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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궁인 블로그 (https://m.blog.naver.com/xinsiders/223477646888)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선생님 글이야
최근에 맥페란 처방한 환자 파킨슨이었다는 이유로 금고 10개월 처벌받은 의사 관련해서 블로그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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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파킨슨 환자에게 멕페란은 주의해야 할 약물입니다. 사실 관계에 있어서 옳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해볼까요. 멕페란은 도파민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그 유튜브 숏츠 볼 때 나오는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뇌를 흥분시킨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멕페란은 구역질이 날 때 효과가 있습니다. 도파민이 억제되니까 흥분이 줄어들어 구역감도 줄어듭니다. 멕페란은 인류가 구역질과 맞서서 발견한 아주 효과적인 약입니다. 효과가 좋고 단가도 사백 원 정도로 저렴하며 다섯 시간 반감기로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대체약은 기전이 다르지만 단가가 만 원이 넘으며 보험에서 삭감당합니다. 의사들은 그래서 멕페란을 자주 처방합니다. 멕페란은 유일한 항구토제에 가까우며 처방받은 환자은 쉽게 안정을 찾습니다.
파킨슨은, 단순하게 설명하면, 뇌세포에서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병입니다. 흥분 상태가 줄어드니까 손발이 조정되지 않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파킨슨은 대체로 오랫동안 진행되는 병입니다. 노년에 흔하고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파킨슨병과 멕페란은 기전이 겹칩니다. 둘 다 도파민이 줄어듭니다. 도파민이 이중으로 억제되니까 이론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 금기는 아닙니다. 멕페란은 다섯 시간이면 인체에서 빠져나가는 약입니다. 당장 구역감을 호소하면 주의 깊게 처방할 수 있습니다. 약전과 문헌에는 모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도파민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체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구역감 억제나 파킨슨병 증상은 그 일부입니다. 대체로 위험군에게 멕페란을 삼 개월 이상 사용할 경우 도파민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정도입니다.
의사는 여든세 살의 환자에게 병력을 물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구역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멕페란을 일 회 처방했습니다. 그리고 환자는 파킨슨병 악화를 호소했고, 결국 의사는 상해를 입힌 죄로 고소당했습니다. 맥페란은 다섯 시간이면 몸에서 빠져나가는 약입니다. 또 파킨슨은 경과가 길고 때로 급격히 악화되기도 하는 병입니다. 멕페란 주사 한 번이 정말로 환자를 악화시켰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단기적이라면 몰라도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여간 결론적으로, 의사는 이 처방 한 번으로 재판으로 끌려가 금고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사실 관계를 떠나서 이 판결은 참혹합니다. 더 삿된 말로는 엉망이고 엉터리입니다. 이 사건은 이제 죄라는 이름이 붙어 법정과 사법처리의 영역이 되었으니까요. 이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니까요. 일단 길거리로 나가 약국에서 아무 약이나 산 뒤에 약전을 읽어보세요. 어떤 약이든 부작용과 금기 사항이 열 개 이상 적혀 있습니다.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약임에도 불구하고요. 그것들을 먹자마자 모조리 그 부작용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적어놓은 게 아닙니다. 이론상으로 부작용이 있어서, 때로는 보고된 바가 있어서, 때로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명시해둔 겁니다. 알 권리가 필요하고 조심해야 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들은 인류가 부작용 없이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약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방약도 마찬가지로 대체로 안전합니다. 일단 이 괴리 때문에 약을 처방할 때마다 문헌에 적힌 모든 부작용을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멕페란은 멕소롱이라는 이름의 멀미약으로 일반 약국에서 팔았을 정도로 안정적인 약입니다. 임산부의 입덧에도 사용할 정도입니다. 아마 국내에서 하루에 오만 명 이상 멕페란을 맞을겁니다. 이 약의 주의 사항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자발성운동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갈색세포종, 과민증, 불내성, 위장관 출혈, 기계적 장폐색, 천공, 신경이완제, 메토클로프라미드 유발 지연성 이상운동증 병력, 간질, 파킨슨, 레보도파 또는 도파민 효능제 병용투여, 메트헤모글로빈혈증 또는 NADH 시토크롬 b5 결핍 병력, 1세 미만 소아에게는 금기이고, 그 외 고령자와 신장애 환자와 탈수, 영양불량 등을 수반한 신체적 피폐 환자에게는 신중해야 합니다." 저는 십오 년 동안 수만 개의 멕페란을 처방했지만 이것들을 수만 번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몇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대처가 가능한 부작용이니까요. 그러니까 처방의 이득이 훨씬 큽니다. 그럼에도 금고 10개월은, 그 수많은 의사들이 처방하는 수많은 환자에게 이 모든 것들을 끝까지 캐내 묻어서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하고, 만약 고려했더라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입니다.
