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겁없이 까불던 그런 추석이 있었다.
지금
내 나이와는 어림도 없는 작은 숫자를 가진 그 옛 시절.
하지만
추석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이 세상 모두에게 똑 같이 찾아온다.
고교시절은 진짜 철없고 겁없고
코뚜레 없는 망아지(송아지도 포함)시절이었다
학교는
가을 수학여행 간다고 생 난리다
하지만
내 동기(난 전기과, 그 동기는 토목과)와
"야 우리 수학여행 가지말고, 니 고향에나 가자.."
"그래, 좋아"
두 녀석이 죽이 맞아 우린
그 유명한 설악산 수학여행 가는 날에
엉뚱하게도
터들거리는 시골버스를 타고, 친구가 살던 고향인 고령땅으로.............
(친구 아버님이 초등학교 교감으로 고령 모 국교에 근무 하셨음... 나중 울릉도 모 국교 교장으로 발령나시기도 했음)
추석날 밤은
달보다 더 화려함이 온통 달을 능가한다
밤.
그 동네 모든 이쁜 아가씨들이 우리를 위해 한 사랑방에 모였다.
무슨 환영회인가를 해 준다고..............
시골만이 터뜨려내는 온갖 멋진 향기에, 집집마다의 그날 차례상에 차려졌던 남은 맛깔나는 음식들이 이 한자리로 다 모였다.
우린 빙 둘레져 겁없이 그 소주를 안주에 안기며 골고루 깟다
(그 당시 됫병으로 나온 소주 2l 짜리 몇병을.....)
시골 아가씨들이 T시에 자란 우리들 보다 휠씬 화랑도 정신의 일환인 술에 대한 임전무퇴 정신이 농후하며 용감무쌍했다.
그 술잔이 너무너무 정신없이 빨리 돌아돌아 비워졌으니...........
돌아가며
마신 술잔을 뒤로 하고
난 너무 취해 뒷깐을 간다며 출방을........
와 -
보름달이 나보다 더 싱싱하게 웃는다
그 넒던 하늘엔
달이 별을 데리고 빛을 뿜으며 화하게 선녀처럼 내려 앉는다
내 옆에 앉은 진녹색 00 아가씨(당시 16~8세 정도인 우리 또래)
왠지 나에게 자꾸 술을 먹이더라고.............
마당 한켯을 어루만지던 달이 날 빤히 쳐다보기에 술 기운이지만 바지 내리기가
좀 숙스럽고, 머슥하고, 미안하다
나락 짚더미를 쌓아놓은 한쪽 곁에 살짝 비켜서서 쉬ㅡ를 한다......
그런데
와 ~ ~
이게 어찌 된 기이한 현상인가?
하늘을 혼자 휘집고 설치던 그 추석날의 보름달이
갑자기
휙---- 하고
서쪽 산을 향하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 아닌가.................
그런 후
내가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는 토담방 구석에 뉘여져 있고
내 동기와 진녹색 옷을 입은 그 아가씨가 내 주둥이에 식혜(단술)를 숟가락으로 조금씩 뽀뽀를 시켜주면서...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이것 좀 마셔봐요............"
그때 그 아가씨도
추석날이 되면 옛날 그일이 생각날까?
추석날.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ㅎㅎ
월운이사(月雲移徙)
구름이 흘러가는데
모두들
달이 옮겨간다고 얘기한다 ~
내가 구름되어 통나무처럼 넘어지는 줄 모르고
달이
날 피해 저멀리로 도망가는 줄 알았었네~
그 추석날 밤에 말이야~
* 율동의 미학을 사랑하는 님들
좋은 추석명절 되세요....
- 도랑 -
첫댓글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 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어렸을적 추석은 온 집안 식구 들 모여 참 즐거운 명절이였지요 !!
그 시절 그 추억을 잠시 생각해봅니다
행복 가득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
그런 잼나는 추억이 있었네요 ᆢ
선배님 ᆢ ㅋ ㅋ
선배님도 젊을때는 왠간히도 뿌시댓네요
하기사 틀에박힌 수학여행보담
엉뚱하게도 새로운 호기심이 훨 매력있죠
댓병술이 있고 여친들이 있는곳인데
지옥인들 우선 들이밀고 봐야죠
눈앞에 여친이 따라주는술
아무 생각없이 쭉쭉 빨아땡기야지
별수 있읍니까
찐녹색 입은 아가씨 ~~얼굴이 그려집니다
그래도 끝까지 물고늘어져
술깨라고 달달한 식혜물까지 입에 떠넣어줬으니~~추억이 될수밖에요
지금은 어느하늘밑에 계시는지
대신 무운을 빌어보면서
재밋는글-- 잘 읽고갑니다---♡♡♡
선배님 글 솜씨 그 누가 따르랴
청춘을 신바람 대열에서
재미난 추억 이야기들로
제 추억도 불러모아봅니다
앵두나무 우물가 노래부른
내 친구 인기 만점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 보따리
젊음이여 그때 그시절이
그리우면 지금 행복할 수 있음이니
나 지금 행복합니다
선배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작품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