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교황 “평화 위해 기도합시다! 무기 제조업체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폐 염증에 따른 약간의 호흡 곤란으로 말하기 어려워 교황청 국무원 소속 필리포 치암파넬리 몬시뇰이 11월 29일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대독했다.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비극적인 상황과 관련해 “가자지구 휴전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필요한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접근이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지금도 전쟁을 치르며 너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이탈리아 서커스 재능 축제에 참가하는 서커스 단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Salvatore Cernuzio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부탁입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길 뿐입니다. 모든 이의 참패로 끝납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많은 것을 얻는 집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무기 제조업체들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로마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성 베드로 광장이 아닌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11월 29일 수요 일반알현은 교황을 대신해 교황청 국무원 소속 필리포 치암파넬리 몬시뇰이 교리 교육을 대독하고, 다양한 언어로 교황의 인사말을 낭독했다. 교황은 일반알현 말미에 인사말을 다시 이어갔다. 교황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이스라엘 성지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우려는 강렬했다. 교황은 일반알현이 시작될 때 “폐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말하기 어려워졌으며 회복 중”이라고 신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교황은 주치의의 요청에 따라 오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을 취소했다.
인질 석방과 구호품 유입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교황은 나흘째인 휴전 기간을 연장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모든 인질을 석방하며, 인도주의 상황이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유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월 28일에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소재 키부츠(농업 공동체)인 니르 오즈, 니림, 니르 이츠하크에서 납치된 인질 중 다섯 번째 그룹(12명)이 석방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황은 함께 기도하자고 청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합시다.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부탁입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 (...) 가자지구 휴전이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필요한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접근이 계속 이뤄지길 바랍니다.”
가자지구 본당과의 연락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 가브리엘 로마넬리 주임신부와 유세프 아사드 보좌신부가 사목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성가정 본당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거의 매일 이들과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물도 없고, 빵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 고통받는 쪽은 평범한 사람들, 민중이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평화를 요구합니다.”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국제사회에 호소
교황의 호소는 당초 합의보다 이틀 연장된 휴전을 계속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호소에 동참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지중해 연합 회의를 위해 바르셀로나에서 온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문제·안보정책 고위 대표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을 두고 “가자지구의 끔찍한 상황을 완화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또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된 인질 일부가 석방된 것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릴 수 있게 된 최근의 적대행위 중단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하마스에게 다른 모든 인질을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모두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사태가 시작된 이래로 모든 삼종기도와 수요 일반알현에서 납치된 남녀노소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청해온 교황은 11월 29일 수요 일반알현에서도 이 호소를 반복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희생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2년 가까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국제연합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는 11월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2월 이래 약 178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평화를 말할 때, 지금도 전쟁을 치르며 너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잊지 맙시다.”
서커스 단원들에게 인사
교황은 일반알현 말미에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서커스 재능 축제에 참가하는 일부 서커스 단원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바오로 6세 홀 단상에 오른 마술사, 곡예사, 곡마단은 인류 역사의 비극적인 순간에도 미소와 열정을 불어넣었다. 교황은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며 즉흥적으로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기쁨의 순간을 선사해준 서커스단 소년, 소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서커스는 인간 영혼의 차원, 곧 놀이의 신비로움으로 만들어지는 무상의 기쁨, 단순한 기쁨의 차원을 표현합니다. 저는 우리를 웃게 해주면서도 강도 높은 훈련의 모범을 보여준 이 소년, 소녀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경지에 도달하려면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이들에게 큰 박수로 감사를 전합시다.”
일반알현에서 한 서커스 단원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