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는 미도리가 낳은 자들 중 가장 영리한 자였다.
얼마나 영리한가 하면, 중급 사육실장인 미도리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상급 사육실장인 에메랄드와 엇비슷한 정도로 영리했다.
보통 사육실장 후보석은 생후 2주면 출하되어야 하기 때문에 2주 안에 80-90%의 교육을 수료하면 상급, 50%이상만 학습해도 중급, 어쨋든 화장실을 가릴 수 있게 되면 하급으로 출하되게 마련이었는데 에메랄드는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받아 폐기 처분의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생후 10만에 사육실장 교육을 완벽하게 통과하여 상급 사육실장 후보석으로 출하된 녀석이었다.
그런 에메랄드와 비슷한 지능을 가진 장녀는 만약 평범한 출산석에게서 태어났다면 어쩌면 에메랄드처럼 상급 사육자실장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허락받지 않고 임신을 해서 분충태교를 한 미도리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육실장으로의 길이 막힌 불운한 실장생을 타고난 것이다.
장녀는 그런 자신의 불행을 몰랐기 때문에, 어째서 상냥했던 닝겐이 갑자기 포악하게 변해서 이렇게 자신들을 아프게 하는지 고민하다가
<와티치타치가 똥마마에게 속아서 닝겐을 노예라고 착각하고 노예취급해서 닝겐이 화가난 테치.
다 똥마마 때문이라고 사정을 잘 설명하고 오해를 풀면 닝겐은 와타치타치를 다시 키워주는 테치.>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실은 자실장들이 양충이건 분충이건 상관없이 자실장들은 주인의 마당실장 관찰을 위해 버려질 운명이었고 그동안 잘해준 것은 올리기였을 뿐이지만 멋대로 다시 주인이 다시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한 장녀는 주인의 단호한 거절에 혀를 쭉 빼고 테에에, 하고 실망했다.
그래도 아직 주인의 화가 안풀린 것이고 주인도 오늘 단호하게 거절한 것을 조금은 미안해하고 있을 것이고 언젠가 완전히 화가 풀리면 반드시 와타치타치를 다시 키워줄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장녀.
장녀의 기대와는 달리 주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장 다큐를 찾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들실장들을 잡아와도 실내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멋대로 굴고, 또 사육실장들을 들실장이라는 롤모델이 있는 공원에 버려도 공원에서 사는 법을 몰라서 독라 자판기가 되는데 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도리 일가를 아무것도 없는 정원에 풀어놓고 알아서 살라고 한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
올리기를 할 때 매지컬 테치카를 틀어줬던 휴대폰 공기계에 넣어 정원의 실장석들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들실장의 사계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관찰파가 찍은 들실장 직캠 영상을 몇개를 보는데 처음에는 미도리 일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을까 하고 확인차원에서 2배속으로 돌려보던 것을 좀 보다보니 재밌어서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옆에서 주인이 보는 것을 같이 보던 에메랄드는 처음에는 신기한 듯이 테에에, 하고 입을 쫙 벌리고 보더니 들실장이 잡초와 벌레시체, 음식물 쓰레기기를 먹는 장면에서는 혐오스러운 듯 얼굴을 매실장아찌처럼 쪼글쪼글하게 만들며 [테치테치 텟 테 테치!]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미를 잃은 고아자실장이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밥봉투를 들고 밥을 찾으러 다니다 성체실장에게 잡혀먹는 대목에서는 음습한 표정으로 [테프프프프, 테치치치치 테치치] 하고 웃기도 한다.
에메랄드는 상급 사육실장 후보석으로 납품되기는 했으나 많은 실장석을 다루어본 실장샵 주인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분충성이 강하게 잠재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일반 애호파 가정에 분양하기는 꺼림직하고 갈아버리기에는 비싼 가격에 받아온 거라 고민끝에 사육실장을 키우긴 하지만 학대파 성향도 가진 주인에게 중급 사육실장이나 다름없는 저렴한 가격에 본전만 받고 판매한 것이라서 주인도 에메랄드에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 에메랄드가 분충스럽게 웃는 것을 보고 좀 걱정이 되어 링갈을 확인해보자 거기에 기록된 말은 처음에는
[테치! 들은 싫은 테치! 더러운 테치! 비참한 테치! 들이 되는 건 싫은 테치! 분충이 되면 들이 되는테치! 밖에 사는 녀석들처럼 천해지는 테치! 분충 싫은테치!]
라는 것이었고,
고아자실장이 잡아먹힐 때는
[테프프프프, 들분충 녀석 꼴 좋은테치. 들은 죽는 게 당연한 테치. 들은 모두 분충인 테치. 끔찍하게 죽어야 하는 테치!]
라는 것이었다.
에메랄드는 영리하긴 하지만 영리해봤자 실장석.
들실장이 되는 건 싫다, 분충이 되면 들실장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들실장은 분충이다, 들실장은 싫다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미도리 일가와 들실장 다큐를 본 충격으로 에메랄드의 내재된 분충성이 주인의 환심을 사는 것에 대한 열망과 들실장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으로 변질되어 버렸지만 주인은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고 나에게 반항하는 것이 아니니 됐다고 넘겨버렸다.
몇일 뒤 주말, 주인은 실장석들을 모아놓고 들실장 다큐를 틀어주었다.
대부분의 자실장들은 별 관심없이
[저 녀석들 더러운 테치~ 비참한 테치~ 와타치는 저렇게 사느니 죽는 테치~]
하고 지가 처한 상황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이고 있었고
미도리는 미도리대로
[저 동족상들 불쌍한 데스우~ 닝겐상, 저 동족상들을 도와주면 안되는 데스우? ...저런 건 먹는 게 아닌데스우. 데에... 지지 데스우... 데덱?! 자는 먹는 게 아닌데스우! 불쌍한 자를 놔주는 데슷! 오마에 나쁜 동족상데슷!]
하고 물정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
'역시 전 사육실장들은 자판기가 답인가?'
대책없는 미도리의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미도리와는 달리 고개를 끄덕끄덕 해가며 테치! 테치! 하고 알겠다는 듯이 영상에 몰입하는 장녀와 장녀를 따르는 차녀, 칠녀, 십녀 무리.
들실장들이 힘을 모아 주변 쓰레기들을 모아 계단을 만들고 그 위로 올라가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고 썩은 음식들을 꺼내 밥봉투에 넣어 골판지 집에 가져가서 자들과 나눠먹는 장면에서는 경악해서 테에엑!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테챳! 하고 기합을 넣는다.
그러나 결국, 고아자실장이 밥을 구하러 다니다 성체실장에게 잡혀먹는 대목에서는 귀가 축 늘어져서 테에에.....하고 기운이 빠지고 만다...
첫댓글 사실 장녀무리는 미도리가 주인에게 걷어차여 기절했을 때 똥바르기와 독라만들기를 주도한 무리인 레후. 분충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닝겐노예의 서열이 올라간 걸 제일 먼저 인정해서 닝겐의 환심을 사려고 그랬던 것도 있는 레후. 그 뒤로 미도리에게 접근 안하고 있는 것도 장녀무리 레후.
삼녀무리는 분위기에 떠밀려 동참한 레후.
본편에 쓰기 애매해져서 댓글로라도 써보는 레후
연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