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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NEDEA 기획│ EBS <데스> 제작팀 지음│143*205mm│296쪽│2019년 1월 10일 발행
15,000원│인문 • 철학 • 사회│ISBN 979-11-7028-272-3 (03190)
국내 최초, 죽음을 실험하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김상욱, 진중권이 말하는 죽음의 진정한 의미
■ 도서 소개
국내 최초, 죽음을 실험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
죽음은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최근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화제작,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를 책으로 만나다!
죽음에 관한 최신 논문과 국내외 100여 명의 학계 권위자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물리학, 의학, 심리학, 역사학, 철학적 논증과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탐사한다. ‘근사체험자’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사후세계’의 과학적 논증을 놓고 과학자들의 열띤 찬반 토론을 중계하며, 영국의 ‘죽음 알림 주간’(Dying Matters Awareness Week)을 독점 발굴하여 ‘죽음 교육’을 통한 행복한 삶의 비결을 제시한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EBS 다큐프라임 죽음≫은 다큐멘터리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까지 담아 향후 더욱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죽음학 개론’ 및 ‘죽음 안내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1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좋은 죽음, 나쁜 죽음
국내 최초로 ‘죽음의 실체’를 ‘실험’으로 증명하다!
‘죽음’은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재난이나 사고로 맞이하는 ‘끔찍한 죽음’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맞이하는 ‘이상적인 죽음’. 이 두 죽음의 차이는 무엇이기에 어떤 이들은 이성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고 과소비를 하며, 어떤 이들은 기부를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일까? EBS 제작팀은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을 기반으로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의 이미지가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였다. 실험 결과, ‘좋은 죽음’의 이미지를 가진 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아지며 공정성 강화에 대한 관심도 증대하였다. 이는, 사회적으로 어떤 죽음의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느냐 혹은 상기시켰느냐에 따라 그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이나 또는 그들이 보이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죽음을 바라보는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죽음의 실체는 죽음에 대해 어떠한 특정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 자신인 것이다.
2부 비탐 애테르남(Vitam aeternam): 사후세계와 의식
과학으로 죽음 이후의 삶을 탐사하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이 증언하는 ‘근사체험’은 사후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까? 아니면, 뇌가 일으키는 착각일까? EBS 제작팀은 근사체험자들의 증언을 소개하고, 이들의 공통된 특징들을 요약하고 재현한다. 또한 의학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후 남아 있는 ‘의식’의 문제를 통해 ‘사후세계’의 증명이 가능한지를 여러 과학자들의 논문과 자문을 통해 추적한다. 빅뱅이론을 정립한 영국 옥스포드대 이론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경과 미국 애리조나대 마취과 전문의 스튜어트 하메로프 박사는 인간의 의식이 죽은 후에도 양자의 상태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중우주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 미국 터프츠대 철학과 대니얼 데넷 교수 등은 이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EBS 제작팀은 현대 과학의 강력한 기반이자 검증된 학문인 양자물리학으로 ‘의식’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학자들의 시도와 그에 대한 또 다른 학자들의 반박, 그들의 열띤 토론을 생생하게 중계하며 사후세계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3부 아르스 모르엔디(Ars moriendi): 죽음의 기술
죽음을 직면하라. 그러면 삶의 질은 높아진다!
