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내려 놓으면 천국이 보인다
매장안에는 많은사람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 저희 매장을 찾아주신 많은 손님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은 저희매장이 개장된후 반세기를 지나오면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많은 성장을 거듭하였슴니다
여러분에게 그 성원에 보답하고저 오늘 하루를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오니 마음껏 드시고 가십시요
좋은 물건도 많으니 싫컨 구경도 하세요 하지만 제희 매장에 쌓여있는 모든 물건들은 오늘 하루만은
모두 비매품이오니 물건에 일체의 손을 대시면 않됩니다 -
녹음된 방송소리가 계속 연속되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누구하나 방송소리에 귀기울이는 이는 없고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다
누군가가 진열대에 있는 예쁜 인형하나를 누가 볼세라 슬며시 가방에 쑤셔 넣는다
이를 본 옆에있던 또 누군가도 다떨어진 스리퍼를 슬며시 벗어 버리고 새신발로 바꿔 신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사람들 역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찾아 적당히 감추기에 여념이 없다
낡은 모자 목도리 내복 바지 심지어 팬티 양말 장갑들까지 모두벗어 집어 던지고 새것으로 바꾸고있다
호주머니속에 가방속에 신발속에 모자속에 품속에 바지춤속에 적당히 슬쩍하느라고 야단 법석이다
한쪽에서는 정신없이 너무 많이 먹어 배가 아프다고 난리치며 소화제 찾느라 야단이드니 결국은 억지로 꾸역꾸역
먹은것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여기저기 배설하여 군데군데 냄새로 엉망이다
방송은 여전히 계속 주의를 주건만 여전히 공염불空念佛이다
정문앞에는 직원들이 양쪽으로 길게 줄을 서서 나가려는 사람을 한사람 한사람 조사하고 있다
압수 당하고 뺏긴 물건 도로 찾으려고 변명하느라 정신없고 뒤에서는 숨기느라 또한 아우성이다
나도 맨뒤 끝줄에 서서 적당히 챙긴 물건을 어떻게 들고 통과해야할지 생각하며 그냥 앞만 바라보고있었다
그저 요행만을 바랄뿐이다
순간 정문앞에 낯익은 사람이 보인다 나와 어릴적 단짝친구가 문앞을 지키고있다
아 ! 기회는 이때인데 좋은 물건을 더많이 가지고 나와도 될걸 !
다시 뒤돌아 들어가려는 순간 셧더문이 내려지고 갑자기 정전되며 컴컴한 암흑천지로 변한다
나가려던 사람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아우성이다
서로 밟고 밟히고 밀고 밀치고 뛰어넘고 등에타고 넘어지고 그야말로 아우성이고 지옥이 따로없다
얼마나 지났을가 저 멀리에 흐미한 불빛사이로 출구가 보인다
사람들은 슬쩍한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가지고있던 소지품 마저 다팽개치고 빠저나가기가 바쁘다
여기도 여전히 아수라장이다
살기위한 투쟁이고 빠저나가기 위하여 전쟁이따로없다
가지고 있던것이 무슨 소용이고 가방속에 슬쩍한 물건들이 있는 무슨 소용이랴
좋은 옷은 찟기고 새로신었던 신발은 밟히고 슬쩍한 인형은 잃어버려 간곳이 없고 여기저기 쑤셔 감추었던
물건들을 제멋대로 팽개친채 출구로 빠저나가기에 여념이 없다
돈도 좋은 물건도 욕심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암흑속을 빠저나가기 위한 안간힘만이 있을뿐이다
뚜 ! 갑자기 싸이렌 소리에 깨보니 꿈이다
아니 이런꿈도 있나 ? 온몸이 식은땀 투성이다
어둠을 빠저나오려고 허둥대다 흘린 땀이 잠이 깬후에도 아직 그냥 젖어있는것 같다
우선 아수라장에서 빠저 나왔다는 안도감에 수건을 찾아 땀을 닦는다
악몽일가 ? 아님 어떤의미를 계시한것은 아닐가 ?
