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338차 산행기
괴정 ~ 시약산 ~ 꽃동네
2011년 10월 28일 괴정역 10시
오늘의 참여자 7명
혜종
춘성
중산
남천
태화
연암
남계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다.
등산 복장부터 가지각색 총천연색, 울긋불긋 - 역시 가을이다.
20분에 역을 빠져 나가 괴정동 뒷길로 치오른다.
2차 자유아파트 옆길인데 초장부터 상당히 가파르다.
길 좌우로는 단독주택, 작은 빌라들이 옹기종기 가을 햇살을 흠뻑 받으며 서있다.
괴정 양지마을이다.
오를수록 시야가 넓어지며 괴정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괴정동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담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마을에 600년 된 회화 (槐) 가 있어 괴정동 (槐亭洞) 이라고 한다.
양지 마을 최상부에 조그만 정자가 있어 잠시 쉰다.
정자에는 드물게도 줄기가 까만 대나무 - 오죽(烏竹) 들이 서 있다.
오죽헌이 아니라 오죽정이다.
양지 마을 정자에 앉으니 양기가 발동하여 정자 (精子) 가
꼼지락거리는지 엉뚱한 화제가 돌출한다.
금정산이나 성지곡이나 대신공원 - 시니어들이 자주 가는 곳에 커피 파는 아줌마들이
커피만 파는 게 아니고 다른 무슨 서비스도 판다는 이야기다.
대개 어디서 들은 이야기겠지만 모씨는 자기가 꼭 그런 서비스를 받은 것처럼
이야기하니 다들 귀를 쫑긋거리며 듣는다.
좌우지간 그 계통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가 있다.
얼마 전에 죽은 야구 선수 최동원은 괴정 아이였다.
할아버지가 괴정 초등 교장이었고 연세대 다닐 때 까지 최동원의 집은 양지 마을에 있었다.
엄마가 김정자 선생 - 나와는 구덕초에 같이 있었다.
그것도 옆 반이었다.
경남 중학생이었던 최동원이가 엄마학교로 놀러 오곤 했는데
나는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한 개 사 준 기억이 있다.
엄마 김정자 선생은 그야말로 현모양처형 - 눈물이 많았다.
내가 전근간다니까 눈물을 글썽거리시며 ‘빨리 장가를 가야할 터인데~’ 하고 따뜻한 손을 잡아 주셨다.
TV에서 보니까 할머니가 다 되셨다.
‘우리 큰 아들 동원이 ~’ 를 잃고 얼마나 상심이 클까.
우리도 이리 마음이 아팠거늘.
‘자 일어나소. 오늘은 자주 쉬고, 짧게 쉰다.’
혜종이 산행대장을 자처하고 나선다.
내내 앞장을 선다.
삼나무 숲길이다. 삼나무(스기 杉) 는 일본에 많은 나무.
편백나무 (히노끼) 의 사촌격이다.
목질이 부드럽고 향이 좋아 여러가지 목기구, 장식품등을
만드는데 쓰는 좋은 나무다.
인근의 절인 해인정사에선가 들려오는 독경 소리가 낭랑하다.
정자에서 들은 와이당이며,
최동원이 죽은 서글픈 이야기는 잊으라고 한다.
그늘이 깊어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길이다.
대장은 벤치를 만나자 또 쉬어가자고 한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쉬엄쉬엄 가자.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
우리는 느림의 미학을 소중히 여기는 시니어들 아닌가.
순간을 즐기기 위하여 천천히 천천히 또 천천히!
삼나무 숲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소나무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단풍이 노릇노릇 들기 시작한다.
중부 지방엔 단풍이 한창이어서 설악산, 내장산등에는 단풍 유람객이 넘쳐난다지만
여기는 이제 서서히 들기 시작한다.
나무 벤치에 쉬며 남계가 내놓은 생탁과 국순당 막걸리를
바삭과자를 안주삼아 마신다.
꽃마을까지 상당한 거리가 남아있으니 에너지를 보충하면 좋겠다.
승학산과 시약산이 만나는 영마루
좌로 가면 승학이요 우로 가면 시약산 어름 길에서 한 무리의 여자 산객들을 만난다.
여자들이 혜종에게 묻는다.
