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 보고...활동종료
'솔레노이드밸브 철심 고착탓'
전문가 '사고 뒤 녹슨것'반박
'외부 충격 영향' 주장도 담겨
어정쩡한 결과에 논란은 여전
또 중고여객선 입찰 재발 우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준)가 6일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
'내력설'과 '외력설'을 병기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선박사고 전문가들은 선조위의 보고서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2가지 원인을 병기한
어정쩡한 결과물로,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평가받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고 발생 4년이 지나도록 사고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인천~제주 노선에
중국산 중고 여객선 투입을 위한 입찰을 춥진 중이어서 제2의 세월호 참사와 유사 사고 재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조위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난 1년 1개월간의 활동 결과물인 종합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침몰 원인과 관련, 기존에 제시됐던 '내력선'과 함께 '외력설' 가능성을 모두 담고 있다.
어느 한쪽이 원인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내력설'은 세월호 침몰이 급격한 우회전, 무리한 증.개축.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복원력 감소,
조타기의 솔레노이드(solenoid) 밸브 철심(plunger) 부식에 의한 고착 현상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외력설'은 잠수함 등 외부 충격의 영향으로 침몰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선조위 제1소위원회는 최종 회의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원인은 3가지로,
가장 많은 원인은 메인 스풀(spool) 브에 유입된 기름 찌꺼기 의해 고착되는 경우이고,
그 다음이 솔레노이드 밸브, 파일럿(pilot) 밸브 스폴에 찌꺼기가 쌓이면서 고착되는 경우'라며
'이번 세월호에서 발생한 것은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이 고착돼서 발생한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선박사고 전문가들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조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이 녹이 슬어 고착화되면서 복언력을 잃어 배의 변침(항로를 바꾸는 것)이 의도했던 것보다
크게 이뤄진 것을 침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솔레노이드 밸브의 경우 철심의 부식을 막기 위해 윤활유가 자동 유입되도록 설계돼 있는 만큼
철심에 녹이 슨 것은 침몰 이후 바닷물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4년째 조시해온 선박사고분석전문가 정대진(71) 솔렌 글로벌 대표는 '철심에 부식이 발생한 것은 세월호 침몰 후
장기간 수압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세계 각국 운수안전국의 사고 조사 보고서를 검토했지만
솔레노이드 벨브 철심 고착에 따른 조타기 고장으로 선박이 침몰한 사고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태권 전 한국해양대 교수는 '솔로노이드 철심에는 윤활유가 나와 유압을 형성하므로 녹이 슬 수 없는 환경'이라며
'철심 부위가 완벽한 방수가 되지 않아 수년간 해수 유입에 의해 녹이 슬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교수는 '철심에 의한 솔레노이드 밸브 교착은, 배관 수리 청소 후 찌꺼기 발생으로 생기는 드문 사례가 있긴 하지만
정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솔레노이드 고착 현상에 의한 조타기 사고는 대부분 솔레노이드 스풀에 찌꺼기가 생겨 발생하며
제작사인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조사 결과 스풀 찌꺼기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내 증언과 선조위 주장 완전 달라...추가 조사해야'
정대진 솔렌글로벌 대표 반박 '용도폐기 충동설도 담겨 한계'
선박사고분석전문가 정대진(71) 솔렌 글로벌 대표는 선체조사위원회가 6일 조사결과 보고서에 병기한 내력설과 외력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대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후 대변침 원인이 조타수의 실수가 아니라
조타 장치에 유압을 공급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에 의한 현상일 가능성을 처음 주장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정 대표는 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조위가 주장하는 식의 내력설은 찬성할 수 없다'며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은 제가 광주고법에서 증언한 솔레노이드 스풀(spool) 부분과
선조위의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 부식 주장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며 '철심이 녹슬어 고착된 것은
장기간 수압을 받은 것으로, 세월호 침몰 후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따라서 선박은 파도, 바람 및 조류 등이 전혀 없더라도 똑바로 갈 수 없으므로 정해진 침로(항로)로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해 타를 제어해줘야 한다'며 '솔레노이드 밸브가 계속 작동한다는 것은 밸브에 전류가 흐르고
이에 따라 열이 발생해 솔레노이드 내부 공기의 습도가 낮아지므로
왕복운동을 계속하는 철심은 녹슬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조위 측이 코일이 감겨 있는 솔레노이드와 왕복운동부인 철심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세월호의 경우 직류 DC 전원으로 작동되며 유압유는 솔레노이드 측에 출입이 전혀 앖는 드라이 타입(dry type)'이라고 전제한 뒤
'DC 전원인 경우 스풀 고착 시에도 솔레노이드가 손상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숄레노이드 외부는 통상 알루미늄 케이스이며 패킹으로 솔레노이드 밸브 본체에 조립돼 있어 공기의 출입이 거의 없으며
물줄기를 쏘더라도 물의 침입이 어려운 거의 밀폐된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내력설과 잠수함 충돌에 의한 외력설을 병기한 것이 선조위 조사 결과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력설인 잠수함 충돌설은 애시당초 억측이라 생각됐고 세월호 인양 후에 선체에 별다른 충격을 받은 흔적이 없어
용도 폐기된 주장으로 알고 있었다'고 최근에 좌현 선체가 균열된 손상이 발견돼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