꿈속에서 욕심에 취하여 허둥대던 이들 하나하나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중에는 낯익은이들도 있다
그속에는 돈이 많다고 자랑하든 놈도 ! 잘낫다고 으시대던놈도 ! 돈한푼 제대로 쓰지도못하고 쓰지 벌벌 떨던 구두쇠 영감도 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물욕에 취해서 그들과 같이 어울리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물욕을 버리면 낙원이 보인다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갑자기 떠오른다
욕심이 많으면 고통도 그만큼 따라 다닌다는 말이 맞다
낮에 친구들과 어울려 삼성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삼막골의 [두근 두근]고기집에 들렀다
올해도 다 지나가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판에 송년회 조차도 못하니 겸사 겸사 해서
마음놓고 싫컨 먹고 보자는 취지에서 이다
평소 미어져라 꽉차있던 이 고기집에는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간곳없고 코로나에 된서리를 맞은 주인은 파리채만 들고 천정만 우두커니 바라 보다가 우리 일행이 들어가자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는다
주인사정이야 어찌 되었던 텅빈 넓다란 홀에서 오붓하게 앉아 오랫만에 주거니 받거니 배가 터지도록 한정없이
많은 고기와 술을 욕심껏 먹었다
집에 와서는 저녁도 못먹고 닦는둥 마는둥 비상용으로 챙겨 두었던 소화제를 먹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적당히 먹었어야 했을걸 ! 욕심이 많으면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는것을 잊은 것이다
꿈속에서 욕심에 눈먼 나머지 싫컨먹고 그것도 모자라 물욕에서 허둥대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싫건 먹었으면 그만이지 무엇이 모자라 진열장을 뒤지어 좋은 물건까지 챙기려고 욕심을 부렸을가
마치 공짜인양 더많은것들을 가지지 못해서 여기저기 숨겨가지고 나오면서 까지 욕심을 부려야 했을가
결국은 빠저나오려고 그모든 것들을 내팽개친채 아우성치던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듯하다
필요한 만큼의 이상은 욕심이다
그 욕심을 내려 놓으면 천국이 보이는것을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돈몇푼에 목숨이나 건것처럼 쥐어짜고 쓸줄모르고 뒷전만을 맴돌던 친구하나가 병원에 있다고 한다
젊고 건강할때 부지런히 벌었으면 나이들어서도 품위있게 쓰는법도 알아야 할것같다
쓰지도 못하고 아끼다가 늙고 힘이 빠지면 있는것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모든것들이 무위로 남는다
나이는 결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먼저 우아하게 나이먹는법을 터득하며 사는것이 가질바 태도이다
우리들의 주변에는 모든욕망을 부추기는 헛된 것들이 사방에서 유혹의 혓바닥을 낼름댄다
서재에는 보지도 않은 많은 책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장롱속에는 입지도 않은 값비싼 옷들이 철지난채 그대로있다
배불리 싫건 먹고서도 입가심 하자며 맥주집앞에서 기웃댄다 먹자 타령은 여전하다
신발장에는 수십 수백 켤레의 신발과 옷장속에 헤아릴수도 없을 만큼 비싼 옷들을 보여주며 메스컴을 통하여 자랑하든 연예인 하나가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꿈은 꿈일뿐이라고 애써 지우려고 하지만 물욕속에서 허둥대든 이들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해마다 년말이 되면 불우이웃을 위해 거금을 선듯 내놓은 이들도 많이 있다
어떤이는 이름도 얼굴도 모두 가리고 있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남아서 쓸데가 없어 내놓은 돈은 아닐것이다
비록 적드라도 그 적은중에서 나누는것이 진정 바람직한 모습이다
또한해가 지나고 있다 임인년은 나에게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것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는 것이다
대하천간야와일척大廈千間夜臥一尺이요 양전만경일식이승良田萬頃一食二升이다
아무리 천간이나되는 큰집이라도 잠자리는 한척방이고 아무리 좋은 땅이 많아도 하루식량은 두되면 족하다
명심보감에 있는말로 모든이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는 글이다
나의 책상에는 [무소유]란 책자가 한귀퉁이에서 먼지 묻은채로 그대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생각이 나면 이따금 몇장씩 읽어보지만 오늘 처음으로 이책의 의미와 뜻의 소중함을 느낀다
모든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것도 소유하지 않아야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것은 또다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는다는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오늘 낮에 욕심을 가지고 너무 싫컨 먹다 보니 뱃속에서 아우성이다 이것도 역시 욕심이다
행복은 웃음속에만 있는것도 아닐것이다 아파하는이를 보고 그아픔을 공유할때도 그속에 행복이 있지 않을가 싶다
꿈은 그냥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에게 욕심이 어떤것인지 알려주는 계시가 아닐가 싶다
생각난김에 무소유 한쪽을 읽어본다
하심下心 !
수행자는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고 검소하며 진실해야한다
표주박 한개와 누더기 한벌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것이 없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똑바른 줄과 같아야한다]고 했으며 [바른마음이 곧 도량이다]
라고 하셨다
이몸에 탐착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나 거리낄게 없다
조금 덜먹을걸 늦게야 후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