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소 부 엄 마
연극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여기저
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대부분 모녀지간인 듯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한 사람이 떠올
랐다.
바로 청소부 엄마였다.
청소부 엄마와의 첫 만남은 영화
관에서였다.
부모님의 이혼 후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중 하나가 영화관이었다.
관객들이 상영관 안에 버리고 간 팝콘과 음료수 컵을 한가득 안고 나가면, 청소부 아줌마들은 자기 몸만 한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를 했다.
시름을 맡기듯 쓰레기를 한 움큼 맡긴 채 나는 다시 로비로 돌아갔
다.
하루는 혼자 청소를 하는데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다음 영화 상영이 얼마 남지 않았
는데도 내가 좀처럼 밖으로 나오
지 않자 청소부 아줌마는 상영관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아이고, 혼자 하느라 힘
들었겠구먼." 하며 도와주기 시작
했다.
허겁지겁 청소를 끝내자 아줌마는
"어여 가 봐. 학생은 카운터도 봐
야 하고 바쁘잖아."라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나는 로
비로 뛰어갔다.
다음 날, 아줌마에게 반갑게 인사
를 하는데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
다.
"어디 안 좋으세요?"
"몸살에 걸렸는지 열이 나고 어지
럽네."
"그럼 얼른 병원 가셔야죠!"
"퇴근이 두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아깝잖아."
머리를 짚은 채 컵을 치우는 아줌
마를 보니 속이 상했다.
나는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고 약
국으로 뛰어갔다.
어디가 아픈 건지 몰라 종류별로 약을 사 들고 와 아줌마를 찾았다.
"아주머니! 이 약 드시고 퇴근하
면꼭 병원 가보세요."
아줌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려더
니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고마워서 어떡해...,"
그러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 한
껏 작아진 아줌마의 등을 토닥였
다.
남편과 일찍이 사별한 아줌마는 일하며 번 돈으로 두 아들을 장가 보냈다.
그런데 아들들은 도통 찾아오질 않고, 이렇게 아픈 날 알아 주는 이 하나 없어 서러웠는데 약을 들
고 돌아온 내 모습에 눈물이 터졌
단다.
우리는 그 뒤로 서로를 엄마와 딸
이라고 불렀다.
있는 돈 다 빼앗아가 인연을 끊은 친엄마 이야기를 하자 아줌마는 내게 엄마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 했다.
돈을 뺏기고 갈 곳이 없어 길바닥
에 나앉아 종일 굶은 이야기를 할 땐 같이 눈물 흘리며 화도 내 줬다
연극이 끝난 후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닦기 위해 화장실로 향
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연극이 많이 슬픈가 봐요?"
돌아보니 화장실 청소부 아줌마가 서 있었다.
"여기서 몇 년을 청소하면서도 한 번도 연극을 본 적이 없어요.
너무 비싸 서...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딸이랑 꼭 보고 싶어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내가 주책없이 말이 많았죠?"
"아니에요.
꼭 따님이랑 같이 보러 오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참았던 눈물
을 터뜨렸다.
그리고 버스 차장에 기대 여러 다
짐을 했다.
청소부 엄마에게 좋은 딸이 되어
야겠다고. 엄마가 아플 때 외롭지 않게 약 한 봉지 사다 주는 딸이 되겠다고.
이젠 내가 엄마의 모든 시름을 청
소할 테니 편히 쉬라 말해 줄 수 있는 딸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