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윷놀이 뽑기입니다.” 무더운 7월 어느 밤. 한
아프리카TV 채팅방에는 무려 1만 명에 가까운 회원이 몰렸다. 이 채팅방은 ‘뽑기 레전드’가 시작되면서 생방송으로 그의 뽑기 노하우를 함께
즐기고자 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사람들과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후 곧이어 남자라면 하나쯤
필요하다며 ‘맥가이버칼’ 뽑기를 시작한다. 그러자 채팅창은 “어제 1만원 날렸네요.” “1천원 투자해 10만 원짜리 피규어 ‘득템’했어요” 등
각종 소감으로 도배가 된다. 아프리카TV와 구글 유튜브에서 자신이 직접 뽑기를 하며 중계하는 BJ 소희짱의 생방송 이야기다.
<아프리카BJ 소희짱.
여성스러운 닉네임과 달리 남자다.>
소희짱은 뽑기를 하는 내내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방송이 끝나면 소희짱 페이스북 펜 페이지로 옮겨가 또 한 번 에피소드 보따리를 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필자에겐
생소한 그를 대한민국 자취생 가운데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 PC나 스마트폰, 캠코더 하나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1인 미디어’ 열품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차인 아프리카BJ 소희짱의 누적 시청자 수는 560여만 명,
방송시간은 3만500시간이고 애청자는 17만6,000여 명이나 된다. 애청자는 일종의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스타인
셈이다.
<2006년 아프리카
베스트BJ로 선정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마산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인터넷 방송 개념이 없던 당시 사이버자키(CJ)로 방송계(?)에 입문, 음악 방송을 하며 가끔은 자작곡을 들려주기도 했다는
소희짱. 닉네임이 여성스럽다는 기자의 말에 “맞아요. 여자가 아니냐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본명에 분야의 최고가 되자는 생각에 ‘짱’을
결합해 소희짱으로 정했어요.”
방송 스케줄은 들쭉날쭉하다. 한 번에 3~5시간씩 방송을
하는데 아침 기상과 동시에 게임 방송을 시작으로 점심 때 먹방 그리고 한산한 저녁 시간 때 뽑기 방송을 한다. “솔직히 게임이나 먹방을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뽑기 레전드’다. 뽑기는 게임 방송과 달리
꾸준한 재투자가 필요하고 야외 방송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이중고를 겪으면서도 뽑기 방송에 열심인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인이 자기개발을 통해 승진하고 기업이 R&D를 하듯 1인 미디어 또한 자기만의 색깔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방송에 대한
열정이 남다름이 와 닿는다.
<소희짱 옥탑방 스튜디오
전경>
◆ 방송 위해 옥탑방에 스튜디오 차려
소희짱이 방송하는 곳은 한산한 주택가의 옥탑방이다. “게임
방송할 때 배경음악이 필요해요.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편하게 방송하려다 보니 옥탑방만 한데가 없더군요.” 아담한 스튜디오 내부는 컴퓨터와
키보드, 기타, 카메라 등 방송 장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방송 중 원인 모를 에러로 몇 번 중단된 경험이 있다는 소희짱. 컴퓨터 부품을
고르는 팁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방송
시작해볼까요?>
<웹캠을 대신해 루믹스
GH3를 주로 사용한다. 화질이 좋아서라고.>
<물론 상황에 따라 로지텍
웹캠도 사용한다.>
“무엇보다 안정성을 중요시해요. 그러다 보니 한 번 사용한
브랜드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죠. 이를테면 메인보드는 에즈락을 몇 년째 사용 중이고, 그래픽 카드는 게임 호환성이 뛰어난 지포스 GTX 시리즈를
고집합니다.”
윈도우 시스템 정보를 확인해보니 메인 메모리가 16GB이고
HDD는 5TB(1TB+4TB),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960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텔 제온 프로세서다. “방송을 하다
보면 항상 여러 창을 띄워 놓아야 하는데 8개의 코어가 작동하는 인텔 제온 프로세서가 적합했어요. 또 백업을 위해 7200rpm WD 하드디스크
2개를 장착했죠.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생각해 운영체제는 SSD에 설치했어요.”
<방송 시스템의 중심 PC
본체>
<시스템 장치
관리자>
< 방송에서 영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리다.>
< 기타를 치며 시간날
때마다 곡도 쓴다고...>
에즈락 메인보드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으니 인터넷 방송 특성
상 USB 기기 연결이 많고 이들끼리 충돌이 잦았다는데 에즈락 메인보드로 교체한 이후론 그런 현상이 없었단다. 방송 중 블루 스크린이 뜨면
자연스레 방송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안정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하드웨어 사양이 뛰어나더라도 게임 화면 2개를
풀HD로 동시 실행하면 버벅거리지 않을까. “5년 전까지는 게임 방송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컴퓨터 2대를 연결하고 캡처 보드를 통해 같은 화면을
동시에 띄워야 하는데 설치 과정은 물론 잦은 에러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죠. 매번 하드웨어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요.” 게임BJ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가 ‘엑스스플릿(XSplit)’이라는 프로그램이다.
1번 컴퓨터 화면을 2번 컴퓨터 창모드로 보여주려면
캡처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복잡한 과정이 엑스스필릿이 간단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 캡처보드와 동일한 효과의 이 소프트웨어는 CPU 점유를
덜 하면서도 HD 해상도의 고화질 방송을 가능케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발전이 인터넷 방송 파이를 키웠다는 소희짱의 말이 수긍이
된다.
게임 화면을 창모드로 띄울 때
엑스스프릿을 사용한다.
게임BJ가 가장 애용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 생방송 놓쳤다면 유튜브로
‘뽑기 레전드’ 방송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당연히 녹화
방송이겠거니 했는데 생방송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야외방송을 하려면 전문 방송 장비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 점이 다른 BJ와 저의
차이죠.
OIS 탑재로 흔들림 없는 영상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소니
HDR-PJ670)과 무제한 요금제의 스마트폰 테더링 기능이면 야외에서 생방송도 문제없습니다.” 캠코더와 스마트폰을 이어주는 사다리 역할은
송신기 ‘VIDIU’ 담당이다. 실시간으로 캠코더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아프리카TV로 쏴주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을 그는 왜 복잡한 방법을
선택했을까. “화질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화질은 떨어지고 흔들림이 심하죠. 시청자가 심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인으로서 기본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희짱의 야외 방송 시스템은 720P HD 화질의 흔들림 없는 방송이
가능하다.
< 야외 촬영에 쓰이는
캠코더>
<최근에는 소니
HDR-PJ670을 주로 사용한다.>
< 캠코더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송신기>
보통 2~3시간 야외 방송을
하다 보디 배터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샤오미 배터리는 직접 뽑기로
장만했단다.
몇 시간 그의 말을 경청하고 나니 TV방송처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다. 그가 주로 방송에서 다루는 뽑기는 종류가 많고 게임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집게 뽑기부터 윷놀이, 밀기 등 나름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소희짱처럼 1인 미디어 인기가 치솟자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까지 생겼다. MCN(멀티채널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BJ 개인 창작활동을 돕는 일종의 매니저먼트 역할을 한다. 소희짱은 아프리카
파트너 BJ이자 CJ E&M이 운영하는 다이아TV 소속으로 편집 등 활동 지원을 받고 있다.
“유튜브라는 큰 시장이 열렸으니 아프리카TV와 함께
유튜브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생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재미를 편집을 통해 극대화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그래서 1인
미디어도 지상파에 출연하고 그에 못지않은 성공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