현대 사회는 죽음을 삶으로부터 격리시킨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죽음의 실체를 직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한 삶의 비결을 찾을 수 있다. EBS 제작팀은 국내 최초로 ‘죽음의 질’ 1위 국가 영국에서 열리는 ‘죽음 알림 주간’(Dying Matters Awareness Week)’ 현장을 발굴 소개하며, ‘죽음 개방화’가 그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또한 마케팅 전략인 팃포탯(Tit-for-tat)을 접목하여, 죽음이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실험한다. 그리고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콘 프로젝트’, ‘코끼리 티파티’ 등을 통해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식으로 죽음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 밖에도 중고등학생, 대학생과 중년, 고령자를 위한 죽음 교육, 자살 예방 교육, 죽음을 앞둔 사람을 대하는 법 등, 다큐멘터리에는 미처 담지 못한 실제적인 지침과 내용들까지 책에 담았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 메멘토 모리: 좋은 죽음, 나쁜 죽음
1장 죽음이란 무엇인가
2장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야기하는 것들
3장 죽음에 대한 방어 태세
4장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
2부 — 비탐 애테르남: 사후세계와 의식
5장 근사체험이란 무엇인가
6장 근사체험은 환각인가
7장 근사체험과 의식
8장 근사체험과 사후세계
3부 — 아르스 모르엔디: 죽음의 기술
9장 불편한 진실
10장 죽음을 배우다
11장 아이들을 위한 죽음 교육
12장 죽음의 역사
13장 죽음 개방화
14장 죽음 교육
에필로그 — 269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 제작진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 자문단
참고문헌
찾아보기
찾아보기_인물
찾아보기_실험
■ 프롤로그 중에서
어쩌면 오늘은,
죽음을 생각하기 좋은 날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소재로 한 기존의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부터 그런 주인공을 바라봐야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나기 마련이었다. 과연, 죽음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모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에서는 죽음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쉽사리 확언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정의를 한 곳으로 모으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과학과 실험을 통해 ‘죽음’이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취재 기간 동안, 의·과학계는 물론, 철학, 심리학, 종교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죽음에 대해 배우면, 삶이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평소의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하지도 않는데, 죽음에 대해 배우면 어떻게 삶이 행복해진다는 것일까? ‘웰다잉’을 준비하면 ‘웰빙’이 가능하다는 것인데…확인해 볼 수 있는 자료는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인해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제작팀은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학자들이 죽음은 삶의 끝이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이 죽음이기 때문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마지막 순간이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또 좋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EBS 다큐프라임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중에는 어느 누구도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 방법이 있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것의 끝인 줄만 알았던 죽음이 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심리학 실험부터 과학적 증명까지, 최초의 시도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그렇다면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여정을 프로그램과 이 책에 담았다.
■ 책 속으로
인간을 비롯하여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 삶에 반드시 끝이 있다는 사실은 인생의 가장 심오하고 근원적인 진리이며, 어떤 모양으로든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우리의 힘이란 게 대단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죽음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후생≫과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죽음은 무섭고 두려운 사건이며, 우리는 여러 면에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듯하면서도 죽음의 공포는 여전히 인류 공통의 것으로 남아 있다.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죽음의 필연성-반드시 죽는다”, “죽음의 가변성-얼마나 살지 모른다”, “죽음의 예측불가능성-언제 죽을지 모른다”, “죽음의 편재성-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로 보았다. 이중에서 그는 특별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죽음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_1장 죽음이란 무엇인가, 18쪽
사람들은 죽음에 노출되면 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긍정해 주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게 된다. 죽음에 노출된다는 것은,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를 고수하게 된다.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는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자기실현이나 일이 될 수도 있고, 더 고급스러운 것의 소비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공포관리이론과 마케팅을 접목하여 공포관리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기도 했다. 공포관리마케팅을 연구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마케팅학과 나오미 멘델 교수는 사치품 소비를 자존감 회복의 수단과 연결 짓는다.
“인간은 자존감이 하락했다고 느낄 때 쇼핑을 자존감 회복의 수단으로 삼습니다. 특히 사치품이나 기호품의 소비는 자존감 회복에 도움을 주죠. 개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했음을 보여 주는 증표가 바로 소비이니까요. 따라서 비싼 차나 좋은 시계, 집과 같은 사치품을 수집하는 것은 개인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다시 말해서 죽은 뒤에도 무엇인가를 남기고 갈 만한 능력이 되는 인물임을 드러내는 것죠이.”
사람들은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내가 과연 남들만큼 잘 살아 왔는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과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소비 성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멘델 교수는, ‘렉서스’ 같은 명품 브랜드의 광고주가 어떤 채널에 자신의 광고를 내야 할지 선택할 때, 살인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나 최신 사망사고를 전하는 뉴스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상기시킨 후, 죽음에 대한 언급이 없는 명품 광고를 하면, 소비자가 명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배너 광고의 경우라면 죽음과 관련된 기사 옆에다 광고를 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죽음 현저성을 통해 우리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포관리마케팅이다.
_3장 죽음에 대한 방어 태세, 54-55쪽
앤드류 실케 교수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도 공포관리이론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대규모 재난을 겪을 때마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사건을 보도하고, 모든 사람이 이를 시청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음 현저성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을 이런 죽음 현저성 상태에 놓이게 했다는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내집단과 외집단 역학이 발생했을 겁니다. 내집단에게는, 내집단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단결성이 더 강화됩니다. 아이들, 가족의 중요성과 같은 가치가 더 높아지고, 더 긍정적으로 여겨지며, 더 높이 평가됩니다.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 또는 내집단의 가치나 중요한 신념에 비판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경멸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외집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앤드류 실케 교수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외집단을 다른 나라에 의해 발생한 테러와 구별한다. 외집단은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다. 이에 더하여, 공포관리이론의 내집단 편향성은 기본적으로 재앙이나 테러를 근거로 한 것이다. 9.11의 경우, 테러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외집단이고, 미국 정부와 미국인은 내집단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사회는 정부가 포함된 내집단을 중심으로 하나로 단결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어떠한가? 물론 소용돌이와 같은 자연재해가 전제가 되긴 했지만 충분히 구조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인재에 가깝다.
