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입주 기업들에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로 한 수정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7일 야권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비(非)충청권 출신 일부 의원들이 "세종시와 똑같은 특혜를 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정운찬 총리로부터 '세종시 수정안 초안'을 보고받으면서 다른 지역의 여론 악화를 차단하기 위해 '다른 지역 유치사업 배제' 등의 원칙을 지시했지만 우려했던 '형평성' 논란이 당장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날 '세종시 특혜'에 가장 강한 톤으로 불만을 표출한 지자체장은 김문수 경기지사였다. 김 지사는 성남 인력시장을 방문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식사를 하며 "세종시에 비하면 경기도는 (배려가) 100분의 1도 안 된다"며 "홀대를 해도 유분수지. 다 가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표로 보여주겠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봐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도 "경기도의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김 지사는 세종시로의 행정 부처 이전을 강하게 반대해 왔지만 정부가 세종시에는 '파격적으로' 배려를 하면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란 판단에 따른 불만으로 관측된다. 경기도가 지역구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은 다 질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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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를 홀대해도 유분수지!”김문수(오른쪽) 경기도지사가 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성남시 인력시장의 한 식당에서였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에서도 이날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에 투자하는 기업도 세종시처럼 국세 감면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특혜를 요구했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무엇보다 세종시에 (대구가 추진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중복 기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세종시에 땅값을 대폭 할인해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고 나면 기업들이 다른 혁신도시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이한구 의원), "대구가 의료단지와 국가산업단지 등을 통해 살길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데 날벼락을 맞은 꼴"(유승민 의원)이라고 반발했다.
야권 지자체 반응도 비슷했다.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세종시에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산업 등을 유리한 조건으로 지원하면 광주시의 기업유치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상면 전남 부지사도 "세종시에 비해 땅값이 비싸지는 나주혁신도시와 해남·영암기업도시, 무안기업도시 등의 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