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의 생일이 다가왔다. 우린 다른 부모들과 달리 애들의 생일이라고 별도로 거창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생일케이크를 준비하고 조금 비싼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민경이의 생일은 8월이고, 민채는 2월이 생일이다. 모두 방학에 겹쳐 있어서 친구들을 모으기 어렵고 그래서 별도로 생일파티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친구들끼리 모여 우애(^^)를 도모하는 기회가 날아가는 것은 단점이지만, 우리 부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한 것은 장점이다. 물론 이제 민경이는 생일날 친구들이랑 놀기에 생일파티나 이런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었다. 그저 용돈을 좀 더 주면 친구들이랑 알아서 잘 놀다 온다.
민채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민채에게 물었다. 어떤 종류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줄까? 민채는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말고~ 겨울이라서 그냥 케이크가 더 좋아~ 케이크는 다 맛있으니까 어떤 것도 괜찮아~” 나는 대답했다. “알았어~ 적당한 거 생각해 볼 게~” 민채의 말에 처음에는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그저 제과점의 생크림 케이크 정도 사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애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뭔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 이런 부분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애들이 가벼이 말해도 부모는 그 말이 그리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애들과 관련해서는 늘 스스로 무거운 짐을 지려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참 아이러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좋을지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요즘 분위기가 있기에 우린 저녁으로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산 타르트가 케이크를 대신했다.
저녁에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이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야채며 반찬이며 김치며 여러 가지를 아내가 준비하면, 난 옆에서 후라이팬에 고기를 직접 굽는다. 우리 부부는 나름대로 업무를 나누고 각자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나의 서툰 실력이 위력을 발휘하면 일찍 저녁을 먹으려던 계획이 늘 늦춰진다. 또 고기를 굽고 있으면 중간중간 애들이 가까이 다가와서 입을 크게 벌리며 하나만 달라고 말을 하면 그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겉으로는 말한다. “후라이팬이 뜨거우니 가까이 오지 말고, 조금만 참으면 먹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하지만 난 속으로는 또 웃는다. 그리고 공주들이 두 번 정도 보채면 나의 이런 의지는 그냥 무너진다. 한 번 무너진 의지는 이후에 계속 무너진다. 사실 고기는 구우면서 약간 뜨거울 때 “후후” 불며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나도 공주들도 여러번의 경험으로 그것을 안다. 솔직히 나도 애들이랑 이렇게 구우면서 나눠 먹는 고기가 더 맛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식사 준비로 복잡한 주방 주위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공주들이 다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그렇게 말을 한 것 뿐이다. 이렇게 같이 먹으면서 고기를 굽는 날은 고기가 거의 다 구워졌을 때 쯤이면 남은 고기가 반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애들은 가끔 말한다. “아빠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불러~” 그렇게 굽다 보면 집안에 연기도 가득하다. 그러면 공주들의 역할은 양쪽 창문을 한쪽씩 여는 것이다.
저녁을 먹은 후 후식으로 딸기와 케이크를 먹어야 했다. 먹으려다 보니 딸기와 타르트를 조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타르트와 딸기를 각각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양이 많은데 욕심을 부리면 애들이 배가 아플 수도 있으니 남겨뒀다가 다음에 먹도록 해야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그분이 오셨다.” 난 타르트에 딸기를 올리면 좀 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짧게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무작정 딸기를 반으로 자르고 타르트 위에 올렸다. 간단하지만 올리면서도 모양에 대한 걱정을 좀 했다. 나 스스로가 미술에 대한 재능이 워낙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것이지만 평소 이런 것을 별로 해 본 적이 없어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럭저럭 공주들과 같이 만든 케이크는 생각보다 참 괜찮았다. 케이크 초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나름 생일축하를 할 정도의 모양은 나왔다. 생일 당사자인 민채는 자신의 노력이 조금 들어간 케이크라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 만들어 갈 즈음에는 “오예~”라는 짧은 감탄사도 나왔다. 그 말은 내 마음을 더 기쁘게 했고, 같이 만드는 중간중간 내게 힘을 주기도 했다.
민채의 생일축하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지만, 그 여운은 좀 오래갔다. 같이 만들고 같이 하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할 것 같았다. 잘 하지는 못 하지만 같이하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해봤다. 분명 사서 먹는 케이크보다 이 케이크가 더 예쁘거나 더 화려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케이크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만큼은 그냥 사서 주는 케이크 보다 더 클 것 같았다. 다음에 민경이의 생일에도 약간 다른 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분명 민채의 집안 경쟁자인 민경이도 말을 할 것이다. 자신의 생일에 케이크를 만들어 달라고~~ 조금전 민경이도 옆에서 같이 거들었으니 같이 만든 케이크의 의미를 조금 생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는 이해할 나이는 되었고, 아직 어리기에 그 정도 이야기는 할 것이다. 그러면 난 더 신이 나서 열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민경이가 꼭 만들어 달라고 재촉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침 꿀꺽
ㅎㅎㅎㅎ
잼 나게 맛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