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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의 반란-10
65세와 56세의 반란(叛亂)
미들급 상위 랭크 들과의 경기에서 이기고 다음 주토요일에는 미들급 챔피언과 타이틀 전을 치른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PGA가 되어 첫 빅 게임을 시작한다. 그 게임에서 그린쟈켓을 입어야하고 그 1주일 후에는 무제한급의 상위 랭커와 싸우고 이겨서 그 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무제한급 공석인 타이틀 전을 가진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건강하고 체력 좋은 젊은 선수들은 한두 달 마다 경기를 치른다. 32살 정도 넘으면, 벌써 노장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데뷰 2~3년 만에 20전을 치른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에이리언 쎄지로가 아닌 인간 첫번째인 나세희와의 정사는 나의 믿음에 더욱 확신을 주었다. 나는 며칠째 내 몸 상태를 가벼운 운동으로 점검하였다. 이 나이에는 같은 자세로 30분 정도만 있어도 관계된 곳의 뼈가 아프다. 새로운 행동으로 바로 바꿔지지가 않는다. 적어도 5분 정도의 준비운동 (워밍업)이 필요하다. 또한 기억의 연결이 잘 안된다. 그래서 생각의 훈련도 필요하다. 갑자기 근육에 힘을 주는 스트레칭은 그 다음에 무리를 만든다. 그래서 골프 연습을 하는 동안 스윙의 강약을 조절해야 했다. 골프경기에서는, 폼이고 기교 스러운 룰 등에 대하여 나는 모른다. 그래서 무조건 파를 줄여야 한다. 그린 위의 홀이 보이는 코스에서는 한번에 집어 넣는다. 골프 경기는 단 한번으로 끝내야 한다. 언론이나 주변에서 확인 경기가 필요하다 하겠지만, 나는 끝 이어야 한다. 복싱 또한 마찬가지이다. 무제한급의 승자가 되고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섹스. 나는 한국에 가야 한다. 쎄지로를 만나러. 그녀와의 정사는 내 65세 반란 같은 삶의 종지부일 것이다. 그 다음은 나는 모른다. 나는 벌써 정신이 지쳐 있는 것을 느꼈다. 벌써 골프클럽에서 3잔째 커피이고 5개피의 담배를 피웠다. 이 나이에 내가 무얼 하는 것인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왜 하필 쎄지로였고 나였던가? 왜 나는 다른 것을 요구하지 못하였던가? 이게 혹 꿈은 아닌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헬로우~ 이거, 할배아니예요?"
나는 한국말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가 세희 목소리였다.
돌아보니 역시 나세희였다.
"아니! 여긴 어쩐 일로???"
"내 님이 계신 곳은 어디라도 가서 찾아 낼 거예요. 놀라셨죠. 여보?"
나세희는 얼굴에 활짝 웃음을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겼다. 나도 세희를 꼭 안았다. 이 나이에 참 어울리지도 않겠다 생각하며...
"잘왔어. 그러잖아도 말동무가 필요했어."
"에개. 겨우 말동무~"
"어~ 하여튼 와주어 고마워.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았어?"
"놀랐지요? 어떻게 찾았을까요? 으~음~"
뜸 들이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50대 중년치고는... 허긴 옷차림이 상큼하였지만.
"실은 제가 공갈을 좀 쳤어요."
"엉! 공갈! 어떻게? 누구에게?"
"ㅎㅎㅎ. 타이고 우즈에게요."
"뭐라고?"
"할배 애인인데, 지금 그와 만나야 한다. 니에게 물어보면 안다고 했다 하니, 턱 하니 이곳을 알려주데요~ 저 잘했죠?"
고개를 쳐들고 생글 생글 미소지었다. 이쁜 것.
"그래서 지금 바뻐요? 혹은 시간 있어요?"
"아이~ 무슨 물음이 그래요. 당신 찾아왔는데... 시간 있잖구요. 뭐든 시키세요. 당신을 위해서는 다 할께요."
"어이구. 천군만마를 만났네 ㅎㅎㅎ."
"그래서 이렇게 세워둘거예요?"