- 저리 가면 승학산이요 이리 가면 시약산 꽃 동네 가는 길입네다. -
하면서 여자들을 저 쪽으로 가라하고 우리에겐 이 쪽으로 길을 트자고한다.
‘승학산 억새는 아직 덜 피었고 올해는 별 예쁘지 않다고 한다.’
누가 혜종편을 드는 바람에 슬며시 승학산 억새길은 포기하고 시약산 길을 잡게 되었다.
원안은 승학산 억새풀 구경이었는데~
걷는게 중요하지, 억새 보는 게 뭐 그리 중한가.
매년 보는 거. 억새야 잘 있거라. 슬피 울지 말고.
시약산 (蒔藥山) 은 '때맞춰 씨뿌릴 蒔' 를 쓰는 걸로 봐서 옛날에 약초를 재배한 산.
산역이 너르고 산협이 가파르다.
약초지에 함부로 범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러니까 완만한 둘레길을 간다.
좌로 승학산을 거느리고 우로는 구덕산과 엄광산을 거느린 515 m
등산객들을 위하여 둘레길을 잘 닦아 놓았다.
낙동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툭 트인 전망이 좋다.
아이스케익 장사 아줌마까지 올라 와서 장사를 한다.
춘성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석빙고 아이스케익을 하나 씩 물려준다.
언 팥물이 차고 달콤하다.
석빙고는 아주 오래된 브랜드다.
신라때부터 겨울에 강에서 채취한 깨끗한 얼음을 저장했다가
여름에 사용했다.
경주 석빙고, 안동석빙고, 창녕석빙고, 청도석빙고, 현풍석빙고, 영산석빙고
등 6개의 석빙고가 사적지로 남아 있다. 많기도 하다.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 천년된 브랜드를 차용하여 부산 광복동에도 석빙고 아이스케익을 만들었으니 부산 사람들도 지혜롭다?
우리가 아이스케익을 빨고 있는데 여자 셋이
‘가위바위보’ 를 하며 아이스케익 내기를 한다.
깔깔 웃으대며 여러 번 가위바위보를 하는 모습들이 발랄하다.
빠는 입도 예쁘다.
40 대 학부모들인가 본데 우리에게는 왜 이리 젊어 보이누?
가을 꽃 들이 따로 없다.
둘레길을 걸으니 길은 멀지만 험하지 않아 좋다.
꽃마을 식물원을 거쳐 꽃동네에 이른 것이 1시경
2시간 반 이상을 걸었다.
아! 잘 걸었다.
혜종 대장이 쉬자! 가자!를 잘 배합하여 수월하게 걸었다.
할매 시락국밥 집은 여전히 사람이 붐비고
붐비는 것만큼 시락국맛도 여전하다.
할매에게서 주방장의 대권을 물려 받은
며느리(?)의 음식 솜씨도 우리 입맛에 딱이다.
산길을 알맞게 걷고 나니 밥맛이 꿀 맛이아닌가.
얼마 전 KBS 아침마당에서 누가 밥에 대하여 좋은 말을 하였다.
'밥' 이란 글자가 재미있단다.
ㅂ 은 밥이 그릇에 담겨 있는 모습이다.
그릇의 반쯤 담겨 있는 밥의 모습.
밥은 고봉으로 먹지 말고 밥 그릇에 반쯤 담아 먹으라는 말이다.
ㅂ 이 받침으로 하나 더 있으니 이는 밥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니고 둘 이상이 같이 먹으라는 말이다.
밥 먹을 때마나 '밥' 글자를 생각하며 과식을 삼가자.
그리고 혼자 먹지 말고 최소 마누라와는 같이 먹자.
소식과 합식이 좋다고 하니까.
오늘도 좋은 산행이었어요.
우리는 산을 만들지 못하지만 산은 우리를 만들어주지요.
첫댓글 남계글..기다렸는데..
나도 어디 갈일이 있어 하나..미리 엮었는데..
특히,槐亭에 대해 관심이 많아..
학자수인 괴목...그래서인지 안동지방에 "회화목"이 많아
그간 보호수등에...관심이 많아...
여러군데 가 보았지만..괴정의 나무는 못보고,,
최동원이 괴정마을 출신...
글 잘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