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으로 한번 살아봐라!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안철수 원장의 사실상 출마의사 표명이 있었다.
이로써 전체 대선후보들의 윤곽이 잡혔다.
이들이 내건 대개의 정책 컬러는 대개 비슷비슷한데 국민을 위로한다던 안은 정말 위로하기 위해선지 『힐링캠프』에 출연한다고 한다.
안도 복지 강화의 필요를 주장하며 증세가 필요하며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수준에 많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어제 강남 최대의 성형병원이 현금할인으로 이중장부를 만들어 수십억을 탈세해온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현실을 보며 거듭 주장하는 바이지만, 여야 대선주자들이 증세가 필요하다면서도 정작 증세의 집중대상이 되어야 할 상기 성형병원 같은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투기자산가, 강남 부유층, 재벌 등 한국의 소위 상류층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적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한국의 지하경제는 GDP 30% 이상으로 추정되고 토지, 건물, 아파트의 투기 및 양도차익이나 임대료, 금융자산의 투자수익에 대해 제대로 과세되고 있지 않다는데 조세제도의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류층 10%가 대부분의 세금을 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은 툭하면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만 과세대상이 되는 원천적 불공정을 대선주자들이 제대로 지적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문제를 애써 외면한 채 모호한 증세와 복지를 외친다.
2. 나는 대선주자들이 국민들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다면 가식의 쇼로 가득 찬 유세를 그만두고 한달 만 국민평균소득으로 사는 실험을 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현실 고발작가 바버라 애런라이크는 2000년 직전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을 쓰기 위해 미국 하층민의 삶 속에 2년 이상 직접 들어가 부딪혀 살아보면서 그들의 삶을 생생히 기술한 바 있다.
그녀는 허름한 컨테이너 모텔, 원룸에서 주 150불씩을 임대료로 주고, two job을 뛰기도 했고, 웨이트리스로 시간당 6불 안팎을 벌기 위해 일하기도 했으며 청소부, 점원 등 다양한 하층민의 생활을 경험하여 생생히 책에 기술했다.
당시 최고의 호황이었던 미국경제 이면에 하층민이 주거나 의료보험도 제대로 없이 자신을 소모하며 갉아먹고 살아가는 『아메리칸 드림』 이면의 어두운 실상을 생생히 고발한 것이다.
나는 한국의 여야 대선주자들도 자기 돈도 아닌 국가예산으로 여기저기 우는 아이 떡 떼주듯 주겠다고 떠들어 될 것이 아니라 평균치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벌고 소비하며 세금내면서 꼭 한번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우리나라 2012년 1/4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12만 4천원이라고 한다.
이 중 비소비 지출액(세금+사회보험료+이자)가 79만원이다.
그래서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33만 3천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소득이 비 현실적이라 보며 가구 소득 5분위 중 3분위에 해당하는 360만원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유사한 것이 <2011년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이다(아래표)
이 표에서 보듯이 총수입 384만원에 각종 가계 지출이 311만 5천원쯤 되고 비소비 지출이 72만 2300원쯤 된다.
세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 비율이 18.8%나 되는 것이다.
여기 각 항목을 보면 한달 가족 옷값 15만 6천원, 주류, 담뱃값 2만 7천원, 식료비 34만원 등 비현실적 수치들이 나열되고 있다.
문제는 월세, 반전세 사는 사람들의 임대료는 아예 빠져있다.
또 다른 통계는 2011년 한국인 평균자산은 2억 9765만원이라 하고 평균소득은 4012만원이라 한다.
수도권으로 시각을 옮기면 수도권 가구의 2011년 가처분 소득은 3990만원이며 월 은행 원리금으로 79만원 가량을 평균 낸다고 하며 평균 가구당 부채 9984만원이라고 한다(참고로 전체 한국가구가 소득의 평균 6.2%를 은행 이자로 낸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전국가구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이 53%(2009년)- 166%(2010년)- 172%(2011년)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준인 것이다.
이 중 특히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50.2%(2011년)로 세계 1위이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을 세울 때 중간에 오는 중위소득가구(2인 이상) 연 소득은 2664만원이다.
흔히 중위소득의 50~150% 사이를 중산층이라 하고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를 OECD에서는 상대적 빈곤가구로 설정하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2010년의 경우 빈곤가구의 비중이 20.95%였고 이 중 36.8%가 워킹푸어 즉, 노동을 해온 최저임금 수준이라 계속 가난할 수 밖에 없는 가구이다(연 1332만원 버는 가구가 절대적 빈곤가구이지 무슨 상대적인 빈곤가구인가?)
2006년 대비 빈곤인구의 증가가 8% 이상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소득 통계는 상류 1%, 10% 소득이 평균소득 상승에 기여하기에 평균개념이 무의미하다.
4. 우리나라 평균소득 가구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데 정치권이 던지는 복지, 경제정의가 국민들에 얼마나 공허하게 다가오겠는가?
그리고 평균 이하의 수준에서 사는 수많은 가구들, 특히 20%가 넘는 빈곤가구와 중위층 이하의 대부분 가구 또한 결국 사실상 워킹푸어(working poor)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 평균 가구소득 또한 상당수는 맞벌이로 벌어서 가구당 얻은 소득을 말하기에 이 수준 가구의 맞벌이 부부 또한 최저임금을 겨우 벗어난 저임금소득자이다.
MB는 청년들에게 이런 소득자로 평생 살아라며 눈높이를 낮춰라 한다.
앞서 본 평균소득 가구의 소비 내역 중 교육비는 29만 4천원에 불과하다.
이 액수로는 사교육은 고사하고 자녀들의 공교육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 액수이다. 이 평균 소득가구가 자녀를 열심히 사교육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낼 확률은 아주 낮다.
나머지 그 이하 가구는 자신도 평생 자신의 노동은 병들고 죽는 날까지 소모하고 살게 되며 그의 자녀 또한 신분상승을 꿈도 꾸지 못하고 워킹푸어로 결혼도 못하고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노동의 배신』이라는 책은 매일 살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하기 위해 짬짬이 살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국의 하층 워킹푸어의 삶을 다루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이런 숫자가 5000만이 훨씬 넘어가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중위층 이하 가구는 사실상 모두 워킹푸어이다.
연 2664만원으로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자녀교육 시키고 집을 살 수 있겠는가?
이것이 워킹푸어가 아니면 누가 워킹푸어인가?
순서로 세운 절반 이하의 가구가 모두 워킹푸어인 것이다. 여기에 소득이 높지만 하우스푸어가 200만 가구다.
5. 높은데 있는 사람은 주변에 만나고 아는 사람들이 죄다 중상류층 이상 밖에 없다.
대선주자가 시장 통에 가고 공장과 가계에 들러도 이들 대부분은 사회의 특수 계층이다.
어쩌다 가끔 택시운전대를 잡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다고 그 사람이 하층민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그런 사람이 더 반동적이다)
장담컨대 대선 주자들이 평균소득 가구나 중위소득 가구 수준으로 노동하고, 돈 벌고, 고민하고, 소비하며 한 달만 살아보면 세상과 국민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질 것을 장담한다.
기껏 참모나 정치 기획꾼들이 써준 공약 안이나 책들을 자랑하며 서민의 삶을 위로하려 들지 말자!
정치인은 유권자가 표로만 보이지만 유권자는 정치인을 바라볼 때 별세계의 『외계인』처럼 보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겪어보지 못한 삶에 대한 공약은 숫자에 불과하며 숫자는 그 자체로 감정이 없다.
대선주자가 복지, 증세, 경제정의를 외쳐도 이들에 홀린 소수 외에는 다가오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