 된다.
신창용의 내년 스케줄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쇼팽 콩쿠르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출전이다.
“내년은 이 콩쿠르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신창용의 취미는 요리하기다. 먹어본 사람들은 맛있다고들 하지만 언제나 양 조절을 못 해 너무 많이 만들어 버리는 게 단점. 발라드 등의 가요 듣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윤종신, 폴킴 등을 즐겨 듣는다. 이외에 영화감상도 좋아하며 특히 ‘미드나잇 인 파리’와 ‘그린북’을 감명 깊게 봤다고.
“다음 연주는 또 어떨지 기대되는, 그래서 다음 공연을 꼭 보고 싶게 만드는 그러한 피아니스트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