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병자호란’, 영화 ‘남한산성’- 그때 국가란 백성에게 과연 무엇이었나.
#추석연휴 동안, 지난해에 읽다 밀쳐두었던 역사평설 ‘병자호란’을 읽고 어제(10월 7일)는 그 병자호란을 그린 영화 ‘남한산성’을 관람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고나서 스스로에게 아주 단순한 질문을 했다.
“주자학을 이념적 절대가치로 삼았던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그 때 국가는, 조국은 과연 백성에게 무엇이었나?”. 그리고 다시 自問해 보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어떤가. 좌파정부로 대표되는 국가는 오늘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삶을 保佑할 수 있겠는가. 그런 역량이 있는가.”
나의 허망한 질문과 관련해서 책 ‘병자호란’의 한 대목을 발췌해서 적어 둔다. 사실상의 적국에서 탈출한 자기 나라 백성을, 그 백성이 목숨을 걸고 귀환하려 했던 조국이 어떻게 취급했는가를 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史實 한토막이다.
--1675년(숙종 1) 봄, 만주 벌판을 달려온 한 사내가 압록강의 중강中江에 도착했다. 사내의 이름은 안단安端.청나라를 탈출하여 조선으로 향하던 도망자였다. 그의 역정은 기구했다.병자호란이 일어났던 1636년, 안단은 청군에게 붙잡혀 심양으로 끌려가 노비가 되었다.그리고 1644년, 청이 북경을 차지하자 자신의 주인을 따라 그곳으로 이주한다.
1674년, 오매불망 조국으로의 귀환을 열망하던 안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인이 북경을 비웠던 것이다. 1673년 오삼계吳三桂 등이 반란을 일으켜 강남이 혼란에 빠지자, 안단의 주인은 진압군으로 차출되어 강남으로 떠났다.
주인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안단은 탈출을 감행한다. 물경 38년만의 시도였다, 북경을 출발하여 산해관을 통과하고 심양을 거쳐 만주벌판까지 무사히 가로 질렀다.탈출의 성공을 눈앞에 둔 안단은 의주의 조선 관리들에게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행운은 안단을 외면한다.
공교롭게도 의주에는 마침 청나라 칙사들이 입국해 있었다. 의주부윤 조성보趙聖輔는 안단의 사연을 칙사들에게 알렸고 칙사들은 안단을 묶어 봉황성으로 압송해 버린다.참으로 허망한 결말이었다. 끌려가면서 안단은 절규했다.
“고국을 그리는 정이 늙어 갈수로 더욱 간절한데 왜 나를 죽을 곳으로 내모느냐”
38년 만에 탈출을 시도했던 안단은 어찌되었을까. 십중팔구 처형되었을 것이다. 의주부윤 조성보는 이 불쌍한 궁조窮鳥 를 보듬어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안단의 기막힌 사연을 떠올릴 때마다 병자호란이 남긴 고통의 그림자가 길고 길었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중략)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할 ‘G2시대의 비망록’이다
<韓明基(명지대 사학과 교수)지음 역사평설 ‘병자호란’(전 2권) 머리글에서>
* * *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소설에 함축된 언어美學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러나 그 언어들이 國亡의 위기에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관객은 절감하게 된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정치적 신념'의 언어적 대결(아래)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의지나 정책적 역량만으로는 도무지 해법 찾기가 어려운 위기의 시대이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이제 대한민국의 命運은 사실상 트럼프의 결단에 달려 있는 형국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조판서 金尙憲 (斥和派): 오랑캐에게 무릎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社稷을 위해 죽는 것이 臣의 뜻입니다
*이조판서 崔明吉 (主和派): 상헌의 말은 지극히 義로우나
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는 삶을 지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삶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金: 명길의 말은 전하를 앞세우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하는 것입니다.
*崔: 적의 아가리 속에도 삶의 길은 있을 것입니다.
죽음은 견딜 수 없지만 치욕은 견딜 수 있습니다.
첫댓글 소생도 며칠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김훈의 동명 소설은 오래전에 보았구요.
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한구절은 '문장으로 발신한 대신들의 언사는 기름진 뱀과 같았다'
6.25때 포로로 납북된 국군의 송환 노력을 역대 어느 정부도 적극적으로 한 일이 없고
어렵사리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가 만주 벌판을 떠돌다가 중국공안에 잡혀 결국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졌다는 기막힌 기사를 읽은 일이 있습니다. 미국이 위대한 나라인것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보듯이 땅이 넓고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데 과연 이 나라는 백성을 지켜주는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