그날 오후 종일 나세희는 나의 말 상대가 되었다. 한번도 싫은 내색없이. 그날 밤,세희는 간단한 짐을 챙겨 내가 거처하는 콘도로 옮겨 나를 옆에서 도와 주기로 하였다. 사실 나도 먹는 것에서 부터 경기보조가 필요하였다. 내가 운동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내 생각을 말할 때 잘 들어주었다. 그건 기억을 리마인딩 하기 위하여 필요하였다. 내생각과 기억을 들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그것을 말하면서 다시 재생하여 활용한다는 것. 이 일을 위하여 너무 중요하였다. 세희는 나에 대하여 묻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여보!”
“왜?”
“제가 여보라고 부르는 데 대하여 거부감 있어요?”
“그러면, 뭐라 부를건데? 나는 좋기만 한데… 왜 그러는데?”
“오케이. 좋다니까 저도 됐어요. 너무 오랫만이고, 그렇게 부르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는데 혹 사라질까 봐요 ㅎㅎㅎ.”
에구~ 세희야. 나는 사라져야 하는데…
“세희야~ 니가 좋은 대로 다 해도 나는 좋아. 옆에서 이렇게 혼신을 다해 도와주는데, 내가 업어주고 안아주어도 부족해, 그지?”
“나 거지 아닌데…그럼, 여보! 나 지금 한번 안아줘요~”
세희는 나와 함께 있으면 성욕이 불끈 불끈 솟아난다고 했다. 나에게 전이된 것 같았다. 오웊은 사랑의 감정이 서로에게 같은 수위일 때 진가가 나타나며 그 결과가 진정한 오웊이다. 우리는 불꽃이 튀면 그렇게 오웊을했다. 그러나 몸이 망가지지 않게…
"세희야. 당신, 굽이 5내지 7센티 높은 부츠 가지고 있나?"
내 말에 세희는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 봤다. 나도 그런 세희의 까만 눈동자를 쳐다봤다.
"있어요, 집에. 그런데 굽이 넓은 앵클부츠인데요?"
"바로 그거 야. 됐어. 지금 가져올 수 있겠어?"
"왠지 모르지만, 당장 다녀 올 게요."
세희는 내 트렁크 팬티를 입고 브래지어만 하고 그 굽 높은 앵클 부츠를 신고 내 앞에 섰다. 이 정도면 좋다 생각 들었다. 연습을 하기 전에 워밍업이 필요했다. 설명도 해 줘야 했고.
"세희야. 이제 본격적 연습을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여야 하거든. 부츠 벗고 내 앞에 서."
"뭐 예요? 미즈 실버 대회 때 보다 더 어렵고 힘드네요. 뭐~"
"뭐. 미즈 실버? 그건 또 뭔데?"
"ㅎㅎㅎ 캐나다 촌 사람들은 그런 것 몰라도 미스 코리아는 아시죠?"
"으응. 그건..."
"50세 이상이면 누구든 참가해서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중년 여성들의 미의 잔치예요. 그기에 제가 참가했었어요. 미즈 실버 진이 될 수 있었는데... 남편이 없어서 안됐어요. 참 아쉬웠어요."
왜, 남편이???"
"허참. 이렇게 탈탈 털려고 애써요. 다 보여요."
"허허허. 아니야. 지금까지 묻지 않았잖아."
"그래요. 알고 계셔야 해요. 10년 전에 업무로 출장을 유럽으로 갔다 비행기 사고사 당했어요."
세희는 목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저가 사는 콘도와 생활비용들 다 보상금과 보험금으로 충당했어요. 미나의 학비 골프 교습비 등 모두 요. 남편이 저보다 년하라서 저도 직장을 다녔어요. 너무 힘들어 작년에 그만 두었어요. '부츠 벗고 앞에 서'가 여기까지 왔네요. 당신 나빠요.이렇게 힘든 말을 하게 하다니..."
나는 흐느끼는 세희를 꼭 안았다. 젊은 사랑들 같이.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 몸이 되었고 나는 박음질의 진수를 세희에게 아낌없이 시전하였다.
