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주도는 수를 헤아릴수 없을 만큼 가보았다.
첫 제주 여행이 1987년 친구 아버님이 제주에 작은 호텔을 지으셔서
배를 타고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몇해 한번씩 가다가 작년에만 두번을 다녀왔고,
삼굼부리니, 성산일출봉이니, 만장굴이니
단골 관광 명소는 아예 여행 코스에서 빠진지 오래이고,
비자림, 절물 휴양림이나 원주민이나 알고 다닌다는 곳을 찾아 찾아 물어 물어 다녔다.
그럼에도 우도는 한번도 들어간 적이 없어서 이른 아침 호텔 조식을 마치고,
성산항으로 출발을 했다.
중문단지에서 한시간 삼십분 가량 걸렸는데 30분마다 출발하는 우도행 여객선은
쾌적하고 생각보다 짧은 운행 시간이었다.
선실 바닥에 난방이 되어 있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편안했다.
우도는 두군데 항이 있는데 우리는 청진항에 내렸다.
내리니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릭샤같이 생긴 조그만 오토바이형 캡있는
미니 차량이 형형색색 예쁘게 서 있었다.
처음엔 차를 가져갈까도 생각 했는데 아무래도 테마 관광차를 타고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는것이 좋을 것 같아 그냥 왔는데 그 조그만 릭샤같은 캡 달린 오토바이를
보신 부모님이 신기해 하셔도 그것을 빌려타고 일주를 했다.
마치고 나올때는 이만원이란 호객꾼이 있었지만, 우리는 삼만 오천원을 지불했었다.
사장님이 부모님 모시고 온 사람은 오천원을 디씨 해주신다고 했는데...ㅎㅎㅎ
완전 고무줄 가격. 원래 관광지는 그런거니까. 패스.
걸리버 여행기라는 우도 지도를 받아들고 뛰뚱한 툭툭을 타고 가는데
서툰 운전도 그렇거니와 너무 작은 바퀴때문에 노면이 조금만 울통불퉁해도 차량안에
충격이 깜짝 놀랄 정도 였다. ㅎㅎ
장미님은 불안해 하시고,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리시는 눈치셨다.
한 삼십분쯤 지나니 운전이 익숙해져서 후진도 하고 전진도 하고 했으나 역시 뒷자리는 무리였다.
거리마다 먹거리 풍성하도록 세워진 재미있는 테마 음식점들과 우도에서 유명하다는
땅콩 막걸리, 땅콩 아이스 크림.. 맛보다는 재미로 먹는 느낌.
옥색 맑은 물과 검은 화석암들의 어울어짐.
한적하고 넓은 마을 길.
풍부한 햇빛.
세시간을 빌렸는데 사진찍고, 구경하고, 해녀가 잡아올린 소라 멍개 해삼에 오디주를 한잔 마시고,
그리고 등대까지 능선을 오르내리고, 그리고 출발지로 다시 도착하니 두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제주는 모든곳이 관광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람들도. 나무들과 꽃들.
하나하나가 보여지느라 바쁜.
선착장엔 늘 배가 대기 되어 있어서 급하게 다닐 필요없이 여유있는 배차 간격이 마음에 들었다.
뭍에 나와 전복 뚝배기와 전복 돌솥밥을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여행은 역시 오감 만족.
보는 기쁨. 먹는 기쁨. 듣고 말하는 기쁨. 보듬는 기쁨.
저녁식사후 아버지의 고백성사(?)가 있었다.
누가 하라는 사람도 없었지만, 미안했었다고, 이런 저런 상황들을 꺼내 놓으시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팔순을 바라봐도 어린아이가 그대로 있고, 청년이 있고, 그리고 아버지가 아들이 남자가 있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이완을 통해, 말씀중에 딸에게 눈물을 보이시는 아버지를 보며
단단한 가슴의 문이 열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축복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한곳을 향해 간다.
사랑의 길.
성장의 길.
우도에서 보낸 하루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첫댓글 절기상 대한인 오늘. 포근한 눈이 내린다네요. 생의 어느길에선가 만나야할 감정들과 사람들 그리고 흐름. 저도 2009년 우도에서
다음엔 걸어서 돌아볼까 싶었는데.
배낭메고 주드님 멋지네요.
풋풋한 사진..ㅎㅎ
반가워요. 2009 주드님.
머~지금도 10년 뒤 보다는 풋풋할테지만^^삶 속에서 옛마음들 보다 풋풋해 지는걸 느낄 때 참 좋아요~컴 투게더~
@주드 콜~~~~~!!!!
38년전 우도여행. 우도팔경?
조그마한 섬에 등대부터 .# 부서진 산호초백사장 아 그립네 !
우와~그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