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21 173호 (이주의 한국인 무엇을 이야기할까)
PC통신의 농담,<구타교실>미친 개의 필살기에 사오정도 사망 직전.
이제 분노의 역류가 시작된다.
씨네 21에 한줄 토픽 형식으로 실린 글을 저는 몰랐었는데
통신을 통해 어떤 분이 가르쳐 주시더군요.
딱 한줄 실렸는데 책 그냥 보내 달라긴 그렇고 통신메일 하다 못 해 메모라도
남겨 주었음 문 닫으려는 가판대 두들겨서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을 헐~
미친 개의 이름은 핏불테리어도 아닌 그 이름도 거룩한 똥행패
[구타교실] -61- 천국에서의 하루
M고와 S고는 가끔 야구 연습 경기를 가졌는데 결과는 항상 비참했다.
미우나 고우나 M고에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다면 똥개조차도 끝까지 관전하기가
매우 민망했다.
매번 15:0 이상으로 졌다.
대부분 7회 콜드게임으로 끝났는데 9회까지 하고 S고 아이들이 봐 주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면 한 30:0 쯤으로 졌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S고는 전국대회 4강 실력이었고 M고는 서울 지역 예선 그것도
1회전 통과가 지상 과제였으니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그러나 시골 학교에서 에이스 성민수를 스카웃 해 온 것에 용기를 얻은
이현수 체육부장은 S고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설마 이번에도 콜드 게임으로 지겠냐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 십여명은 성민수가 주전 투수로 나온다고 하기에
S고에 야구 관전 겸 놀러 갔다.
담쟁이 덩굴이 둘러 쳐진 웅장한 교문을 통과하니
온갖 나무와 꽃들로 잘 정비된 정원이 빨간 벽돌길과 함께 교정으로 이어졌다.
회색의 금간 건물에 흙먼지만 풀풀 날리는 M고의 교정에서 매일 미친 놈들처럼
뛰어다니며 얻어 터지다가
S고의 환상적인 교정을 보니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싶었다.
교정의 이곳 저곳에선 단정한 교복차림의 아이들이 한가롭고 휴식하고 있었다.
왜 그다지도 이쁜 여학생들은 많은지 인민복을 입은 우리들은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렸고 응석이 녀석은 여학생들을 흘끔거리며 침을 벽돌길을 따라
질질 흘리며 걸었다.
"야 이새끼들아 쪽팔리게 굴지 좀 마. 우리가 섬마을 학생들이냐"
조병국은 화를 냈지만 두리번거리긴 마찬가지였다.
S고의 화장실엘 가보니 대기업 본사 건물 화장실인듯 너무도 청결하고 반지르한
하얀 타일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가 미안했다.
응석이 녀석은 계속 탄성을 자아냈다.
"얘네는 뜨거운 물도 나오나봐. 이야~
이 파란 양변기좀 봐라. 여기서 세수해도 되겠다. 우히히"
조병국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미친 새끼"
조병국은 담배를 한 대 꼰아 물었다.
"이 형님이 S고에 왔으니 흔적을 남기고 가야지"
하며 가래침을 아랫배부터 끌어모으더니
"캬아아아악 캭 캭 캭 켁켁 퉤~~~~~~엣"
조병국 저 자식이 야구 구경 오겠다고 할 때 부터 알아봤다.
저 자식은 야구를 보러 온게 아니라 S고에 행패를 부리러 온 것 이었다.
S고가 조병국에게 피해를 입힌 건 아무 것도 없는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계속 씨발 씨발 쌍소리를 해댔다.
조병국의 만행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M고에서 똥행패에게 억눌리며 살아 온 한을 여기서 다 풀려는 듯 했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휴지를 다 풀어서 양변기에 쑤셔 박아 버리고
화장실 문짝을 있는대로 걷어 찼다.
'양변기에 세수하겠다는 김응석보다 더 미친새끼 같으니라구'
"에이 씨팔 분이 영 안 풀리네. 이 형님은 엿같은 학교에서 좆빠지게 고생하는데
이새끼들은 뭐가 잘 났다고 이런 좋은 환경에서 공불해"
얘기를 듣고 보니 약간 열이 받긴 받았다.
조병국은 화장실 문을 라이터로 시커멓게 지져댔다.