세희는 이민 와서 살면서 한국에서의 학력 증명서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쁜 얼굴이 삶의 질에 그렇게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나와의 오웊에서는 이대 졸, 미즈 실버 미의 고고함 자부심 같은 것들을 스스로 버리고 개같이 소리쳐 울고 흐느끼고 발광하였다. 세희는 상위에서 절구질을 하며 당하며 17센티의 거대함을 온 몸으로 느낌과 동시 경끼하듯 자지러지듯 몸서리치며 발광하였다. 세희는 마침내 절구공이를 꽉 낀 채 ‘으, 아, 악! 으, 흐, 흑! 나 죽어요~’ 소리치며 그대로 내 가슴으로 쓰러졌다. 여성의 본능대로 그녀는 나와의 오웊에 몰입하였었다. 오히려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 나세희가.
“여보~ 당신은 나에게 박음질 한다고 하시잖아요? 그럼 저는 뭐예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가려는 나에게 세희가 베시시 웃으며 물었다. 그것 참…
“아이 해브 노 아이디어인데… (I have no idea…). 아하~ 나는 이렇게 한 템포 늦단말이야. 절구! 세희는 절구. 나는 절구공이. 오케이?”
“당신이 지어 내었으니… 아! 절구질이라 하면 되겠네요. 저 나세희는 제임스의 절구질에 받음질로 절묘하게 응수하여 경천동지(驚天動地)하였네요 ㅎㅎㅎ”
역시 똑똑하였다.저것도 56세의 반란에 넣어 말아…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상대적으로 남자가 인정해 주어야 가치가 발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만족이니 자화자찬에 자폭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들에 핀 것 하나. 그것을 꽃이라 불러 주었을 때 비로서 아름다운 꽃으로 생생하게 사는 것이다. 나세희가 미즈 뭐니 이대 졸이니 하는 것들은 아직 봉건적 사상에 벗어나지 못한 나라에서의 금수저 같은 줄이다. 그러나 그녀는 나고 자란 한국에서의 줄과 증들 그 모두가 크게 힘을 끼치지 못하는 곳에 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였다. 나라는 타인에 의하여. 나에게는 큰 힘이고 고귀한 가치였다. 복싱 연습때는 그녀는 내가 되었고 나는 나 보다 큰 나의 상대가 되었다.
"여보. 제임스! 내가 왜 이러지요? 힘이 막 나요 ㅎㅎㅎ."
"내 힘이 전이되었나 보다. 좋은 현상이야. 지금 하는 연습들은 사실 체력운동도 되고 회춘운동도 되는거야. 몸도 마음도 당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 가능한거야."
"그런데 정말 복싱경기를 하는거예요? 저는 무서워요. 당신에게 일이 생길가봐. 그러면 나는 어떡해요. 으, 흐, 흐, 흐, 흑~~~"
"뭐야~ 잘 나가다 감정에 빠지기야~ 세희야. 날 봐! 이 나이에 이렇게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절대 불가능 하잖아. 그건 당신이 더 잘 알잖아. 그런데 내가 지금 하고 있어."
"제임스. 당신이 지금 65세의 반란을 하는 거 잖아욧!"
"으하하하. 그래 맞다. 65세의 반란! 지금 내가 그것을 하는 거야. 당신이 옆에서 도와주고. 그래~ 65세의 반란..."
“그리고 저 나세희도 당신 물이 들어 56세의 반란을 하잖아요. 동의하세요?”
“엌! 당신까지?... 그래. 좋다. 같이 반란해보자! 세상이 놀라 뒤집어 지게 하하하.”
“그래요. 한번 해봐요. 65세의 반란에 전이된 56세의 반란! 멋지죠?”
나를 보며 두 팔을 가슴께에 들어 올리고 다리를 어깨넓이 만큼 벌린 채 긴장한 얼굴로 그 말을 한 후 돌아서서, 세희는 언제 흐느끼었느냐는 듯 쌩쌩하게 허리를 좌 우로 움직이는 스트리칭을 하며 벽 쪽에 가서 코너에 달려있는 죄 없는 샌드백을 내 보란 듯 두드렸다.원래 샌드백은 치라고 달아 놓은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두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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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희, 복싱코치 그리고 골프캐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