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자
옆집 여자한테 두 번 신세를 졌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와이셔츠를
그 여자가 곱게 다려서 걸어두었다
방에 연탄불 꺼졌을 때
자기 집 연탄불로 불을 붙여놓았다
그날 연탄집게를 들었던
그 집 사내가 문을 걷어차고 나가자
풀죽은 풀벌레처럼
벽에 붙어 서서 울던 그 옆집 여자
그 옆집 여자 때문에
발목 시린, 강가에 앉아
잡풀만 뜯어 던지다 돌아서던 날
벽 하나 사이에 두고
그 사이만큼 거리를 두고
다만 시를 쓰고 산다는 게 부끄러웠다
나는 벽에 붙어 서서
숨죽인 옆집 여자의
쓸쓸하고 적막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따뜻한 연탄불 한 장 같은
들풀 같은 여자 때문에
그날은 강가에 나가지 않았다
그날 밤 아랫목은 비워두었다
그 비워둔 아랫목에는
속살 같은 허연 달빛이 머물다 갔다
- 강세환 -
첫댓글 감사히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옆집여자...
아련함이 몰려오는 내 심연을 건드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