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 것인가. 상식을 갖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명박 정부 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 기도’ 파문.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관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1분 가량 기도를 했다. 한기총 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무릎을 꿇고 하나님 향한 죄의 고백을 기뻐하고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죄인의 심정으로 1분 동안 통성기도를 하자”고 제안하자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서 보였다.
얼마나 ‘죄인의 심정’을 갖고 기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종교의 행사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는 초유의 장면이 일간지 1면 사진을 통해 온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이 대통령이 자주 말하던 ‘국격’이 훼손되었다는 지적에서부터 종교편향이 드러났다는 반발에 이르기까지 비판이 무성하다. 이런 장면이 연출되기까지 청와대는 무엇했느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사진= 연합뉴스 (오마이뉴스에서 재사용)
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언급된데 대해 사과했지만, 사퇴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회의에서 "정보총괄기관으로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구스럽다는 것이 국정원 개입을 인정하는 거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사퇴를 하면 개입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돼 사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단히 난해한 답변이다. 사과는 하지만 인정은 할 수 없다. 그리고 사퇴하면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가리는, 그래서 듣는 사람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말들이다. 이미 전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있는 국정원도 문제이지만, 그런 파문을 불러일으킨 국정원장의 책임을 묻지않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도대체 이 나라 국정운영 사전에는 책임이라는 말이 존재라도 하는 것인가.
하기야 구제역 문제가 해결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도 거취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유 장관은 구제역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구제역 문제가 장기화되는 상황으로 접어든 마당에 이제 주무장관이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돌아보면 정부의 정책실패로 구제역 재앙이 확산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들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은 특정 종교를 위해 무릎을 꿇을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무릎을 꿇었어야 했다.
표류 북한주민들의 송환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모호한 대응도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당초 31명 가운데 귀순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고 밝힌 것은 청와대 관계자였다. 그러던 것이 이들에 대한 조사가 한달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귀순회유설’이 돌더니 결국 4명이 귀순하기로 했다고 발표가 났다. 이렇게 되니 북측이 ‘귀순공작’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서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되어버린 것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던 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같은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대북정책에 대해 손발이 안맞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군에 의한 대북전단 살포 사실이 공개되면서 청와대가 이를 질책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도대체 이 정부에는 대북정책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누구의 말, 누구의 행동이 진심을 담은 대북정책인지 정말 분간하기 어렵다. 아무런 철학도 없이 그때 그때 기분내키는대로 각자가 알아서하는 식의 대북정책으로 최악의 남북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혼란과 난맥의 연속이다. 이쯤되면 능력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그렇게도 정권의 무능 얘기를 꺼내며 ‘아마추어 정부’라고 야유했던 것이 현재의 집권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은 국정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닌가. ‘인턴 정부’라는 말이 어울릴법 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조금이라도 난처한 문제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기자들이 회견 한번 하자고 해도 응하지를 않는다. 그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러니 국정운영에서 드러난 잘못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머리숙이는 일이 없다. 소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통의 정부이다. 이제라도 달라질 기미가 없기에 절망적이다. 방송장악 논란의 핵심인물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연임 소식은 이러한 심증을 굳혀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아직 2년이나 남았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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