그런데 이건 한 개의 약입니다. 보통 환자에게는 매일 다수의 약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떤 진료실에서라도 모든 금기를 확인해서 처방하지 않으면 금고 10개월이라는 겁니까?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도요? 제 진료실을 하루만 참관해보시면 아실겁니다. 환자들은 병력을 이야기하지 않거나, 일부러 틀리게 말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는데 보호자도 없거나, 지능이 온전하지 않거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멕페란은 항암제도 아니고 특수 치료약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만 개가 처방되는 일반적 처방약이며 다섯 시간이면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구토하는 환자에게 처방할 때 모든 사항을 고려하고 조금이라고 부작용이 예상되면 절대 주어서는 안될까요? 저 많은 부작용과 금기 사항과 합병증을 모두 골라내야 하고 만약 상해라고 판단될 경우 의사는 감옥에 가야 하는 것일까요?
유죄 판결은 사회를 직접적으로 바꿉니다. 또 어떤 판결은 사회의 방향성을 드러냅니다. 저는 법을 잘 모르지만, 하나의 판결이란 그 판결이 미칠 사회적인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파킨슨 환자에게 멕페란을 주의해서 놓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주사를 놓은 의사를 10개월의 금고형에 처한다"는 가치 판단이 영향을 미친 판단이자 다른 층위의 결정입니다. 이 사실과 판결 사이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해야 할 사회적 규범과 선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지 일 년 된 환자가 억울하게 멕페란 주사를 한 번 맞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추구하시는 겁니까? 뭐, 옳은 말입니다. 그래서 멕페란 주사를 한 번 놓은 의사에게는 금고 10개월의 형에 처하는 것입니까? 좋습니다. 다만 그 가치를 위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인간 세상은 단순합니다. 사회 규범이 있고, 처벌이 무서우면 하지 않게 됩니다. 살인이나 방화같은 강력 사건이 억제되는 이유는 사회에서 법으로 처벌받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담배꽁초 하나를 버리거나 무단 횡단을 할 때에도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판단하는 소심한 존재입니다. 규칙을 어기면 상응하는 대가가 발생하는게 우리가 정한 룰이니까요. 의사들이 특별히 선량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의사는 적어도 담배꽁초를 투기하거나 무단 횡단하는 사람의 윤리 수준과는 다릅니다. 의사는 환자를 돕는 선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멕페란은 환자를 도우려고 처방한 것이고, 만약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비가역적인 부작용은 대단히 드문 의약품이라서 처방한 것입니다. 이 죄가 금고 10개월입니다. 수만 명을 옳게 진료해도 한 명에게만 부작용이 생기면 금고 10개월입니다. 금고 10개월은 음주운전 사망이나 폭행, 강간 미수나 성추행 따위의 형량과 비슷합니다. 물론 잘못된 판단으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했다면 의사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를 도우려고 저렴하고 효과 좋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을 한 번 주사한 사람의 처벌이 금고 10개월이고, 음주운전 사망이나 강간 미수나 성추행이나 폭행의 처벌이 같다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합니까? 법에서 선의와 악의는 구분되지 않습니까? 아니, 처음부터 우리에게 일을 하라는 말입니까? 환자를 도우라는 말입니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라는 말입니까?