“이번 해양참사는 다른 나라에 의해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주요 쟁점은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입니다. 누구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외집단입니다. 그것이 회사라면 회사가 비난받을 것입니다. 법을 정하고 규제를 가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정부도 비난받을 것입니다. 그들이 외집단이며, 부패하고 부정직하며 어리석은 악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이 외집단에게 적용되는 것이죠.”
_3장 죽음에 대한 방어 태세, 61-63쪽
엘리 무르만이나 마흐톨드 블릭만과 같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경험을 한 이들을 근사체험자라고 말한다.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근사체험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근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은 미국의 철학박사이자 정신과의사인 레이먼드 무디 주니어 박사가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이란 책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이 책은 1975년 발간 즉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내세에 주목하게 했다. 이후 1,300만 부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판매량을 자랑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50명의 근사체험자의 사례를 소개하는 이 책이 발간된 이래로, 많은 분야에서 근사체험을 설명하려는 과학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그중 네덜란드의 심장전문의 핌 반 롬멜 박사는 근사체험을 의학적으로 연구해 인정받은 전문가다. 그는 논문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의학전문 학술지 <란셋>에 근사체험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논문을 최초로 실은 사람이기도 하다. <란셋>에 발표하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고, 전 세계에 통용되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게 된다. 2001년 <란셋>에 핌 반 롬멜 박사의 근사체험 논문 ‘심장정지 후 다시 살아난 근사체험자’가 실리면서, 근사체험은 학계에서 과학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약 4년 동안 10개 병원에서, 심장이 멈춘 후 기적적으로 소생한 환자 344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즉, 의학적으로 ‘죽었다’고 판정되었다가 되살아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 결과 18퍼센트에 해당하는 62명의 환자들이 당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이들 중 41명은 근사체험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경험을 했다고 증언했다.
_5장 근사체험이란 무엇인가, 101-103쪽
많은 과학자나 의학자들은 근사체험이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신뢰받고 있는 주장은, 근사체험이 뇌의 산소 결핍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미시건대 마취학과 연구원 이운철 교수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뇌 활동이 멈춘 상태에서 체험하는 의식의 경험을 근사체험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근사체험은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이 심장 박동이 멈추고 뇌로의 산소 공급이 중단된 후에 뇌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의식적 경험들을 말합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심장마비로부터 소생한 환자들 중에 20퍼센트 정도가 이런 경험을 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원심력 테스트(centrifugal force test)나 중력 테스트(g-force test) 같은 인위적인 실험을 통해 뇌에 산소 결핍 상황을 재연하면, 피실험자들은 근사체험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터널을 통과하고, 밝은 빛이 보였으며, 의식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고, 아름다운 곳에 가서 편안한 기분으로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수잔 블랙모어 박사는 이러한 경험들을 뉴런의 관계로 설명한다.
“뇌의 뉴런들이 다른 뉴런들을 자극하거나 억제할 때, 뉴런 세포들이 마구 튕겨나가기 시작하면, 가운데는 밝고 주변은 어두운 터널이 나타납니다. 이때 만약 저산소증, 마취, 공포에 의해 뉴런 세포가 더욱 많이 튕겨져 나가면 밝은 빛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죠.”
블랙모어 박사와 같은 입장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의 소위 근사체험이라는 것은 실은 뇌의 산소 결핍으로 인한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으로 보면, 근사체험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초자연적인 현상과 죽음 이후의 삶과는 전혀 무관하다.
_5장 근사체험이란 무엇인가, 114-115쪽
20세기의 금기 사항인 ‘죽음’을 과감하게 깬 곳이 있다. 바로 죽음의 질 1위 국가, 영국이다. 영국은 죽음이 생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통해,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죽음 알림 주간’(Dying Matters Awareness Week)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5월이면 다양한 죽음 관련 행사가 열린다. 평소에 하지 않던, 혹은 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일주일 동안 어느 장소에서든지 자연스럽게 해 보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영국의 전역에서 죽음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는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많건, 어린아이건, 그것은 하등 문제 되지 않는다.