지지는 정도가 아니라 글씨를 썼다.
'대 M 고 만세'
조병국은 참으로 희한한 애교심의 소유자였다.
조병국은 그에 그치지 않고 좋은 생각이 났다는 표정이더니 바지 자크를 내려
오줌발을 화장실 바닥에 흩뿌렸다,
그때 깔끔한 교복 차림의 S고 학생 둘이 화장실에 들어오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이 씨발새끼들아 오줌누는거 첨 봐. 꺼져 개새끼들아"
조병국은 전혀 굴하지 않고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바닥에 오줌을 갈겼다.
그의 분노의 크기인 듯 오줌발의 세기는 좀체 줄지 않았다.
매우 급한 표정으로 화장실에 들어섰던 S고 아이들은 미친 놈 봤단 표정으로
화장실을 다시 나갔다.
"우하하 이제 분이 좀 풀리네. 야구나 보러가자."
조병국의 황당한 행동에 당황했지만 가슴 속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악마는
정체모를 통쾌함을 느꼈다.
경기는 5회를 지나고 있었다.
성민수의 강속구 덕분인지 경기는 0:2로 밖에 지고 있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에러로 인한 점수였다.
M고와 S고의 야구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M고에서 에러라도 할라치면 이현수 체육부장이나 감독이 경기중에도 불구하고
'개새끼 소새끼' 욕설을 퍼붓고 공수 교대시에 반드시 빠따나 따귀를 때렸다.
그러니 아이들의 몸은 공이 자기 앞으로 오면 더욱 굳어졌다.
반면에 S고는 에러가 거의 없었지만 에러를 한다 치더라도 그 아이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고 감독은 큰소리로 '괜찮다'라고 소리쳤다.
그 후엔 어김없는 파인플레이였다.
민수는 갈수록 지쳐갔다.
7회에 접어들자 내야진의 연이은 에러로 무사 만루 청소년 대표인
S고의 4번타자에게 결국 만루홈런을 맞고 말았다.
응원하던 S고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다.
조병국이 참을리 없었다.
"이 씨발 년, 놈들아 아가리 안 닥쳐"
여자 아이들은 조병국의 폭언에 '어머 어머' 소리를 내며 놀랐다.
S고 남학생 셋이 조병국에게 말조심하라고 했다가 오히려 흠씬 두들겨 맞았다.
"씨발 새끼들. 힘도 없는 새끼들이 까불고 있어 확~"
응원하던 S고 아이들은 모두 야구장을 떠났다.
이것도 응원전이라면 우리는 경기에선 졌지만 응원에선 이겼다.
성민수가 박찬호가 아닌 이상 S고를 상대로 오합지졸을 이끌고 이길 수 없었다.
성민수는 결국 강판당했고 경기결과는 예전과 별 다를 바 없었다.
0:12 7회 콜드게임패
조병국은 분통을 터뜨리며 우리를 끌고 다시 화장실엘 갔다.
화장실에 무슨 원한이 있나 보다.
화장실 두 칸엔 아이들이 들어가 힘을 주고 있었다.
조병국은 화장실에 들어서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개새끼들아 지금이 똥쌀때야"
하며 양동이에 물을 담아 끼얹었다.
살인기계 똥행패에 갖은 탄압을 받아서 그렇지 참으로 무식한 놈이었다.
난데없는 물벼락을 맞은 아이들을 내 쫓고는 또다시 화장실 문짝을
부서질때까지 걷어 찼다.
야구가 오늘도 콜드게임패를 당한 것에 열받은 나, 진철이, 의기, 응석이도
같이 화장실 문을 걷어찼다.
문짝의 절반이 덜렁 덜렁 떨어져나갔다.
우리들의 가슴속엔 뭔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화장실 유리창을 주먹으로 쳐서 깬 조병국은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눈물을 흘렸다.
"씨팔 엿같아서, 씨팔 사는게 엿같아서"
그런 조병국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던 우리들도 눈시울이 붉어왔다.
화장실에 걸려 있던 수건을 병국에게 가져다주니 조병국은 피가 흐르는
손을 감싸지 않고 얼굴을 감쌌다.
우리는 천국에 버려진 이방인이었다.
첫댓글 슬픈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