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에 귀의하고서부터 찾은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과의 만남이 올해로 다섯 번째가 되었다.
팔공산 정상에 올라 가쁜숨을 고르다 건너 봉우리에 머문
뭉게구름이 가스에 들어
환희심과 보살심이 동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았다.
처음 팔공산에 올라 갓바위 부처님을 뵈었을때는
뭐가 뭔지 모르는 천방지축으로 여기저기서 눈 동냥 귀동냥으로 들었던
경전을 들추기며 내 보이고 싶은 어리섞은 마음이 앞섰다.
종교의 적이기보다는 기복적인 신앙을 앞세우는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는
앎의 마구니에 맘을 내주어 눈이 멀었던 것일까?
파도로 밀어부치는 잡생각에 약사여래보살 정근만을 했던 기억
그래도, 초심이었으니 그때에는,
두 번째 부처님과의 만남은 남편과 함께였다.
늘 바쁜 남편이 동행했다는 기쁨에 기도처를 찾는다는 생각보다는
한철 단풍놀이가는 가벼운 맘에
가슴에서는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이 메아리를 이루었었다.
그렇지만 뭔가를 이루었다는 마음에 가벼운 나는
108배 오체투지로서 나를 낮추고 보살도를 행할 것을 부처님과 약조하였다.
산마루에 걸친 구름과 깊고 푸른 하늘이 한 없이 겨워 날개 없이도
걸을 수 있었던 기억에 행복의 나래가,
세 번째 만남은 최악이었던 것 같다.
출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야를 가려 앞을 분간할 수 가 없었다.
천수경을 치면서 도착할 때쯤에는 그치겠지하는 바램,
그러나 내 작은 소망은 통하지 않았다.
미끄러운 노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팔공산에 도착했고
한기가 서리는 빗줄기와 어울려서 덜덜 떨며 먹었던 점심,
그리고 빗줄기를 제치고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했던 기억에 새삼스럽다.
같이 동행했던 보살님이 그 엄청난 빗속에서도 108배를 하는 모습을보고
이리저리 빗줄기를 피해 게으름을 피웠던 기억
부끄럽다.
네 번째에는 선본사 동자승과의 만남이었다.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부처님 성지를 찾아 순례한다는 환희심과
집을 떠난다는 설레임이 교차되어
어두컴컴한 집을 나설때의 그 행복감이란.
버스로 다섯시간 그리고 팔공산에 도착하여 주차장에서 먹는 점심
주어진 자유시간내에 부처님 을 뵙고 기도하고
막힘없이 일사천리 행하고 내려오다 만난 인연이었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잔을 마시기까지의 연인
일어서서 나오며 한 약속
"스님, 내년에 또 뵈요."
그리고 올해 다섯번째,
아기스님과의 약속을 생각하곤
다른해와 달리 유난히 날아갈듯 가벼운 걸음으로
부처님을 뵙고 내려오는 길 일년만에 다시 찾은 선본사 경내
여기저기 아무리 기웃거려도 아기 스님이 보이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고 다시 만나다는 맘에 잔뜩 기대했던 중생심,
바란 것 만큼 서운함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가을 햇살로 빛은 약속을 던져
곱게 물들였던 단청이 눈에 아른아른 거렸다.
첫댓글 난포...미라야~~ 잘 지냈니? 이리도 살며시 멜번옆에 와있었구나....미안타...옆에 있는줄도 모르고....고맙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