우리에게는 명백히 환자를 돕지 말라는 가치 판단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불확실함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돕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로 판단해서 실행해야 합니다. 자발성운동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갈색세포종, 과민증, 불내성, 위장관 출혈, 기계적 장폐색, 천공, 신경이완제, 메토클로프라미드 유발 지연성 이상운동증 병력, 간질, 파킨슨, 레보도파...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안 주면 됩니다. 처벌은 두렵고 무섭습니다. 우리는 구토하는 걸 보고 있으면 됩니다. 환자는 아프지만 솔직히 저희가 아픈 건 아니니까요. 오늘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모든 의료진이 멕페란 처방은 앞으로 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약은 잘 듣고 값싸고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던 유일한 항구토제였습니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특별한 부작용 없이 멕페란의 덕을 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수만 개의 멕페란이 처방되지 않으면 옳은 사회입니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기를 주저하면 올바른 가치가 실현된 세상입니까? 왜냐면 억울하게 멕페란 주사를 맞고 억울하게 부작용이 생긴 환자가 사라질테니까? 그런데 이게 당신이 행한 정의입니까? 당신이 원한 세상입니까?
이런 판결 하나가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납니다. 보라매 사건 아십니까?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이 예견된 환자를 보호자가 집에 데려가겠다고 우겼습니다. 끝까지 거절하던 의사는 결국 뜻을 거스르지 못해 퇴원시켰습니다. 집에서 환자가 죽자 보호자가 병원을 고소했고 놀랍게도 관련된 의사들이 유죄를 받았습니다.1997년에 있었던 엄청난 명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아십니까? 모든 의대생은 의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환자의 죽을 권리를 보장하면 감옥에 간다는 것부터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2016년 존엄사법 시행까지 20년 간 환자들이 모두 눈 뜨고 목에 호스를 꽂은 채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또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는 법적으로 의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배웠습니다. 의사들은 이십 년 동안 죽어가는 환자를 붙잡아서 모든 치료를 시키고 퇴원을 온몸으로 막아냈습니다. 그럼에도 환자는 끝까지 불법의 경계에서 죽었습니다. 그때 환자에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상 판결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존엄사법이 시행되자 의료계는 평안을 찾았습니다. 환자분들은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라매 사건이 똑같이 발생한다면 죽을 권리를 지킨 한 환자가 됩니다. 애초에 재판에 갈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환자들은 존엄을 찾았고 의사들도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 판결 하나로 이십 년간 의료 현장이 박살났습니다. 그 새로운 의료 현장을 개척하고 싶은 겁니까? 멕페란을 일 회 주사한 죄로 금고 10개월을 선고하는 판결은 보라매 사건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향후 의사들에게 판단 가치와 행동 규범을 정해주는 수준의 판결입니다. "무리해서 환자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임상의의 입장에서는 재판에 불려가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조차 불합리한 사건입니다. 매일 진료만 보는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당신의 의도대로 우리가 행하면 됩니까? 그렇다면 옳은 방향으로 사회가 바뀐다는 말씀이십니까
첫댓글 https://m.blog.naver.com/xinsiders/223477646888
ㅜ과거력 말 안 했으면서 의사 안 됐다
해하려는 의도 없이 도와주려고 처방 했는데 성추행범들과 같은 처벌이라…
와.. 이건 문제가 크다
나라도 필수의료 안할듯...;;
또라인가 지가 말 안해놓고 뭔 고소를 때려
성범죄랑 여성죽이는 살인자를 좀 이렇게 쳐 잡아라
병력을 왜 말 안해줘....
의사들 고소 한두개씩은 다 잡혀잇다는 인터뷰 보고 씁쓸하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