영국 사람들이 처음부터 죽음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죽음에 좀 더 친숙해지려는 사회 분위기로 전환시킨 것은 바로, 정부였다. 다음은 죽음 알림 주간 관계자인 조 레빈슨의 말이다.
“죽어가는 것(dying)과 죽음(death)에 대한 중요성에 관해 좀 더 개방적인 공공인식을 정립하기 위해서 죽음 알림 주간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5년이 된 죽음 알림 주간은, 영국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하는 문화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부족함을 직시한 영국 정부는 2009년부터 ‘죽음 알림 주간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덕분에 영국은 현재 죽음의 질 1위 국가가 될 수 있었다.
_10장 죽음을 배우다, 167-168쪽
그렇다면 죽음을 아는 것은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어두운 기억만을 남길까? 이것을 알기 위해 EBS 제작팀은 간단한 실험을 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팃포탯(Tit-for-tat) 전략을 이용한 실험이다. 팃포탯은 ‘죄수의 딜레마’ 전략으로 유명한 게임 이론으로, 경영관리나 비즈니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론이다. 응수전략으로도 불리는 팃포탯은 갈등상황을 협동상황으로 바꾸는 데 유용한 협상전략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즉 상대방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미국 토론토 대학의 아나톨 라포포트 교수가 고안한 팃포탯 전략은, 상대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이전에 협력을 했다면 경기자는 협력하고, 만약 배반했다면 경기자는 배반하는 것이다. 이 팃포탯 전략은 단기적인 개인의 이득이 아니라, 구성원들과의 협업으로 사회적 이득을 얻는 윈윈이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전략으로 유명하다.
팃포탯 전략은 우리가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다양한 삶의 상호작용에 대한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EBS 제작팀은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탕 나누기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팃포탯 전략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다. 자신의 사탕을 상대에게 주는 행동은 친절이나 협동을 의미하고, 상대의 사탕을 빼앗아오는 행동은 분노나 갈등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 사탕을 상대에게 주었을 경우에는 +1점, 상대의 사탕을 빼앗을 때는 -1점으로 계수한다. 죽음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팃포탯 전략을 활용한 경우는 이번이 국내 최초다. 그만큼 팃포탯 전략이 과연 아이들에게도 적용될지는 실험 전까지 미지수였다
_11장 아이들을 위한 죽음 교육, 190-191쪽
우선 베커의 말처럼 돈이 죽음에 저항 기제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많이 가질수록 죽음을 방어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마찬가지로 여러 서비스나 재화들을 누리는 것으로도 이러한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가령, 성형수술을 하거나 사치품을 갖는 것들로 죽음을 방어하려 한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영원히 젊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느끼게 해주는 서비스나 그들을 사회적 존재라고 각인시켜 줄 수 있는 재화들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에 저항하게 된다.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항상 젊게 살려는 욕구 자체도 죽음을 망각하는 표지라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화장이나 성형 같은 걸 통해서 항상 젊게 살려고 하잖아요. 아주 적극적으로 죽음을 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오면 죽음은 아예 금기가 되어 버려요.”
이렇듯 현재의 필요의 충족에 강점을 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죽음은 점차 고려대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본주의적 논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과 삶을 분리하여 생각하도록 만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제적 부의 축적을 삶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죽음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고 그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_12장 죽음의 역사, 216-218쪽
■ 지은이 소개
지은이 _ EBS <데스> 제작팀
프로듀서 황인수
EBS 제작본부 제작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글로벌리더 최고위과정과 카이스트 경영대학 정보미디어 최고경영자과정(ATM)을 수료했다. 1987년 EBS에 입사해 <직업의 세계>, <예술의 광장>, <미래토크 2000>, <다큐프라임-하늘의 땅, 몽골 4부작>, <CEO 특강>, <장학퀴즈>, <다큐프라임-황혼의 반란> 등을 연출했다. 2002년 시사통일팀장, 2009년 편성센터장, 2010년 평생교육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남녀평등대상’ 대통령상, 2003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등을 수상했다.
작가 김미안
숭실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철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EBS <아이의 사생활>, <명의>, <CEO 특강>에서 조연출로 일했으며, 이후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EBS <다큐프라임-햄버거 커넥션>, <방학생활>, EBS English <영자신문읽기>, MBC <6시 뉴스 매거진>, YTN 사이언스 <문화 다큐멘터리 이끌림>, EBS <다큐프라임-황혼의 반란>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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